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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계급의 해방은 노동자계급 스스로 쟁취해야 한다"
- 칼 마르크스
사설
 

과로로 죽거나 짤리거나 – 대안은 없는가?


  • 2025-02-17
  • 212 회
과로로 죽거나 짤리거나 – 대안은 없는가?

한쪽에선 과로사

CJ대한통운 소속 택배노동자가 또 일하다가 쓰러져 숨졌다. 그는 새벽 6시 알람소리에 깨 10분 만에 세수하고, 5분 안에 밥 한 숟가락 떠먹고 집을 나선 다음 늘 뛰어다니면서 하루 평균 약 400건의 택배를 배송하고 오후 9시 30분~10시쯤 퇴근했다고 한다. 왜 이렇게 노동자가 기계처럼 일하다가 낙엽처럼 떨어져야 하는가? 올해 벌써 8명의 택배노동자가 죽었다.
 
과로 문제가 심각해 4,000여 택배 노동자가 추석을 앞두고 파업하려 하자, 정부와 택배업계는 추석 성수기 때 택배 분류작업 등에 하루 평균 1만 명(분류인력에는 2,067명)을 투입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실제론 분류 인력을 400여 명만 투입했고, 그것도 노조 눈치를 보느라 노조가 있는 곳에만 투입했다. ‘눈 가리고 아웅’한 것이다. 그래서 “과로사는 나도 겪을 수 있는 일로, 많이 두렵다”고 택배노동자 10명 중 8명이 말하고 있다.

인력 부족과 과로가 어디 택배뿐인가? 코로나 확산을 막으려고 보건의료 노동자와 공무원도 과로해 왔다. 코로나 이전에도 모든 산업의 자본가가 정년퇴직자들이 늘어나도 신규 충원을 거부해 과로가 심각했다. 그런데 이제는 코로나를 구실로 노동자들을 무급휴직, 권고사직 등 으로 내쫓아 과로는 여러 곳에서 더 심각해지고 있다.

한쪽에선 대량실업

코로나19가 길어지면서 대량실업도 길어지고 깊어지고 있다. 12일 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5월부터 9월까지 5개월째 연속으로 실업급여 지급액이 1조원이 넘는다. 코로나를 구실로 자본가들이 노동자들을 마구잡이로 계속 해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수고용노동자 등 고용보험 미가입자가 1,300만 명에 이르기에 실제 실업대란은 공식통계보다 훨씬 심각할 것이다.

특히 청년노동자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청년 4명 중 최소 1명이 실업자다. 올해 8월 기준으로 청년 실업자 수는 1년 전에 비해 2배나 늘었다. 청년이 음식·숙박업 등 저임금 대면서비스 업종에서 일하다가 대거 짤린 것이다.

대학생은 휴학하고 알바를 구하기도 한다. 그런데 사장이 대부분 주휴수당을 안 주려고 해 14시간 이하 일자리가 많다. 그래서 투잡 뛰는 청년이 많다. 총월급은 적은데, 교통비도 2배나 들고 고생도 2배로 한다.

코로나를 구실로 자본가들은 정리해고도 서슴지 않는다. 9월엔 이스타항공에서 640여 명을 정리해고했고, 곧바로 10월엔 대우버스에서 400여 명을 정리해고했다.

한편, 현대차에서처럼 ‘고용을 보장받고 싶으면 임금을 동결하라’는 자본가들의 압박과 노조 관료의 굴종도 심해지고 있다.

해결책은 있다

한쪽에선 수백만 노동자가 일이 너무 많아 과로에 시달린다. 다른 한쪽에선 수백만 실업자가 일자리가 없어 배고프고 미래가 불안해서 죽겠다. 정말 어처구니없는 일 아닌가. 노동시간을 줄여 일자리를 모든 노동자가 나누면 과로와 실업 모두 한 방에 해결할 수 있다. 밤 9,10시까지 일하다가 죽고, 주말에도 일하다가 쓰러져선 안 된다. 원서를 수백 군데 냈는데도 취업하지 못해 청년실업자가 좌절해선 안 된다.

임금삭감 없이 모든 노동자에게 일자리를 나눠야 한다. 돈은 충분히 있다. 자본가들한테 일자리 창출 의지가 없을 뿐이다. 자본가들은 이윤율이 낮다고 생산적 분야에는 투자하지 않아, 역대 최고인 3,000조 원이 부동산·주식 투기 등으로 쏠려 왔다.

모든 해고 금지, 임금삭감 없는 노동시간 단축으로 일자리 나누기, 기업 회계장부 공개와 노동자의 산업통제 등은 경제위기에서 노동자가 살아남기 위한 절박한 요구다. 이 요구를 붙잡고 노동자들이 단결하면 ‘과로로 쓰러지느냐 짤리느냐’의 저주스런 운명에서 벗어날 수 있다.

(2020년 10월 1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