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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계급의 해방은 노동자계급 스스로 쟁취해야 한다"
- 칼 마르크스
사설
 

노동자에겐 살인폭염, 자본가에겐 돈폭탄?


  • 2025-03-05
  • 16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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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날씨가 푹푹 찐다. 올해는 폭염이 더 일찍 왔는데, 8월쯤엔 한국도 40도를 넘길 수 있겠다고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이른 폭염으로 전국 곳곳에서 온열질환이 늘어나자 정부가 부랴부랴 대책을 내놨다. 취약계층에게 에너지 바우처를 만 원 더 주고, 전기요금 인상을 1년 유예하겠다고 했는데, 이런 ‘언 발에 오줌 누기’ 지원으로 민중이 살인폭염을 견딜 수 있을까? 물가는 뛰었는데, 월급은 제자리고, 노령연금도 매우 작아(여성 평균 39만 원, 남성 평균 76만 원) 수많은 민중은 폭염에 에어컨도 제대로 켜지 못할 것이다.


폭염 속의 노동자, 생색내기에 그치는 정부


땀을 줄줄 흘리며 밤늦게까지 한시도 쉬지 않고 짐을 수백 개씩 날라야 하는 배달노동자, 모자 하나로 뙤약볕을 가리며 타들어가는 듯한 몸으로 일해야 하는 건설노동자들, 계란이 바로 익을 정도로 뜨겁게 달궈진 철판 위에서 일해야 하는 조선소 노동자들…. 자본가의 주머니로 이윤이 계속 흘러들어가야 하기에 폭염 때 쉴 수 없는 노동자가 많다.


노동자를 보호하는 척하며, 고용부는 “매주 1회 이상 현장을 점검”하겠다고 결정했다. 그런데 수많은 현장을 돌아다니며 노동조건을 꼼꼼하게 점검할 인력이 터무니없이 부족하므로, 이 결정은 ‘립서비스’일 뿐이다.


또한 고용부는 “온열질환이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을 경우 작업 중지를 적극 활용해 달라”고 했는데, 이윤만 중시하는 자본가들이 폭염으로 노동자들이 괴로워하는 것을 ‘급박한 위험’으로 여길까? 그리고 ‘작업 중지’를 적극 활용하려 할까? 노동자들이 나서지 않으면, 고용부 지침은 공문구일 뿐이다.


기후 악당 대기업들에 돈 퍼주는 정부


폭염의 원인은 이산화탄소 과다 배출에 따른 지구온난화에 있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이상기후(가뭄, 산불, 폭우, 폭설 등)의 피해는 세계적으로 어마어마하고 앞으로 더 심각해질 것이다. 그런데 기후재앙을 막기 위해 자본가들과 정부가 진지하게 노력하고 있을까? 전혀 아니다.


탄소 배출량은 포스코, 현대차, SK, GS, 삼성 순으로 많다. 10개 대기업 집단과 한국전력을 합하면 국내 배출량의 64%에 이른다. 그런데 포스코는 친환경의 선두주자인 척하지만, 환경단체들이 계속 반대했는데도 삼척에 석탄화력발전소를 건설했다.


기후 악당인 대기업들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필요를 별로 느끼지 않는다. 왜? 쓰레기 종량제가 돈 주고 봉투 사면 쓰레기를 버릴 수 있는 제도이듯, 탄소 배출권은 ‘탄소 쓰레기’를 배출할 권리를 사고파는 제도다. 허용량보다 적게 배출하면 남은 탄소 배출권을 팔 수 있다. 그런데 친기업 정부가 대기업들에 공짜 배출권을 넉넉히 퍼줬기에, 2015~2021년 산업계는 배출권 3,800만t을 팔아 8,500억 원가량의 이익을 얻었다. 반면 산업 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5년부터 2021년까지 거의 항상 5,000만t 이상을 기록했다. 자본가들이 탄소 쓰레기를 적게 배출해 돈을 번 게 아니라, 정부가 자본가들의 뒤를 톡톡히 봐줬기에 자본가들이 탄소 쓰레기를 계속 많이 버리고도 돈폭탄을 맞은 것이다. 이것이 바로 자본주의의 민낯이다!


현대차도 ‘친환경’을 내세우며 전기차 생산을 늘려 왔다. 하지만 전기차에 필요한 전기는 온실 가스를 배출하는 석탄과 천연가스를 연소해서 생산한다. 그리고 전기차 배터리에 필요한 리튬을 채굴하는 과정에서 자본가들은 환경을 심각하게 파괴하고 있다. 자본주의는 절대 ‘친환경적’일 수 없다.


누가 이 사회를 운영할 건가?


자본가들이 이윤만 생각하며 이산화탄소를 마구 뿜어내 지구를 망가뜨려 폭염으로 노동자들이 고통받게 하는 것은, 이윤을 위한 임금 억제, 물가 폭등, 인력 감축, 침략 전쟁 등과 마찬가지로 노동자들을 겨냥한 자본가들의 또 하나의 계급전쟁이다.


따라서 폭염에 맞서 적절히 쉴 권리를 쟁취하려면 노동자들이 단결해야 한다. 나아가 기후재앙부터 노동착취까지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면 노동자들이 자본가들과 그 정부로부터 이 사회의 운전대를 빼앗아 와야 한다.

 

격주간 철도 현장신문 <노동자투쟁> 1면 사설, 2024년 6월 1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