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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계급의 해방은 노동자계급 스스로 쟁취해야 한다"
- 칼 마르크스
사설
 

잼버리 파행 – 무능, 탐욕, 전쟁위협을 모두 드러내다


  • 2025-02-27
  • 18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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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설명: 세종정부청사 앞에서 새만금 신공항 건설 반대 선전전을 하고 있다(출처_새만금 신공항 백지화 공동행동)


세계 청소년 4만 3천 명이 참여한 새만금 잼버리는 ‘즐거운 놀이’가 아니라 ‘끔찍한 고문’이었다. 역대급 폭염에 참가자들이 잇따라 쓰러졌다. 뙤약볕을 가릴 나무 한 그루 없었다. 환자가 수백 명씩 쏟아지는데 의료진과 시설은 턱없이 부족했다.

찜통더위에 샤워기에선 더운물이 나오고, 화장실은 부족하고 먼 데다 에어컨도 작동하지 않았다. 2년 만에 속전속결로 갯벌을 메운 야영지는 배수도 안 됐다. 온갖 벌레가 물어댔다. 참가자가 받은 구운 달걀에는 곰팡이가 피어 있었다. 생수도 제대로 보급되지 않았다.

태풍을 피해 새만금에서 철수한 다음에도 문제는 계속됐다. 8월 8일 충남의 한 대학교 직원들은 예멘 잼버리 대원 170명을 기다렸다. 출장 뷔페까지 준비했다. 하지만 아무도 오지 않았다. 시리아 대원 숙소로 지정된 곳도 비슷했다. 예멘과 시리아 대원들은 입국도 안 했는데, 잼버리 조직위는 지자체에 숙소와 음식을 요청했다. 6년 동안 1,400억 원을 들여 준비했는데 이 모양이었다. 윤석열 정부에서 이태원, 오송 지하차도, 잼버리 등 참사가 이어지고 있다.


예견된 참사


잼버리를 유치할 때 전북에선 무주 태권도원과 구천동 야영장처럼 수풀이 우거진 천혜의 후보지가 거론됐지만 무시됐다. 잼버리를 한여름에 새만금 매립지에서 치르는 건 폭염, 폭우 등을 고려할 때 ‘미친 짓’이라고 시민사회단체가 계속 외쳤지만 모두 무시당했다.

새만금에서도 이미 매립된 땅을 놔두고 잼버리 장소로 갯벌을 선택했다. 왜? 갯벌 매립이 토건자본에 돈이 되기 때문이다. 2020년 2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무려 267만평의 갯벌을 부랴부랴 매립하는 데 농지관리기금 1,845억 원이 편법으로 전용돼 토건자본의 배를 불렸다. 

“항만·철도·공항 등 인프라를 빨리 만들 명분을 위(정부)에 줘서 예산을 빨리 빼내려고 새만금에 잼버리를 유치”했다고 2017년 11월에 전북도의원이 말했다. 잼버리는 애초부터 목표가 아니었다. 토건자본의 돈벌이와 정치 관료들의 치적 쌓기 수단일 뿐이었다.


미군의 대중국 전쟁 활주로 증설


선거 때마다 후보들은 새만금 신공항 건설을 부르짖었다. 전북 정치권이 잼버리 성공을 위해 국제공항이 꼭 필요하다며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를 요구하자 문재인 정부는 덥석 수용했다. 그런데 아직 첫 삽도 안 뜬 새만금 신공항 건설은 미군의 대중국 전쟁 활주로 증설일 뿐이다.

군산엔 미군기지가 있다. 군산과 중국의 거리는 400km 정도로 매우 가깝다. 서울-부산 간 거리와 엇비슷하다. 미군은 1991년까지는 이곳에 핵무기도 비축하고 있었고, 최근엔 공격용 무인기 등 첨단 무기를 계속 반입하고 있다. 이 기지는 중국 타격을 목표로 하는 미국의 전략기지인 셈이다.

새만금 신공항은 미군이 사실상 통제하는 군산공항의 확장일 뿐이다. 미군은 애초 사업계획에 없던 군산공항과 새만금 신공항을 연결하는 유도로를 요구했다. 그리고 하나의 관제탑에서 두 공항을 통제해야 한다고 했다. 신공항 활주로가 군산공항에서 직선으로 1.3km 떨어져 기존 활주로와 같은 높이로 닦일 것이다. 2020년 10월 국감 때 환경부 장관은 신공항을 두고 ‘기존 공항에서 일정 부분 더 커지는 것’이라고 답했다.

새만금 신공항은 다른 여러 지방공항처럼 적자공항이 될 게 뻔하다. 그런데도 건설을 강행하려는 것은 미국의 대중국 전쟁 책동을 도와 한반도를 더 빠르게 불바다로 만드는 것일 뿐이다. 새만금 신공항 건설을 백지화해야 한다.


나라 망신? 자본주의 망신!


이번 잼버리 파행을 놓고 여러 언론이 전 세계에 ‘나라 망신’을 톡톡히 시켰다고들 말한다. 그러나 잼버리 파행은 무엇보다도 토건자본 등의 이윤을 위해 굴러가고, 자본가 이익에 복무하는 정치인들이 통치하는 자본주의 체제가 얼마나 탐욕스럽고 무능한지를 톡톡히 보여줬다. 그리고 자본주의로부터 자라나온 제국주의는 폭염, 태풍의 위협보다 훨씬 더 심각할 피비린내 나는 전쟁의 위협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보여주고 있다.


(철도 현장신문 1면 사설, 2023년 8월 1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