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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계급의 해방은 노동자계급 스스로 쟁취해야 한다"
- 칼 마르크스
사설
 

방역과 경제 –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


  • 2025-02-17
  • 213 회
방역과 경제 –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

한국에서 코로나가 2차 대유행을 하고 있다. 직접적인 계기는 8월 15일 보수 우파들의 광화문 집회였다. 팬티 목사 전광훈이 코로나에 확진됐고, 사랑제일교회 수도권 확진자만 해도 1,000명이 넘어섰다.

이들이 방역 수칙을 지키지도 않고 검사에 협조하지도 않는 모습은 많은 사람에게 위협적이고 분노를 불러왔다.

언제든 시작될 수 있었다

하지만 2차 대유행의 위험은 우리 사회 곳곳에 이미 만연했다. 노동자들은 언제 전염돼도 이상하지 않은 환경에서 일하고 있다. 자동차, 냉장고, 휴대폰 등을 만드는 수많은 공장에서 노동자들은 다닥다닥 붙어서 일한다. 9월 3일 발생한 충남 김치공장 집단감염 사례를 보라.
 
사무실 노동자들도 다르지 않다. 8월에만 5개 콜센터에서 40명이나 집단 감염됐다. 카페, 식당, 마트 노동자들은 불특정다수와 수시로 접촉해야 한다.

물류, 배달, 건설 노동자들은 일이 너무 빡세서 마스크를 끼면 숨쉬기도 어려워 순식간에  감염될 수 있다. 학교나 학원에서 강의해야 하는 노동자들도 숨쉬기 벅찬 건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대비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사실 많은 과학자들과 감염병 전문가들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유행하기 시작한 뒤부터 2차 대유행이 있을 것이라고 계속 경고해왔다. 정은경 질본 본부장 또한 4월 말에 전염병 확산이 높아지고 낮아지는 것을 반복하다가 겨울에 대유행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정부는 자본가들의 이윤을 보장하려고 5월에 사회적 거리두기를 해제하고 소비를 장려하더니, 7월 24일 교회 소모임을 허용하는 등 교회 핵심 방역수칙 의무화 조처를 해제했다. 여름 휴가철 전후로는 여행·외식·공연 등 할인 지원 사업도 벌였다.

이런 상황에서 전염은 곳곳에서 재발하기 시작했고 어디서 감염됐는지 추정할 수 없는 환자가 30%를 넘어섰다. 2차 대유행은 모두 예측할 수 있었다. 단지 정부가 대비하지 않았을 뿐이다.

노동자의 생존권도 위협받고 있다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제대로 지킬 수 있도록 모든 공장과 사무실을 감독하지 않았다. 물류, 배달, 건설 노동자들이 마스크를 잘 쓰고 일할 수 있도록 사업주에게 인력을 충원하고, 노동강도를 낮추라고 명령하지도 않았다. 2차 대유행을 대비해 공공병원을 많이 늘리고, 공중보건 의료 인력을 대폭 충원하지도 않았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로 오르자, 무급휴직·사직 강요(해고)가 증가했다. 하지만 노사정 합의가 보여줬듯, 정부는 ‘해고금지’를 강제할 생각이 전혀 없다.

소수 자본가와 그 정부 관료들이 사회 전체의 생산과 운영을 맡고 있는 한, 노동자들은 실업과 코로나를 번갈아서 당할 뿐이다.

문재인 정부는 방역과 경제,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고 했다. 하지만 자본가들의 이윤을 중시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선,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없다. 자본가들의 경제를 살리기 위해 방역은 끊임없이 뒷전으로 내몰릴 뿐이다. 게다가 자본가들의 경제를 살리기 위해 노동자들의 생존권도 끝없이 등한시될 수밖에 없다.

(2020년 9월 1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