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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계급의 해방은 노동자계급 스스로 쟁취해야 한다"
- 칼 마르크스
사설
 

북한군 파병? 어떤 지배자도 믿지 말고, 모든 지배자에 맞서자


  • 2025-03-06
  • 217 회


최근 우크라이나 정부는 북한군 1만 1,000명이 격전지인 러시아 쿠르스크에 주둔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 미국 등은 우크라이나 정부의 보도를 거의 그대로 베껴 쓰며 널리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말을 과연 곧이곧대로 믿을 수 있을까?


지배자의 말이 아니라 이해관계를 주목해야


우크라이나 정부가 가짜 영상을 만들었을 수 있다는 합리적 의심이 많이 제기돼 왔다. 러시아에 크게 밀리고 있기에, 가짜뉴스로 악명 높은 우크라이나 군정보국이 한국과 서방 국가들로부터 더 많은 무기를 제공받기 위해 영상을 조작했을 수 있다.


그리고 윤석열 정부는 김건희, 명태균 스캔들 등으로 역대 최저인 19%까지 지지율이 추락했는데, 북한군 파병 이슈를 대대적으로 보도하며 사람들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 할 수 있다.


하지만 북한군 파병이 완전한 거짓말은 아닐 수도 있다. 북한군 파병이 진짜라면, 러시아 푸틴 정권은 새로운 병력 징집이 어려운 상황에서 북한군을 총알받이로 이용할 수도 있고, 러시아가 홀로 싸우지 않는다는 것을 세계에 과시할 수도 있다. 북한은 실전 경험을 쌓고 무기 체계를 개선하며 유사시에 러시아가 한반도에 개입하는 것을 약속받으려 할 수도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미국과 러시아의 대리전으로 어느 쪽에도 정당성이 없다. 미국 주도의 나토가 동진 정책을 펴며 러시아를 압박해 온 것은 정당하지 않고, 푸틴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것도 정당하지 않다.


이미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100만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는데, 미국·나토·우크라이나든 러시아·북한이든 병사들의 목숨이나 노동자민중의 고통은 안중에 없다. 모든 지배자는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노동자, 병사의 목숨을 가차 없이 희생시킬 수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아시아·태평양 전쟁으로?


미국 일간지 워싱턴 포스트는 북한의 파병은 "최악의 경우 유럽전쟁을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아우르는 글로벌 분쟁으로 키울 위협을 제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시 말해, 우크라이나 전쟁이 북한군 파병 이슈를 계기로 3차 대전을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의 최근 행보는 이런 위험을 가중시키고 있다.


윤석열은 10월 24일 폴란드 대통령을 만나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를 직접 공급하는 것도 검토할 수 있다고 했다. 윤석열 정부는 미국에 대여하는 방식으로 이미 155mm 포탄 50만~80만 발을 우크라이나에 보냈다. 그런데 살상 무기를 직접 공급하면, 그 무기가 러시아군인 사살에도 쓰일 수 있기에 자칫하면 우크라이나 땅에서 벌어지던 전쟁을 한반도로 불러들일 수 있다.


깊어져 가는 미중 갈등 때문에 아태 지역은 이미 잠재적 화약고다. 한미일은 11월 3일 ‘죽음의 백조’로 불리는 미 전략폭격기까지 포함시킨 공중훈련을 실시했다. 올해 들어 벌써 두 번째 연합훈련이다. 북한의 신형 장거리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한 대응 훈련이라고 했다. 하지만 한미일 군사훈련은 미 제국주의가 주도해 ‘북한 위협’을 핑계 대며 중국, 러시아 등까지 겨냥해서 벌이는 3차 대전 예행연습이라고 볼 수 있다.


미 제국주의는 소련이 2차 대전에 참전해 한반도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을 견제하려고 1945년 8월 11일 일방적으로 한국을 38선을 따라 두 점령 지역으로 ‘일시적으로’ 분할했다. 그 ‘일시적 분할’이 지금까지 79년 동안 이어져 왔다. 그리고 미 제국주의는 ‘북한 위협’을 구실로 미군 10만 명가량을 한국과 일본에 장기 주둔시켜 왔다. 오바마 정부 때부터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아시아 회귀’ 정책을 표방하면서 미 해군의 60%를 태평양에 배치했다. 미 제국주의가 대규모 미군을 한국과 일본에 계속 주둔시키고 미·일·한 군사동맹을 강화하는 데 ‘북한 위협’보다 더 좋은 구실이 있을까?


이런 큰 맥락을 볼 때, 북한의 위협이 아니라 미 제국주의의 중국 견제와 미중 갈등이 한반도와 동아시아에서 훨씬 더 심각한 문제다. 이번에 누가 미국 대통령이 되든 미중 갈등은 더 격해질 가능성이 높고, 세계경제 위기가 깊어지면 지배자들은 2차 대전 때처럼 전쟁에서 탈출구를 찾으려 할 수도 있다. 구름이 비를 몰고 오듯, 자본주의는 전쟁을 몰고 온다. 살육과 야만을 끝내려면 세계 노동자계급이 모든 지배자에 맞서야 한다.

 

 

격주간 철도 현장신문 <노동자투쟁> 1면 사설, 2024년 11월 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