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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계급의 해방은 노동자계급 스스로 쟁취해야 한다"
- 칼 마르크스
사설
 

노동자만 양보하라는 자본과 정권


  • 2025-02-16
  • 206 회
노동자만 양보하라는 자본과 정권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불황.” 8일 세계은행이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기존 전망치인 2.5%에서 –5.2%로 대폭 떨어뜨리면서 내놓은 평가다.

세계경제가 급속하게 침체하면,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도 상당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렇게 경제가 어려우면 노동자들이 나라와 회사를 살리기 위해 희생해야 할까?

노동자부터 버리는 자본

경제위기가 닥쳐오자 자본가들은 ‘기회는 이때다’는 듯 노동자들을 마구 공격하고 있다. 정리해고를 자행하고 있는 항공산업이 대표적이다.

아시아나항공의 하청업체인 아시아나 케이오는 정부가 휴업‧휴직수당의 90%를 지원하는 고용유지지원금 신청도 거부하고, 120명을 희망퇴직으로 내쫓고, 200명을 무기한 무급휴직으로 내몰았으며, 민주노총 조합원 8명을 정리해고했다. 이번 기회에 노동자들을 최대한 잘라서 “작고 효율적인 기업”을 만들고, 노조를 무력화해 노동자들을 “고분고분하게 길들이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먹고 먹히는’ 게 유일한 규칙인 자본주의 체제에서, 위기는 더 강한 자본이 더 약한 자본을 삼키고, 자본이 노동을 더 혹사시켜 배를 불릴 기회이기도 하다. 쿠팡을 보라. 쿠팡은 시장 장악력을 높이기 위해 배달의민족과 요기요 등 다른 업체들과 더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노동자들이 혹사당하고 있다. 3월 15일에 비정규직 배송기사가 ‘시간당 20가구를 배송하는’ 살인적 노동을 하다가 쓰러져 숨졌고, 5월 28일에도 비정규직 노동자가 쿠팡 인천물류센터 4층 화장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또한 쿠팡은 부천 물류센터에서 확진자가 나오고 나서도, 노동자들에게 진실을 말해 주지 않고 계속 일을 시켰다.

이처럼 자본가들이 노동자들을 단순한 ‘돈벌이 도구’, ‘일회용품’으로 취급하는데, 왜 노동자가 자본가를 위해 희생해야 하는가?

정부는 다른가?

문재인은 “일자리가 최고의 사회안전망”이라고 거듭 말했다. 하지만 정작 3조 원이나 지원한 항공산업에서 정리해고가 자행되는 걸 방치하고 있다. 심지어 서울 종로구청은 아시아나 케이오 노동자들이 부당 해고에 항의하려고 설치한 천막농성장을 폭력으로 철거했다.

또한 정부는 전 국민 고용보험을 떠들썩하게 이야기했지만, 예술인 5만 명만 포함시키고, 특수고용 노동자 220만 명은 슬그머니 제외시켜 버렸다. 화물노동자, 학습지 교사, 방과후 강사, 보험설계사 등 코로나19로 벼랑 끝에 서 있는 특수고용 노동자를 유령 취급하며 내팽개친 셈이다. 특수고용직 고용보험은 문재인의 대선 공약이기도 한데, 최저임금 1만원이나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처럼 이 공약도 헌신짝처럼 내버렸다.

디지털 일자리 10만개 창출도 이야기하지만, ‘풀 뽑기’까지 포함하며 주 15~40시간씩 최장 6개월 일하며 겨우 최저임금 받는 ‘단기 알바’일 뿐이다.

이처럼 노동자들을 무시하는 정부는 기업엔 ‘든든한 방파제’가 되려 한다. 재벌과 자본가들을 구제하려고 약 230조 원을 투입하기로 했고, ‘한국형 뉴딜’이란 그럴 듯한 이름 아래 현대차, SK, 삼성 등 재벌을 살찌우려고 전기차‧수소경제와 5G, 원격진료의 기반을 다지려 한다.

사회적 대화란 사회적 덫

이런 정부가 ‘사회적 대타협’을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5월 20일 노사정대화에서 노조는 해고 금지와 전 국민 고용보험 확대를 거론한 반면, 사측은 임금 등 비용 부담 축소를 강조했다.
 
여기서 알 수 있듯, 모든 해고 금지와 임금삭감 없는 노동시간 단축으로 일자리 나누기 같은 노동자의 요구를 정부, 자본과 타협해서 얻는 건 불가능하다. 노동자의 요구를 쟁취하려면 노동자의 힘을 키워야 한다.

2020년 6월 1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