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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계급의 해방은 노동자계급 스스로 쟁취해야 한다"
- 칼 마르크스
사설
 

국민연금 – 더 내고 더 늦게 받으라고?


  • 2025-02-27
  • 184 회

윤석열 정부가 연금개악으로 노동자의 주머니를 탈탈 털어가려 한다. 보건복지부 산하 자문기구인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가 9월 1일 ‘더 내고 더 늦게 받는’ 연금 개악안을 냈다. 보험료율은 9%에서 15%로 높이고, 연금 수급연령은 65세에서 68세로 늦추겠다고 했다.

보험료율이 9%인 지금, 월급 300만 원인 직장인은 월 소득의 4.5%인 13만5000원(사업자가 나머지 절반 부담)을 보험료로 낸다. 그런데 보험료율이 15%로 오르면 보험료가 22만5000원으로 뛴다. 지금도 물가는 높고 임금은 제자리걸음이라 살기 힘든데, 보험료를 어떻게 더 낼 수 있겠는가?


연금은 68세부터 받아라?


7일 통계청 발표를 보면, 평균 49.4세에 가장 오래 근무한 직장을 그만둔다. 법정 정년(60세)보다 10년이나 빠르다. 50세쯤 직장을 그만두는데 연금은 68세부터 받으라는 건 거의 20년 동안 ‘소득절벽’ 속에서 위태롭게 살라는 것이다. 잘 버텨 60세 정년까지 일한다 해도 68세까지 뭘 먹고 살라는 건가? 그렇지 않아도 노인 빈곤율과 자살률이 세계 1위인데, 연금개악은 노년의 삶을 훨씬 더 파괴하는 것이다. 더 내고 더 늦게 받게 하면서도 연금으로 받는 돈(소득대체율)은 한 푼도 올리지 않으려 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6월에 ‘길어지는 연금 공백기’에 대한 대안으로 직무급제와 점진적 퇴직제도 등을 제안했다. 호봉제는 나이가 들수록 임금이 올라가므로, 호봉제를 없애고 직무급제로 전환해 임금을 대폭 삭감하겠다는 것이다.

점진적 퇴직제는 은퇴할 때까지 임금과 함께 노동시간을 점차 줄여가는 것이다. 임금피크제의 변형일 뿐이다. 정년퇴직 후에 임시직, 촉탁직 등으로 재고용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지배자들이 내놓는 방안에는 그 어디에도 일자리 보장과 소득 안정은 없다.


미래 세대를 위해?


윤석열 정부는 “미래세대를 위해 연금개혁을 반드시 하겠다”고 해왔다. 바꾸지 않으면, 연금 기금이 2055년에 고갈돼 미래세대의 노인부양 부담이 매우 커진다는 것이다.

그런데 국민연금은 1988년 도입 당시부터 고갈되도록 설계됐다. 국민연금을 오래 납입한 사람들만 연금을 수급하는 방식이기에 처음엔 납부자는 많아도 수급자는 적었다. 하지만 갈수록 수급자가 늘어나기에 고갈은 시간문제일 뿐이었다. 기금이 고갈되면 지금의 건강보험처럼 그 해에 필요한 돈을 그 해에 모으는 ‘부과식’으로 바꿔 운영할 수도 있다. 따라서 진짜 중요한 것은 고갈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가 아니라 누가 재정을 부담할 것인가다.

이 문제에서 노동자들은 미래 세대를 위해 현 세대가 희생할 것인가 아니면 현 세대를 위해 미래 세대를 희생시킬 것인가를 고민해선 안 된다. ‘세대 갈등’은 지배자들이 놓은 덫이다. 세대 갈등을 거부하고 노동자는 하나로 단결해야 한다.


자본가들과 정부가 부담해야


아이슬란드와 에스토니아는 공적연금을 고용주가 전액 부담한다. 노동자는 한 푼도 부담하지 않는 것이다. 슬로바키아는 총소득의 18.75%를 고용주가 부담하고, 노동자는 4%만 부담한다. 자본가가 노동자보다 4.69배를 내는 것이다. 한국은 자본가와 노동자가 반반씩(각 4.5%) 내는데, 자본가가 노동자보다 더 많이 부담하는 OECD 나라로는 프랑스, 스웨덴, 이탈리아, 포르투갈, 그리스 등 15개국이 넘는다. 이처럼 한국에서도 자본가들이 더 부담하게 할 수 있다!

윤석열 정부가 법인세, 종합부동산세 등을 인하해 준 것이 5년간 60조 원이다. 다시 자본가, 부자들의 세금을 올린 다음 국고로 국민연금을 지원할 수도 있다.

문제는 자본가들과 그 정부가 노동자를 위해 순순히 양보할 리가 없다는 것이다. 저들이 물러나게 하려면 청년부터 노년까지 모든 노동자가 단결해 싸워야 한다. 더 빼앗기고 더 파탄나지 않기 위해, 모든 걸 되찾기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힘을 모으자.

 

 

철도 현장신문 1면 사설, 2023년 9월 1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