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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계급의 해방은 노동자계급 스스로 쟁취해야 한다"
- 칼 마르크스
문화
 

[영화평] <바비>야, 문제는 경제야


  • 2025-02-27
  • 16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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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바비의 주인공은 '전형적인 바비'다. 큰 키와 날씬한 몸매, 윤기 나는 금발과 하얀 피부를 가진 그녀는 '바비랜드'에 살고 있다. 바비랜드는 대통령, 의사, 노벨상 수상자 등 사회 각 분야의 정점에 오른 여성 바비들이 그저 배경에 불과한 남성 켄들과 함께 어우러져 사는 사회다. 남성 중심적인 현실세계가 전도된 모습인 것이다.


영화에서 주인공 바비는 우연한 계기를 통해 현실세계로 모험을 떠난다. 문제는 켄 역시 몰래 숨어 현실 세계로 간 것이었다. 기업의 주요 자리마다 남성이 자리하고, 여성은 남성의 소유물처럼 취급되는 현실 세계의 ‘가부장제’를 처음 목격한 켄은 다시 바비랜드로 돌아가 그곳에도 ‘가부장제’를 정착시킨다. 어떻게? 설득을 통해서.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이 영화는 결국 성차별 관념을 극복하고, 남자든 여자든 진짜 ‘나’의 모습을 찾자는 메시지로 끝을 맺는다.


그러나 현실 세계에 존재하는 성차별은 단순한 관념의 문제가 아니다. 노동력 재생산을 위한 가사노동을 각 노동자의 가정에(특히 여성에게) 떠맡기고, 여성노동자와 남성노동자를 의도적으로 분열시켜 지배체제를 공고화하려는 자본주의 사회가 근본 원인이다. 유명한 말마따나 '문제는 경제다'. 만약 남성우월주의라는 잘못된 관념이 성차별의 근본 원인이었다면, 여성은 단지 남성들을 설득하는 것만으로 해방을 이룩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영화 <바비>의 말미에 ‘가부장제’ 이데올로기를 타파하는 데 성공한 바비들처럼 말이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다른 모든 억압받는 이들의 해방과 마찬가지로, 자본주의 경제 관계의 근본 변혁 없이는 여성해방 역시 불가능하다.


월간 정치신문 <노동자투쟁>(서울) 45호, 2023년 8월 2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