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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계급의 해방은 노동자계급 스스로 쟁취해야 한다"
- 칼 마르크스
사설
 

제주항공 참사 – 새들이 아니라 돈에 눈먼 사장들이 원인일 듯


  • 2025-03-06
  • 264 회


179명의 목숨을 앗아간 참사가 발생했다. 먼저 유족에게 깊은 위로를 드린다. 얼마나 가슴이 무너져 내릴까? 사고 원인으로 ‘조류(새떼) 충돌’이 많이 거론되지만, 여러 항공안전 전문가는 ‘조류 충돌’만으론 이번 사고를 설명할 수 없다고 얘기한다. 이번에 랜딩기어(항공기 바퀴)가 내려오지 않았는데, 조류 충돌 때문에 랜딩기어를 못 내리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한다. 


비행기 고장을 세 떼 충돌로 은폐한 전력


세발자전거처럼 비행기의 이착륙을 돕는 3개의 바퀴가 랜딩기어인데, 사고 여객기에선 3개 바퀴가 모두 내려오지 않았다. 조류충돌로 한쪽 엔진이 꺼졌더라도 남은 엔진으로 랜딩 기어를 내리는 유압 장치를 작동시킬 수 있는데 이 유압장치도 문제였고, 비상시 압력을 공급하는 축압기도, 전기가 먹통일 때 마지막으로 쓰는 수동 장치도 쓰지 못했던 것 같다. 3중 장치가 모두 작동하지 않은 건 매우 이례적이라 한다. 플랩(고양력 장치)이나 엔진 역추진 등 다른 브레이크 장치도 모두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여객기 자체에 결함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문이 계속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번 사고 여객기는 2022년 11월 20일, 이륙 직후 엔진 고장으로 회항한 전력이 있다. 당시에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서 제주항공 직원은 회사가 평소 비용절감을 위해 부실한 엔진 수리를 반복해오던 중 엔진이 고장 나자 국토부 조사와 운수권 불이익을 피하려고 ‘엔진 고장을 새 떼 충돌로 은폐했다’고 폭로했다. 이번 참사 다음날, 같은 기종의 다른 제주항공 여객기도 김포공항에서 이륙하자마자 랜딩기어 이상으로 긴급 회항했다.


제주항공 - “땅에 머문 시간이 적죠”


제주항공은 여객기 평균 가동시간이 월 418시간으로 대한항공(355시간), 아시아나항공(335시간), 다른 저가항공업체들(340~386시간)보다 훨씬 길었다. 비행시간을 늘려 수익을 꾀하느라 기체 노후화를 외면했을 수 있다. 이번 사고 항공기도 참사 전 48시간 동안 총 13차례 운항했다.


한 현직 정비사는 “비행기가 땅에 머무는 시간이 현저히 적다. 문제가 발생해도 비행시간에 맞춰 수리하고, 수리하자마자 곧바로 비행을 나간다"고 말했다. 이렇게 가동률이 높아질수록 랜딩기어나 유압장치 등 부품이 빨리 노후화할 수밖에 없다.


정비사들의 장시간 고강도 노동도 정비 불량을 부를 수 있다. 올해 블라인드에 제주항공 정비사가 다음과 같이 썼다. “정비사들은 야간에 13~14시간 일한다. 밥 먹는 시간 20분 남짓을 제외하면 쉬는 시간 자체가 없다”며 “(승객들은) 타 항공사 대비 1.5배 많은 업무량과 휴식 없이 피로에 절어서 대우받지 못하는 사람이 정비하는 비행기를 타는 거다. 언제 큰 사고가 터져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보잉사 – 기술자 대량해고와 값싼 위조부품 사용


이번에 사고가 난 여객기는 미국 보잉사가 제작한 737-800 기종이다. 이 기종은 세계적으로 5000대 이상 팔렸는데, 타국에서도 랜딩기어나 유압 장치 고장 문제 등을 자주 겪었다. 제주항공 참사 전날에도 노르웨이에서 큰 소음이 나 비상착륙한 사고가 있었다. 2022년에는 중국 동방항공 소속 여객기가 8000미터 상공에서 수직으로 추락해 탑승객 132명 전원이 사망했다. 이런 사고는 예견된 것이다.


2018년과 2019년에 발생한 보잉 737 추락 사고로 346명이 죽었다. 참사 이후 보잉 사장은 ‘안전’을 자주 얘기했지만 실제론 ‘이윤’을 중시했다. 그래서 2020년 팬데믹이 닥친 후, 숙련 노동자, 기술자들을 대거 해고해 인건비를 낮추고 수익을 늘리려 했다. 안전을 우려한 사람들을 사장은 조롱했다. 몇몇 내부 고발자는 회사가 어떻게 값싼 위조부품을 쓰고 서류를 조작했는지 폭로했다.


안전보다 이윤을 중시해 참사를 낳는 것은 제주항공이나 보잉사만의 문제가 아니다. 모든 자본가가 안전을 팽개친 채 이윤만 보고 내달린다. 그리고 정부는 이런 자본가들을 충실히 뒷바라지한다. 따라서 참사의 재발을 막으려면 ‘이윤이 아니라 안전’을 중시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동자들이 단결해야 한다.

 

격주간 철도 현장신문 <노동자투쟁> 1면 사설, 2025년 1월 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