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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계급의 해방은 노동자계급 스스로 쟁취해야 한다"
- 칼 마르크스
문화
 

영화 <파업전야>, 노동자가 주인 되는 세상을 꿈꾸다


  • 2025-10-16
  • 1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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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년 6월 항쟁과 이어진 7~9월 노동자 대투쟁을 기점으로 수많은 노동자가 거리로 나와 임금 인상과 처우개선, 노조 결성을 요구하며 투쟁에 나섰다. 노동자들의 투쟁이 가장 뜨겁게 달아오른 바로 그 시기의 열기를 담아낸 영화가 <파업전야>(1990)다.


이 영화는 한국 영화 최초로 노동자들의 현장 투쟁을 단순한 생계 문제가 아닌, 세상을 바꾸려는 흐름 속에서 그려낸 작품으로,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당시 노태우 정부는 영화 상영을 금지하며 형사처벌 운운했고, 경찰 헬기까지 동원해 필름을 빼앗으려 하는 등 극심하게 탄압했다. 그러나 대학생과 노동자들은 끝까지 영화를 지키며 상영 투쟁을 이어갔고, <파업전야>는 억압에도 꺼지지 않는 저항의 불씨가 됐다.


영화의 배경은 200여 명이 일하는 ‘동성금속’이다. 장시간 노동, 저임금, 부당한 대우를 견디다 못한 평범한 노동자들이 하나둘씩 목소리를 내고, 결국 노동조합을 건설하는 과정을 담았다.


사측은 “노조가 생기면 끝”이라며 노동자들을 회유하고, 블랙리스트를 작성하며, 구사대와 용역 깡패까지 동원해 폭력적으로 탄압한다. 그러나 탄압이 심해질수록 노동자들은 사측의 기만을 깨닫고, 다른 투쟁 사업장과 교류하며 노동자의 길을 찾아간다. 두려움에 머뭇거리던 이들이 하나로 뭉치는 과정은, 노동자들이 자기 힘을 깨닫는 순간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영화 속 대사는 지금도 깊은 울림을 준다. “우리가 가난한 건 우리 것을 빼앗겼기 때문이야”, “사실 수당은 아무 소용이 없는 거예요. 일이 많으면 사람을 더 고용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진짜 돈이 되는 본봉을 더 줘야되니까 그걸 아끼려고 잔업 철야를 시키는 거라고요.”

 

오늘날 철도, 조선, 항공, 자동차, 발전소, 물류센터 등 많은 현장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인력을 줄이고, 남은 노동자들을 쥐어짜며, 안전을 뒷전에 두는 구조. 그 속에서 노동자는 기계보다 못한 대우를 받고, 권리를 인정받지 못한 채 착취당한다. 그래서 또 다른 대사가 더욱 중요하게 다가온다. “노조를 만든다는 게 단순히 돈 몇 푼 더 벌고 잔업 철야 안 하는 차원이어서는 안 된다는 거지.” 


노동자 계급이 노조 건설을 넘어 사회를 바꾸기 위해 나설 때에야, 비로소 ‘우리 노동자가 주인이 되는 세상’을 건설할 수 있다.


물론 이 영화가 노조 건설을 넘어선 전망을 모두 담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오늘날에도 노동자 계급의 힘과 의식의 발전 과정에 대한 큰 영감을 준다. 노동자가 주인이 되는 세상을 바라는 이들이라면 <파업전야>를 꼭 보길 권한다.


월간 정치신문 <노동자투쟁>(서울) 70호, 2025년 9월 3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