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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계급의 해방은 노동자계급 스스로 쟁취해야 한다"
- 칼 마르크스
사설
 

부천 화재 – 안전보다 이윤을 중시하는 사회가 낳은 참사


  • 2025-03-06
  • 202 회

8월 22일 부천 호텔 화재로 7명이 죽고 12명이 다쳤다. 이번 화재 참사엔 구조적 문제가 깊이 도사리고 있다.


대피 안내방송을 과감하게 할 수 있으려면…


22일, 810호 객실을 예약했던 투숙객은 오후 7시 33분쯤 방에서 나와 1층 안내데스크로 가서 “에어컨 쪽에서 ‘탁탁’ 소리가 나고 탄 냄새가 난다”며 방을 교체해 달라고 했다. 투숙객이 방을 나간 직후 에어컨에서 불똥이 떨어져 소파와 침대에 불이 붙어 7시 38분 30초 즈음엔 복도 전체가 연기와 유독가스로 뒤덮였다. 호텔 직원이 810호 객실을 점검하러 가던 중 상황이 이렇게 빠르게 악화됐다.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왜 대피 안내가 없었을까? 


일부 언론은 호텔 직원이 안전불감증에 빠졌다고 비난한다. 물론, 대피 안내 방송은 필요했다. 하지만 호텔 노동자가 큰 화재가 발생할지 아닐지 정확히 모르는 상황에서, 사측에 상당한 손실을 입힐 수도 있는 대피 안내 방송을 혼자서 결정하고 실행할 수 있을까? 사장한테 잘못 찍힐 수도 있고, 심할 경우 잘릴 수도 있는데 호텔 노동자가 ‘이윤 대신 안전’을 제일로 여기면서 대피방송을 과감하게 하기가 쉽겠는가?


이윤을 우선시하며 안전을 외면하는 사회, 현장 상황을 가장 잘 아는 노동자에게 다양한 위험요인을 빠르게 판단하고 대처할 권한이 없는 사회에선 이런 참사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두 달 전, 아리셀 공장에서도 참사 이틀 전에 리튬전지가 폭발했지만, 자본가들은 다른 리튬전지들을 추가로 검수하지 않았다. 만약 이윤 대신 안전을 중시하고, 현장 노동자들이 작업장을 통제하는 사회였다면 노동자들이 ‘일하다 죽지 않을 현장’을 만들기 위해 미리 최선을 다했을 것이다.


스프링클러가 있었더라면?


최근 30여 명이 있던 한 고시원에서 불이 났지만 한 명도 다치지 않았다. 간이 스프링클러가 물을 뿜어내 불이 금방 꺼졌기 때문이다. 2018년, 7명이 죽고 11명이 다친 서울 종로구 국일고시원 화재 참사를 계기로 고시원과 산후조리원에 소화설비 설치를 의무화했고, 소방청이 지원사업을 벌여 왔다. 그 결과 고시원 화재 건수와 인명 피해 모두 크게 줄었다. 


하지만 이번에 불이 난 부천 호텔에는 스프링클러가 없었다. 2017년부터 6층 이상 모든 신축 건물에는 스프링클러 설치를 의무화했지만, 부천 호텔은 2003년 3월에 건축허가를 받은 ‘구식 건물’로 법이 소급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부천 호텔은 복도 내부 인테리어가 온갖 인화성 물질로 마감돼 있고, 복도가 너무 좁은 등 화재에 매우 취약했다. 이처럼 ‘구식 건물’일수록 화재에 더 취약하다는 점은 여러 노후 아파트 화재참사에서도 거듭 드러났다. 그런데 왜 그동안 스프링클러 설치를 의무화하지 않았을까? 소급적용은 법적으로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아니다.


병원이나 노인시설 같은 피난약자가 있는 곳에는 소급적용했다. 그런데 안전보다 비용을 우선시해서, 숙박업소를 제외하는 등 소급적용 범위를 최소화했다.


이윤 논리에서 벗어나야


결국 숙박업소 스프링클러 의무화를 가로막은 핵심 장벽도 비용 논리, 즉 이윤 논리였다. 스프링클러 설치를 의무가 아닌 권고로 해 알아서 하라고 하면, 중소영세 숙박업체들은 비용 부담 때문에 스프링클러를 설치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 이번 부천화재참사 같은 일이 되풀이될 것이다. 안전을 정말로 중시한다면, 스프링클러 설치를 의무화하고 예산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 


20대 대기업의 현금성 자산이 상반기에만 12조 늘었고, 5대 시중은행의 상반기 순이익도 8조2,505억 원으로 작년보다 더 늘었다. 노동자 피땀으로 쌓아올린 대기업과 주요 은행의 부를 일부만 가져와도, 모든 숙박업체, 아파트, 학교 등 다중이용시설의 화재를 막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안전보다 이윤이 우선인 자본가계급은 이렇게 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노동자계급은 우리의 노동으로 쌓은 부를 안전을 위해 쓰도록 강제해야 한다. 참사의 재발을 막을 힘은 이 세상을 굴러가게 만드는 노동자계급에게 있다.

 

(격주간 철도 현장신문 <노동자투쟁> 1면 사설, 2024년 8월 2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