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노동자계급의 해방은 노동자계급 스스로 쟁취해야 한다"
- 칼 마르크스
사설
 

노동시간 개악 – 노동자 과로로 자본가 배 채우려는 것


  • 2025-02-27
  • 187 회

윤석열 정부가 주 69시간(7일 기준이면 80.5시간)까지 몰아서 일하게 하려 하자 반발이 컸다. 직장인의 91.5%가 부정적이었다. 기절시간표와 풍자 영상이 널리 퍼졌다. 국정 지지율이 3월 첫째 주 42.9%에서 36%로 크게 떨어졌다. 결국 윤석열이 “60시간 이상은 무리”라고 한 발 물러섰지만, 노동시간 개악 의지는 여전하다.


만성과로 기준, 주 48시간


이미 15년 전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들은 노동부 연구용역 보고서에서 ‘3개월간 주 48시간’을 만성 과로 기준으로 제시했다. 이 전문가들은 하루 8시간을 넘는 장시간 노동은 고혈압, 관상동맥질환을 크게 악화시켜 과로사를 낳고, 우울과 불안 등 정신건강을 해치며 안전사고 위험을 높이고, 야간노동과 결합하면 암도 유발한다고 했다.

지금도 한국은 심각한 과로 사회다. 연평균 노동시간은 1,915시간으로(2021 기준) OECD 최고 수준이다. OECD 연평균 1,716 시간에 비해 199시간이나 많고, 독일(1,349시간)에 비하면 566시간이나 많다.

따라서 노동시간을 (임금삭감 없이) 대폭 줄여야 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노동자들은 주 36.7시간을 원했다. 특히 20대는 35시간, 30대는 36시간으로 젊을수록 희망근무시간이 더 짧았다.


미래세대를 위한 노동개혁?


이처럼 청년노동자의 열망에 완전히 반하는 노동시간 개악이 어떻게 ‘미래세대를 위한 노동개혁’인가? 몰아서 일하고 한 달 제주 산다? 지금도 대체인력이 너무 부족하다. 임금이 너무 낮아 연차수당 받으려고 연차를 다 못 쓰고 있다. 그런데 어떻게 한 달 쉴 수 있겠는가?

정부 개악안에 따르면 임금도 삭감된다. 민주노총 법률원은, 연장근무 수당을 매달 30만 원씩 받는 노동자에게 개악안을 적용하면 연 평균 임금이 108만 원 깎인다고 했다. 최근 치킨·햄버거·피자를 비롯한 외식 물가와 가공식품 가격이 잇따라 오르는 등 물가가 여전히 높은데 노동자의 허리띠를 더 조르려 하는 것이다.

정부의 노동시간 개악은 노동자에겐 독약이지만 자본가에겐 보약이다. 애당초 윤석열은 후보 시절에 스타트업 청년자본가들을 만난 뒤 “1주일에 120시간 바짝 일해야 한다”고 했다. 노동자를 희생시켜 자본가의 배를 채우려는 노동시간 개악은 ‘전면 폐기’해야 하지, 일부 MZ노조가 주장하듯 ‘보완’해선 안 된다.


우회로도 경계해야


정부는 반발을 고려해 다른 형태로 개악하려 할 수 있다. “주 최대 근로시간을 59시간 이하로 낮출 바에야 탄력근로제 문턱을 낮추는 게 더 낫다는 지적이 나온다.”(한국경제 3월 24일) 지금도 노사 합의로 3개월 탄력근로제를 도입하면 최대 6주까지 주 64시간 일을 시킬 수 있는데, 문턱을 더 낮추자는 것이다.

특별연장근로 신청 건수가 2019년 908건에서 2021년 6477건으로 급증했다. 기존엔 허가 사유를 ‘재해·재난 수습’으로 엄격히 제한했으나 2019년에 업무량 폭증, 연구개발 등 4개 사유를 추가해 줬기 때문이다. 특별연장근로는 노동자와 근무일정을 조율하지 않고도 최대 64시간 노동을 시킬 수 있다. 정부는 이 특별연장근로를 더 확대하려 할 수 있다.


군사적·경제적 총알받이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윤석열 정부는 일제 강제동원에 면죄부를 주면서 중국에 맞선 한미일 군사동맹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이는 과거 노동자를 희생시키는 것일 뿐만 아니라 미래 노동자를 제국주의 전쟁의 총알받이로 전락시키려는 것이다. 노동시간 개악은 경제위기 상황에서 점점 더 격해지는 경제전쟁에서 한국 자본가의 이윤을 지키려고 노동자를 경제적 총알받이로 희생시키려는 것이다. 강제동원 면죄부와 노동시간 개악으로 정부 지지율이 급락하는 지금이 모든 노동자가 목소리를 내고 힘을 모을 수 있는 기회다.

 

 

철도 현장신문 <노동자투쟁> 1면 사설, 2023년 3월 2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