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4일(월), 군 납품용 리튬전지를 생산하는 화성 아리셀 공장에서 연쇄폭발로 화재가 발생해 23명이 죽고 8명이 다쳤다. 23명의 사망자 중 18명이 이주노동자였다. 한 방울의 물에 바다의 많은 비밀이 담겨 있듯, 화성 아리셀 참사엔 자본주의의 야만이 가득 담겨 있다.
이윤이 먼저, 안전은 뒷전
동영상이 보여주듯, 최초의 폭발 이후 42초 만에 검은 연기가 가득 찰 정도로 연쇄폭발이 빠르게 일어났다. 리튬 1차 전지는 이처럼 위험천만한데, 아리셀 공장 자본가는 이런 ‘잠재적 폭탄’을 3만 5천개나 쌓아두고 그 옆에서 노동자들이 일하게 했다. 참사 생존자들은 “8개월 동안 일하면서 안전교육도 못 받았고, 대피 매뉴얼도 본 적 없어 비상구가 어딨는지도 모른다.”고 했다. 출입구 근처에 리튬전지를 가득 쌓아둬 폭발화재가 발생했을 때 노동자들은 출입구쪽으로 피하지 못하고 꽉 막힌 건물 안쪽으로 피했다가 목숨을 잃었다.
이번 참사는 예견된 것이었다. 인근 소방서가 올 3월에 ‘급격한 연소로 다수 인명피해 발생 우려’라고 정확히 경고했고, 6월 5일에도 공장을 방문해 화재안전 컨설팅을 했다. 하지만 소방서도 아리셀이 일반 소화기가 아닌 리튬전지 화재용 특수 소화시설을 갖췄는지를 확인하지 않는 등 허술했다. 이번 참사 이틀 전에도 아리셀 공장의 다른 건물에서 리튬전지가 폭발했지만, 자본가들은 다른 리튬전지들을 추가로 검수하지도 않았다.
아리셀로부터 리튬전지를 납품받아온 군에서도 툭하면 리튬전지 폭발사고가 발생했다. 그래서 군은 이미 4년 전에 열감지 시스템을 구축하기도 했다. 2021년과 2023년에 테슬라의 호주 메가팩 배터리에서도 리튬전지 관련 대형화재가 발생했다. 따라서 리튬전지의 위험성은 꽤 많이 알려졌지만, 이윤만 보고 달리는 자본가들은 언제 어디선가는 터질 수밖에 없는 사고가 자신들을 비껴가기만을 바란다. 그리고 정부는 리튬에 대한 안전규정도 제대로 마련하지 않는 등 자본가들의 안전불감증을 눈감아주다가 참사가 터진 다음에야 안전을 중시하는 척한다. 이런 행태는 불법파견 문제에서도 고스란히 되풀이되고 있다.
불법파견 범죄자가 처벌받지 않는 사회
파견법에 따르면, 제조업 직접생산공정엔 노동자를 파견할 수 없다. 그런데 아리셀은 인력파견업체 메리셀로부터 많은 노동자를 파견받아 일을 시켜왔다. 이런 불법파견은 노동착취를 강화할 뿐만 아니라 산재위험을 크게 높인다.
그런데 아리셀 같은 중소 제조업체에서 위장도급 형태의 불법파견은 매우 흔하다. 그리고 노동부는 이런 불법파견을 사실상 방치해 왔다. 게다가 현대기아차, 지엠 등 대자본가들은 불법파견 범죄를 수십 년 동안 저지르고도 하나도 제대로 처벌받지 않았다. 2022년 1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발생한 중대재해 510건 가운데 실형 선고는 1건뿐인 것처럼 말이다.
불법파견을 저질러도 별다른 문제가 없는데, 아리셀 자본가가 불법파견을 마다할 이유가 있었겠는가? 23명을 죽인 건 단지 아리셀 자본가가 아니라 이 야만의 자본가세상 전체다.
이주노동자는 죽으러 오지 않았다
이주노동자는 해마다 100명 넘게 죽었다. 정부와 자본가들이 값싸고 고분고분한 임금노예로 부려먹으려고만 할 뿐 안전은 외면해, 이주노동자들은 점점 더 많이 다치고 죽어갔다. 그런데 이주노동자들은 죽으러 한국에 온 게 아니다. 그들은 우리 한국노동자들과 똑같이 안전하게 일하길 원한다. 이윤을 위해 이주노동자들이 죽어가는 현장과 사회에선,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라도 한국 노동자들도 죽어갈 수밖에 없다.
이런 참사의 재발을 막으려면 산업안전시설을 대폭 확충하고 외주화를 전면 금지하며, 이주노동자를 비롯한 모든 노동자에게 노동권을 온전히 보장하고, 중대재해 사업장 자본가들과 불법파견 범죄자들을 모조리 구속시켜야 한다. 하지만 국민의힘 정부든 민주당 정부든 어떤 자본가 정부도 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조치를 취할 의지와 힘은 노동자들만 갖고 있다. ‘이윤 대신에 안전’을 중시하는 사회는 노동자들만 만들 수 있다.
철도 현장신문 <노동자투쟁> 1면 사설, 2024년 7월 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