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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계급의 해방은 노동자계급 스스로 쟁취해야 한다"
- 칼 마르크스
사설
 

코로나보다 더 위험한 건 병든 경제


  • 2025-02-16
  • 277 회
코로나보다 더 위험한 건 병든 경제

“1930년대 대공황보다 더 큰 대공황에 빠질 수도 있다.”

코로나19가 유럽, 미국 등으로 걷잡을 수 없이 확산돼 세계경제가 빠르게 무너져 내리자, 이런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그런데 경제위기의 미래를 예측하려면, 위기의 원인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

바이러스는 방아쇠일 뿐

바이러스가 경제를 무너뜨린 게 아니다. 바이러스는 방아쇠였을 뿐이다. 혼돈의 벼랑 끝에 오랫동안 머무르면서 곧 추락할 상황에 처해 있었던 세계 경제에 바이러스가 한 방을 먹인 것이다.

2008년 미국발 세계경제위기가 터졌을 때, 각국 정부는 막대한 돈을 풀어 거대 은행들과 기업들을 지원했다. 그런데 기업들은 거의 제로 금리로 은행에서 많은 돈을 빌릴 수 있었지만, 생산과 일자리에는 투자하지 않았다.

대신 그들은 대주주들의 배를 불리기 위해 주식 투기에 열을 올렸다. 금융권에 돈을 갚아야 할 때가 오면 새로운 부채를 얻었다. 이렇게 해서 주식거품과 기업부채 폭탄이 계속 커져왔는데, 결국 코로나19로 그 한계가 드러난 셈이다.

무능한 정부, 노동자 공격하는 기업

미국 정부가 금리를 다시 제로로 낮추고, 무제한 돈 풀기에 나섰다. 문재인 정부도 ‘기업의 든든한 방파제’가 되겠다며 100조를 쏟아붓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런 조치가 병든 자본주의 경제를 살리긴 어렵다. 08년 위기 때 돈을 엄청 풀었지만 결국 임시땜빵 아니었는가.

지금 세계 15억 명의 발이 묶여 생산과 소비 모두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다. 코로나19가 첫 휴업을 야기했을 수 있지만, 이제 자기 이윤을 지키려는 자본가들이 휴업과 해고를 확산시키고 있다. 중국에선 두 달 만에 500만 명이 일자리를 잃었고, 미국에선 350만 명이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고 한다.

한국에서 2월 실업급여 지급액은 7,819억 원으로 역대 최고였다. 희망퇴직은 물론 정리해고 칼도 휘둘러지고 있다. 아시아나 항공에서 청소, 수하물 운반을 담당하는 하청 노동자들을 곧 ‘정리해고’하겠다고 했다.

글로벌 실업 쓰나미는 소비를 더욱 위축시켜 기업과 은행의 줄도산을 낳을 수 있다. ‘언 발에 오줌누기’식인 재난기본소득으론 이런 상황을 해결할 수 없다.

경총은 ‘쉬운 해고’,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요건 완화’ 등을 주문했다. 청와대는 18일 자본가들과 함께 양대노총을 불러 ‘연대와 협력’을 요구했다. 결국 저들은 자본가들만 살리고, 노동자들에겐 고통을 전가할 테니 협력하라고 하고 있다.

노동자 지킬 백신은 계급적 요구와 단결투쟁

이처럼 ‘코로나에 맞선 전쟁’ 이면에서 자본가들과 정부는 ‘노동자에 맞선 계급전쟁’을 벌이고 있다. 자본가들을 살리기 위해 노동자들이 희생당할 것인가 아니면 노동자들이 살기 위해 자본가들의 이윤을 타격할 것인가? 이 문제가 갈수록 더 중요해질 것이다.

스페인 벤츠 자동차공장 노동자 5천 명이 코로나19 위기에도 자본가가 일을 계속 시키는 것에 반발해 16일 파업했다. 이탈리아에서도 감염 대책 등을 요구하며 파업해 왔다. 현대중공업 원하청 노동자들도 임금삭감 반대, 임금인상 등을 위해 파업했다.

노동자들은 자본가들의 공격에 단결투쟁으로 맞서야 한다. 이를 위해 ‘감염 방지를 위한 100% 유급휴가 보장’, ‘임금삭감 반대, 생활임금 쟁취’, ‘모든 해고 반대, 노동강도 완화와 노동시간 단축으로 일자리 나누기’ 같은 절실한 요구를 당당히 내걸어야 한다.

월간 정치신문 <노동자투쟁> 4호 1면 사설(2020년 3월 3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