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이 끝나자마자 여야가 연금 개악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내는 돈(보험료)을 현행 9%에서 13%로 왕창 올리는 방안엔 이미 합의했다. 받는 돈(소득대체율, 즉 생애평균소득 대비 연금 수령액의 비율)을 현 40%에서 44%로 약간 올릴지(국힘), 45%로 조금 올릴지(민주당)에서 의견이 갈리고 있을 뿐이다.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연금개악이 이뤄질 수도 있다.
월급이 300만 원이면 1년에 72만 원 더 내야
연금 보험료로 소득의 9%를 내는데, 직장가입자는 본인이 4.5%를 내고 사업주가 4.5%를 낸다. 자영업자 같은 지역가입자는 본인이 9%를 모두 낸다. 따라서 보험료가 9%에서 13%로 오르면 월 300만 원 받는 노동자는 한 달에 6만 원, 1년에 72만 원을 더 내야 한다. 지역가입자로 분류되는 특수고용직과 플랫폼·프리랜서 노동자는 1년에 144만 원을 더 내야 한다.
농산물, 공산품, 기름값, 공공요금 모두 많이 올랐고, 금리도 높지만 임금은 제자리라 많은 노동자가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그런데 연금보험료를 왕창 올리겠다고? 선거 때는 ‘민생’을 얘기하며 노동자, 서민에게 모든 걸 퍼줄 듯 얘기하더니, 두 자본가 정당은 이제 노동자, 서민의 주머니를 털 궁리만 하고 있다.
노후에 많이 받을 수 있으니 지금 더 내라? 국회 연금특위가 꾸린 공론화위원회가 내는 돈을 9%에서 13%로 올리고, 받는 돈을 40%에서 50%로 높이는 안을 제시했다(이 안도 내는 돈은 9%에서 13%로 44%나 올리면서, 받는 돈은 40%에서 50%로 25%만 올린다는 점 등에서 문제가 많다). 그런데 두 자본가 정당은 내는 돈을 13%로 왕창 올리는 것만 수용해 합의하고, 받는 건 44%나 45%로 훨씬 더 낮추자고 했다. 민주당은 여당의 압력을 받아 보험료를 15%로 올리는 안까지 제시하기도 했는데(대신 받는 돈을 50%로 올리자고 했지만), 가진 자 정치인들의 소굴인 국회에 연금을 맡겨놓으면 더 내고, 덜 받고, 더 늦게 받는 연금 개악이 거듭될 것이다.
진짜 중요한 건 기금 고갈이 아니라 누가 부담할지다
기금 고갈은 국민연금 제도를 시행할 때부터 예정돼 있었다. 처음엔 보험료를 내는 사람만 많고 받는 사람은 없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받는 사람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기금이 고갈되면, 타국 연금제도처럼, 그리고 한국의 건강보험처럼 그해 걷어서 그해 주는 방식(부과식)으로 전환하면 된다. 따라서 중요한 건 고갈이 아니라 누가 재정을 부담할 것인가에 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총 221억의 연봉을 받았지만, 국민연금 보험료로는 월 25만 원 정도만 내면 된다. 보험료 상한제 때문에 월 소득 553만 원 이상 직장 가입자는 모두 월 25만 원 정도만 내면 되는 것이다. 국민연금을 공적 연금이라고 하지만, 이처럼 자본주의 사회에서 연금 제도는 자본가‧부자들의 뒤를 봐준다. 두 자본가 정당은 노동자 민중의 주머니를 더 털려고 할 뿐, 보험료 상한제를 없애려 하지 않는다.
연금기금 고갈이 빨라지는 이유로는 저출산과 경제위기도 있다. 저출산으로 보험료 내는 사람이 줄고, 경제위기로 일자리와 소득이 불안정해 보험료를 안정적으로 내는 사람도 줄기 때문이다. 그런데 저출산과 경제위기의 책임은 자본가 계급에게 있다. 경제를 잘못 운영한 것도 그들이고, 양질의 일자리 부족, 주거난, 비싼 교육비 등으로 아이를 낳아 기르기 어려운 사회를 만들어온 것도 그들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본가 계급이 연금 재정을 더 많이 부담하게 해야 한다.
이 사회의 부는 결코 부족하지 않다
이 땅의 노동자 계급은 모든 사람이 빨리 은퇴하고 다른 활동을 해도 먹고 사는 데 지장이 없을 정도로 충분한 부를 오래 전에 창출했다. 하지만 자본가 계급과 그 정치인들이 ‘이윤 극대화’를 신봉하기에 나이든 노동자든 젊은 노동자든 일자리를 놓고 서로 경쟁하고, 모두 낮은 임금을 받으며 적은 인원으로 고되게 일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바꿔야 한다. 직장가입자의 연금보험료에서 기업 부담을 1/2에서 2/3 이상으로 올리고,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국민연금에 대한 기업주 책임을 명확히 하는 등 자본가들에게 부담을 지워야 한다. 이를 위해 모든 세대의 노동자가 크게 단결해야 한다.
철도 격주간 현장신문 <노동자투쟁> 1면 사설, 2024년 5월 2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