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6~17일 건설노조의 1박 2일 집회를 계기로, 윤석열 정부가 집회‧시위 탄압 방침을 노골화하고 있다. 먼저, 사전 차단이다. 야간 및 출퇴근 시간대의 집회‧시위를 제한하겠다고 했다. 집회를 ‘신고제’가 아닌 ‘허가제’로 바꾸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다음으로, 사후 강경 대응이다. 경찰은 6년 만에 집회 해산·검거 훈련을 재개했고, 5월 31일 민주노총 집회에는 그동안 자취를 감췄던 ‘캡사이신’(최루액)까지 선보였다.
집회‧시위 탄압 방침은 곧바로 실현됐다. 5월 25일 현대차, 한국지엠 등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불법파견 판결을 빨리 마무리하라며 대법원 앞에서 야간 문화제를 개최하려 했다. 지난 3년 동안 20여 차례나 아무 문제없이 해왔던 야간문화제였다. 그런데 경찰이 이를 집회로 규정하고 강제 해산시켰다.
5월 31일 건설노조 양회동 열사 추모문화제 때 분향소를 설치하려 하자 경찰이 달려들어 강제 철거했다. 이 과정에서 집회 참가자 2인이 이마에 상처를 입고 팔이 부러졌다. 같은 날 경찰은 비정규직 권리를 위해 광양제철소 앞에서 고공농성을 하던 한국노총 금속노련 사무처장을 머리에서 피가 흐를 정도로 곤봉으로 때리며 폭력 진압했다.
모든 노동자를 노리는 경찰 폭력
정부는 ‘선량한 시민’을 보호하기 위해 ‘불법’ 집회를 규제하는 것이라고 한다. 거짓말이다! 경총 같은 자본가단체와 조중동을 비롯한 자본가언론은 하루가 멀다 하고, ‘국가경쟁력’[어느 나라 자본가가 노동자를 더 잘 착취하는지를 둘러싼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노동개혁’에 속도를 내자고 부르짖고 있다.
그들은 프랑스 마크롱 정부처럼 노동개악, 연금개악을 밀어붙여야 한다고 정부한테 주문한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은 2012년 해고 규제를 완화했다”며 정규직도 쉽게 해고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해소하기 위해 정규직의 고용과 임금을 비정규직 수준으로 떨어뜨릴 것을 권한다. 국민의힘이 지금 추진하는 ‘동일노동 동일임금’은 임금의 하향평준화일 뿐이다. (사회적 반발을 고려해 주69시간까지는 아니더라도) 주60시간까지는 몰아서 일하게 하려 한다. 파견제를 확대해 비정규직을 더 늘리려 한다.
이런 노동개악을 밀어붙이려면 노동자들의 반발을 억눌러야 하기에, 노동자들의 집회‧시위를 폭력적으로 탄압하는 것이다. 집회‧시위 폭력 탄압은 노동개악을 통한 착취 강화의 출발점이다.
저항의 분출을 막으려는 것
한편, 집회‧시위에 강경 대처하는 것은 박근혜 정부를 무너뜨린 촛불시위 같은 대규모 저항을 우려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한미일 동맹 강화와 전쟁몰이로 평화를 위협하고, 노동‧연금 개악으로 노동자의 삶을 위협하며, 공공요금 인상과 전세사기 졸속 대책 등으로 대중의 삶을 파탄 내는 정부에 대한 불만이 쌓이고 있다. 이런 불만은 계기만 주어지면 폭발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정부는 집회‧시위를 강경하게 탄압하면서 정치적 위기를 관리하려 하고 있다.
집회‧시위에 대한 폭력 탄압은 모든 노동자를 노리는 노동개악의 일환이므로, 모든 노동자가 분명하게 반대해야 한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을 갈라치기하고, 제조업 노동자와 사무직 노동자를 가르고, 집회‧시위 참가자와 비참가자를 이간질하려는 정부와 자본가언론의 교활한 분열책동을 거부해야 한다.
경찰 폭력 강화는 단순히 과거 군사독재, 권위주의 정부만의 특징이 아니다. 그것은 경제위기 시 자본가정부의 필연적 특징이다. 지금 프랑스, 영국 등 수많은 나라에서 자본가들의 이익을 필사적으로 지키려고 자본가정부들이 경찰 폭력을 강화하고 있다.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정부 때도 경찰 폭력으로 수많은 노동자가 두들겨 맞고 잡혀 갔다.
경찰 폭력에 맞서려면 내년 총선에서 심판하자며 당면 투쟁을 회피할 것이 아니라 노동자계급의 단결투쟁을 강화해야 한다. 모든 곳에서 들고 일어나는 노동자들을 경찰이 막을 순 없다. 그리고 스스로 방어할 능력을 갖추고 전진하는 노동자들을 막을 수 있는 세력은 없다.
철도 현장신문 <노동자투쟁> 1면 사설, 2023년 6월 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