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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계급의 해방은 노동자계급 스스로 쟁취해야 한다"
- 칼 마르크스
문화
 

삼대 머슴에서 진짜배기 노동자 혁명가로! 서평 <이수갑 평전>


  • 2026-04-04
  • 1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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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갑(1925~2013)은 머슴 집안의 아들로 태어나 열일곱 살에 자동차정비공이 됐다. 이십 대 초반인 1945년, 해방 공간이 열리자 이수갑의 삶도 역사의 파도에 휩쓸린다. 광복에서 분단, 전쟁으로 이어지는 시기에 그는 부산의 철도노동자이자 조선공산당(나중의 남로당)의 핵심 구성원으로서 노동자들을 조직하는 데 청춘을 바쳤다. 


국가의 탄압을 피해 잠적해야 했기에 이수갑이 철도 현장에서 근무한 햇수는 많지 않다. 그러나 그는 많은 고초를 겪으면서도, 강렬한 대중운동의 한복판을 누빈 이십 대 철도노동자 시절에서 얻은 교훈을 가슴에 평생 새겼고, 후배들에게 전달하고자 했다. 그 교훈은 언제나 현장 노동자들과 긴밀히 소통하며 투쟁을 준비하고, 활동가들만이 아니라 전체 노동자가 참여하는 투쟁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해방정국 당시 이수갑은 스탈린주의에서 자유롭지 않았던 조선공산당을 길잡이로 삼았다. 그래서 신국가 건설 문제에서 미·소 양국의 협상에 환상을 갖고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당시 소련은 스탈린 정권이 노동자 민주주의를 파괴했고, 미국 제국주의가 설계한 전후 질서에 협력하고 있었다. 그러나 전쟁으로 공산당이 압살된 이후 이수갑은 특정 단체의 노선을 추종하기보다는 ‘진짜배기 노동자 혁명가’로서 늘 자기 경험을 바탕으로 스스로 판단하는 사람이기도 했다. 대표적인 예로 남북정상회담으로 떠들썩하던 2000년에도 “노동자 민중이 앞장서서 이루는 통일이 아니라면 차라리 통일 안 되는 게 낫다”라고 일갈했다.


우익 테러가 빈번하던 시대에, 목숨을 잃을 위기를 여러 차례 넘기며 혁명가로 성장한 청년기 이수갑, 기나긴 독재정권 시기를 버티면서도 노동자 계급 운동의 부활을 바라며 고군분투한 중년의 이수갑, 민주노조 운동을 이끌던 후배들에게 늘 날카로운 조언과 애정을 주었던 노년의 이수갑까지, ‘영원한 철도노동자’ 이수갑의 일대기는 세대를 넘어 오늘날 우리에게도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가 돌아보게 만든다.


월간 정치신문 <노동자투쟁> 서울 76호, 2026년 3월 2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