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 안전한 사회를 누가 만들 건가?
“압사당할 거 같아요 … 경찰이 좀 통제해서…”, “큰일 날 것 같다.”
156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태원 참사 전 4시간 동안 112 신고가 무려 79건이나 접수됐다.
대중의 안전에 둔감한 경찰과 정부
하지만 경찰 지도부는 매우 안일했다. 그날 시위 대응 차원에서 서울 도심 곳곳과 용산 대통령실 근처에 약 6,000명의 경찰을 배치했는데, 참사 직전인 밤 9시쯤 시위가 끝나자 이들을 모두 철수시켰다. 그중 일부를 이태원으로 파견해 일방통행 등 간단한 조치만 실시했어도 참사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경찰 지도부, 서울시, 윤석열 정부 등은 할로윈 축제에 참가한 대중의 안전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노동자와 민중의 시위를 통제하는 것은 우선순위에 뒀지만, 대중의 축제를 안전하게 보장하는 것은 안중에 없었다.
책임 회피엔 민감
참사 후 정부는 “주최자가 없는 행사라 대비하지 못했다”고 해왔는데, 이는 책임 회피일 뿐이다. 2020년 용산경찰서가 작성한 할로윈 종합치안대책 보고서를 보면 '인구 밀집으로 인한 압사 상황 대비', ‘폴리스라인을 설치해 현장 질서 유지’ 같은 문구가 나온다.
8년 전 서울시도 재난 대응 매뉴얼을 수십 개나 만들었고, 안전사고 항목엔 압사도 있었다. 이미 만들어놓은 매뉴얼조차 지키지 않을 정도로 경찰이나 서울시, 정부는 대중의 안전에 둔감했다.
그러나 책임 회피엔 민감했다. 이번 참사를 ‘사고’로, 희생자를 ‘사망자’로 표현하라고 지시했다. 용어를 왜곡해 책임을 회피하겠다는 얄팍한 꼼수다. 경찰청은 참사 직후 진보 단체, 언론 등의 동향을 담은 내부 문건을 작성했다. 경찰은 ‘민중의 지팡이’가 아니라 ‘권력의 몽둥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보여줬다.
이태원 참사는 어디에나 잠복해 있다
이태원 참사는 이태원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가령, 출퇴근길 서울 지옥철은 참사 당시의 이태원만큼이나 혼잡도가 높고, 크고 작은 사고의 위험성도 높다. 노동자들이 안전인력 충원을 주구장창 요청했지만, 역대 모든 정부는 이런 요구를 묵살해 왔다.
기관사들을 충원하면 출퇴근 시간대에 열차 운행을 늘려 지하철의 혼잡도를 낮출 수 있고, 역무원들을 충원하면 출퇴근 시간대에 승객이 보다 안전하게 열차에 타고 내리게 할 수 있다.
하지만 신당역 살해사건이 터졌을 때 ‘2인 1조 순찰’을 자기 SNS에 올렸다가 곧바로 내린 오세훈 서울시장이 인력을 충원하겠는가? 경제위기의 책임을 노동자에게 떠넘기고, 자본가들의 배를 불리려고 공공부문 민영화와 인력감축을 밀어붙이고 있는 윤석열 정부가 인력을 충원하겠는가? 윤석열이 아무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 운운해도 모두 립서비스일 뿐이다.
안전한 사회는 노동자들만이 만들 수 있다
역대 모든 정부는 노동자‧민중의 안전을 외면하고 자본가의 이윤만 중시해 왔다. 예를 들어, 문재인 정부도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외면했고, 최저임금 1만원도 노동시간 단축도 다 포기했다.
안전한 사회는 노동자들이 민주당으로부터도 독립해, 자본가들과 정부에 맞서 싸워 일터와 사회의 운영권을 두 손에 틀어쥘 때만 건설할 수 있다. 이태원 참사에 책임을 지고 윤석열 정부는 퇴진하라고 노동자들도 촛불을 들 수 있지만, 무엇보다 자신의 고유한 요구를 내걸고 고유한 방식으로 투쟁할 필요가 있다. 안전인력 충원, 임금삭감 없는 노동시간 단축으로 일자리 늘리기, 모든 해고 금지, 물가폭등에 맞선 임금 대폭인상, 중대재해 기업 처벌 강화!
철도 현장신문 <노동자투쟁> 1면 사설, 2022년 11월 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