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스라엘이 가자 지구에 지상군을 투입하겠다고 거듭 밝히고 있다. 이스라엘의 무차별 폭격으로 이미 어린이 수백 명을 포함해 팔레스타인인이 5천 명 이상 죽고, 만 명 넘게 다쳤다. 이스라엘이 지난 2주간 물, 식량, 전기, 연료까지 전면 봉쇄해 끔찍한 결과를 낳고 있다. “[이스라엘의 물 공급 차단으로]엄마들이 오염된 물로 분유를 타야 해, 중환자 아기가 증가하고 있다”, “[병원에 연료와 의료 물품이 부족해] 6개 신생아 병동에서 최소 130명의 미숙아가 ‘심각한 위험’에 처해 있다.”
미국은 ‘확전’을 원치 않는다고 하면서도 이스라엘 지지 입장을 분명히 밝혔고, 해군 전함도 인근에 배치했다. 미국은 ‘하마스와 다른 테러리스트들로부터 이스라엘이 국민을 지킬 권리와 의무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것은 위선이다. 진실을 알려면 역사를 알아야 한다.
제국주의 분할통치와 점령의 역사
1차 대전 중 영국은 적대 진영의 오스만 제국을 무너뜨리려고 팔레스타인인들에게 독립을 약속하며 반란을 고무했다. 그런데 동시에 영국은 시온주의자들[유대인들만의 민족국가를 건설하려는 자들]에게 팔레스타인에 시온주의 국가를 건설하는 걸 돕겠다고 약속했다. 영국 제국주의 이익을 위한 이런 이중플레이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의 역사적 씨앗이 됐다.
2차 대전을 계기로 세계의 주도권을 쥔 미 제국주의는 석유가 풍부한 중동에 자국의 경비견이 필요했기에 이스라엘 건국을 적극 도왔다. 미국에 힘입어 시온주의자들은 팔레스타인 땅에서 팔레스타인인을 75만 명 넘게 내쫓고 이스라엘을 세웠다. 수천 년간 평화롭게 공존했던 팔레스타인인과 유대인은 영국, 미국 등 제국주의 국가의 분할통치 전략 때문에 서로 대립하게 됐다.
이스라엘의 만행 때문에 중동에서 4차례 전쟁이 벌어졌는데, 그때마다 미국은 이스라엘을 굳게 지지했다. 미국 국방부 해외 원조의 48%, 미국 경제 원조의 35%까지 받을 정도로 이스라엘은 미국으로부터 전폭 지원받았다.
서울의 절반 정도인 가자 지구는 250만 명을 수용한 세계 최대의 감옥, ‘지붕 없는 감옥’이 됐다. 이곳은 인구밀도가 세계 최고 수준이며, 두 명 중 한 명은 일자리가 없다. 이스라엘은 이번 전쟁 전에도 의료시설을 57회나 폭격했고, 학교도 20회 이상 폭격했다.
윤석열은 사우디를 방문해 ‘두 국가 방안’을 지지한다고 했는데, 이 방안은 이미 한계를 분명히 드러냈다. 1987~1993년 1차 인티파다(대중항쟁) 이후, 1993년 오슬로 협정을 통해 ‘두 국가 방안’을 시도했으나 곧 사문화됐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인들의 민족자결권을 인정하지 않고 끊임없이 억압했으며, 미국은 언제나 이런 이스라엘의 든든한 후원자로 남았기 때문이다. 결국 제국주의 질서를 그대로 둔 채로는 두 민족이 평화롭게 살기 어렵다는 점이 분명히 드러났다.
누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나?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지상군을 투입하면, 하마스와 연대하는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북부를 더 거세게 공격할 것이다. 이 경우 전쟁은 이란과 미국의 대리전이 되고, 5차 중동전쟁이 벌어질 수도 있다. 세계경제 위기가 지속되고 있고, 우크라이나에서 미국과 러시아가 대리전을 치르고 있으며, 남중국해와 대만 등을 둘러싼 미중갈등이 심각한 상황이라 중동의 격랑은 3차 대전을 앞당길지도 모른다.
팔레스타인의 비극은 우리 모두의 비극이다. 250만 명이 ‘지붕 없는 감옥’에서 전쟁으로 삶이 파괴당하는 생지옥을 모두 고통스럽게 지켜보고 있다. 전쟁의 확산은 기름값을 치솟게 해 노동자들의 생활수준을 더 떨어뜨릴 것이다. 3차 대전이 다가올수록 목숨도 위협받을 것이다.
야만적 전쟁과 민족간 갈등을 끝낼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제국주의를 철폐하는 것이다. 이것은 오직 세계 노동자계급의 굳건한 연대를 통해서만 이룰 수 있다. 무고한 민간인을 살상하고, 대중에게 억압적인 하마스 같은 극단적 민족주의 조직은 문제를 악화시킬 뿐이다. 가자 지구 학살을 중단시키고, 모든 억압과 착취, 야만적 전쟁을 끝장내기 위해 노동자가 나서야 한다.
철도 격주간 현장신문 <노동자투쟁> 1면 사설, 2023년 10월 2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