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나온 철도 대전 조차장 현장신문 <노동자투쟁> 13호입니다.
2면
■ 대체인력이 남기고 간 것 (1)
철도고객센터 노동자들이 지난 9월 3일과 4일 파업할 때 철도공사는 106명의 대체인력을 투입했다. 문제는 그들이 떠난 뒤였다. 그들이 이틀 동안 먹고 버린 일회용 도시락 용기와 음료수병 등으로 많은 쓰레기가 쌓였다. 파업에 함께했던 청소노동자 2명은 현장에 복귀해 평소의 10배가 넘는 쓰레기를 치워야 했다. 파업을 무력화하겠다며 100명이 넘는 대체인력을 한꺼번에 투입했지만, 그들이 떠난 뒤 남겨진 부담은 다시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 몫이었다. 대체인력은 얼마든지 있었지만, 대체인력이 남긴 대량의 쓰레기를 대신 치울 사람까지는 없었던 모양이다.
■ 대체인력이 남기고 간 것 (2)
106명의 대체인력이 남기고 간 건 쓰레기만이 아니었다. 넘치는 민원도 남겼다. 고객이 예약된 승차권을 결제하기 위해 역을 찾았지만, 정작 예약된 표가 없었던 것이다. 한두 건의 실수라고 하기엔 이런 사례가 너무 많았다. 결국 고객센터 팀장들은 명절 열차표를 다시 확보하느라 애를 먹어야 했다. 대체인력이 맡은 업무는 수많은 상담업무 가운데 ‘교통약자 명절 예매’ 단 하나였다. 우리의 숙련을 모른 척하던 사측은, 106명을 동원하고서야 아주 비싼 값으로 숙련의 가치를 배운 셈이다.
■ 좋은 사장은 없다
9월 23일 코레일네트웍스와 코레일관광개발이 하나의 법인으로 통합되고 신임 사장도 취임한다. 새 사장이 진보 언론인 출신이고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인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그러나 노동조건의 개선을 새로운 사장의 선의에 맡길 수는 없다. 자회사 사장은 결정 권한이 거의 없는 ‘바지 사장’이라는 걸 우린 이미 알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 노동조건이 개선돼 온 것은 노동자들이 요구하고 투쟁했기 때문이다. 바지 사장이 누가 되든 우리의 요구를 관철할 힘은 투쟁하는 노동자에게 있다.
■ 시스템으로 안전을 확보해야
사고가 날 때마다 코레일 경영진은 ‘인적 오류’, 즉 노동자 개인의 과실부터 따지려 한다. 그러나 노동자는 기계가 아니다(심지어 기계도 오류가 난다). 노동자에게 ‘무오류’를 요구할 게 아니라, 실수해도 죽지 않도록 시스템으로 안전을 확보해야 한다.
의왕역은 곡선구간과 긴 작업거리 때문에 작업 시 서로의 위치를 확인하기 어렵고, 안전하게 이동할 통로도 부족하다. 추진입환은 기관사가 진행 방향을 확인하기 어려워 더 위험하다. 따라서 현장 인력을 늘리고 추진입환 작업방식을 개선하는 한편, 안전통로와 화차 난간‧발판 등도 개선해야 한다. 무엇보다 실제 작업하는 수송노동자들의 의견을 안전대책에 반영해야 한다. 누가 이들보다 현장을 잘 알겠는가?
■ KTX 승무원, 역무원, 상담원 등 파업 돌입
9월 21일(월)부터 3일 동안 KTX 승무원, 역무원, 주차관리원, 고객센터 상담원 등이 파업에 돌입했다. 그리고 그중 700여 명 정도가 서울역에서 파업집회를 열고 청와대까지 행진했다. 이들은 23일부터 코레일네트웍스라는 한 회사에 속하게 되는데, 이재명 정부가 철도 자회사를 통합하면서, 숫자만 줄일 뿐 노동조건 개선은 외면한 것을 규탄했다. 날씨가 더웠지만 집회와 행진 내내 파업노동자들은 원청과 동일한 4조2교대, 근속급제 도입, 무기계약직의 정규직화, 명절상여금 120% 등을 힘차게 요구했다.
■ 코관도 올랐다, 테크는?
코레일관광개발 노사는 9월 8일 식대 월 20만 원, 명절상여금 기본급 100% 지급에 합의했다. 그러나 테크는 아직 식대 월 14만 원, 명절상여금 110만 원에 머물러 있다. 다른 자회사들은 하나둘 임금을 올리고 있는데 테크만 그대로일 이유가 있는가? 식대와 명절상여금, 이제 테크도 올려야 한다.
■ 왜 자회사 투쟁을 지지해야 할까?
자회사 동료들의 투쟁을 두고 “서로 다른 회사 시험 본 건데 왜 통합하라는 걸까?”라는 의문이 들 수 있다. 하지만 역무, 열차 승무, 고객센터 등 자회사 동료들이 없다면 철도는 돌아갈 수 없다. 이 업무는 과거 한 조직에서 수행하다 외주화된 것으로 지금의 원‧하청 구조가 당연한 게 아니다. 코레일 경영진은 이 노동을 사용하면서도 그 책임은 자회사에 떠넘긴다. 자회사 노동자의 열악한 처우는 “저렇게 적게 받는 노동자도 있는데 뭘 더 요구하느냐”며 우리를 공격하는 데도 이용된다. 중요한 건 무슨 시험을 치렀느냐가 아니다. 자회사 동료들의 조건이 나아져야 철도도 더 안전해지고 우리 조건도 더 개선할 수 있다. 이 싸움은 남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