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안전을 볼모로 하거나 저임금 노동자의 일자리를 빼앗는 불법 파업은 단호하게 대응할 것. 그것이 정부의 존재 이유이기 때문.” 화물연대, 서울교통공사, 철도 파업을 언급하며 대통령실이 11월 30일에 발표한 입장이다.
역대 정부가 늘 그랬듯, 윤석열 정부도 노동자들이 왜 파업하는지는 눈곱만큼도 관심이 없고 ‘불법’ 딱지 붙이기에 바쁘다. “국민의 안전을 볼모로” 운운하는 이 정부의 잣대에 따르면 모든 파업은 불법이다.
화물노동자가 일손을 멈추면 시멘트, 정유, 철강 운송이 멈춘다. 철도·지하철 노동자가 파업하면 시민의 발이 묶인다. 이 세상의 모든 제품과 서비스를 생산하는 노동자들이 멈추면 세상이 멈춘다. 파업은 이 힘을 이용해 안전운임제, 인력충원, 임금인상 등 절실한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노동자들이 사용하는 정당한 권리다. 윤석열 정부는 모든 파업을 금지하고 싶고, 모든 노동자가 고분고분한 현대판 노예로 살게 하고 싶다고, 그것이 (자본가들을 위한)‘정부의 존재 이유’라고 톡 까놓고 말하라!
자본가 정부의 존재 이유
윤석열 정부는 시멘트 분야 화물연대 파업노동자 2500여 명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했고, 정유·철강 등으로도 이 명령을 확대할 수 있다고 했다. 업무개시명령은 2003년 화물연대 총파업을 계기로 2004년에 노무현 정부가 만든 것으로, 강제노동을 금지하는 헌법 12조 1항조차 무시하는 악랄한 파업파괴 조치다. 정부는 자본가들의 사유재산권을 위해서라면 이런 헌법 조항을 언제든 휴지조각으로 만들 수 있다는 점을 정확히 보여주고 있다.
정부는 지금 업무개시명령을 통해 화물연대 파업을 깨고, 화물노동자들을 과로·과속의 구렁텅이로 밀어 넣으려 한다. 화물노동자들은 안전운임제 영구화, 적용 품목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안전운임제를 적용받지 못하는 노동자의 사례를 보면, 1998년부터 2021년까지 24년간 소비자물가상승률이 79.8% 올랐는데 운송비는 겨우 26.6% 올랐다. 운송비가 낮으니, 가족 생계비를 벌기 위해 주6일 하루 14-19시간까지 일해야 하고, 과속과 심야 졸음운전도 자주 해야 한다. ‘더 이상 이대로는 살 수 없’기에 화물노동자들이 지난해 11월 파업까지를 포함해 1년 사이에 세 차례나 파업에 나섰는데, 정부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보내고 있다가 이제는 막가파처럼 업무개시명령을 통해 화물노동자들의 파업과 생존권을 짓밟고 있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가 이렇게 행동하는 것은 자본가들도 ‘더 이상 이대로는 살 수 없다’고 아우성치기 때문이다. 고금리·고환율·고물가의 3고 위기 상황에서 자본가들은 화물연대 파업으로 자신들의 이윤이 줄어드는 것을 참기 힘들었다. 그래서 윤석열 정부 관료들을 만나 건설, 철강, 자동차, 정유, 화학 분야 등에서 자본가 경제가 어떻게 마비되고 있는지를 생생하게 알린 뒤, 하루빨리 화물연대 파업을 짓밟으라고 강하게 주문했다. 안전운임제 일몰, 과로·과속의 위기에 처한 ‘화물노동자의 재난’엔 너무나도 둔감했던 정부는 ‘자본가들의 재난’엔 아주 민감했다. 결국 ‘자본가 국민’들의 명령을 받들어 업무개시명령을 선포했다. ‘자본가 정부의 존재 이유’는 위기에 처한 자본가들을 살리기 위해 위기에 처한 노동자들을 벼랑 끝으로 무자비하게 밀어버리는 것이다.
노동자계급에 대한 전쟁 선포
업무개시명령은 화물연대 노동자만이 아니라 모든 노동자를 겨눈 자본가정부의 전쟁 선포다. 화물연대 파업만이 아니라 서울지하철·철도 파업 등까지 거론하며 ‘불법 파업’, ‘정치 투쟁’ 운운한 것은 자본가들의 경제가 더 어려워지고 있으므로, 앞으로 파업 전반에 대해 단호하게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오봉역 사고가 인력부족 때문에 발생했는데도, 노동자 탓, 노조 탓을 계속하며 인력감축을 계속 밀어붙이고 있다. 민영화도 계속 추진할 것이다.
“저임금 노동자” 운운한 것은 그들을 위한답시고 대기업·공기업 노동자들의 호봉제를 없애고 직무급제를 늘리는 임금체계 개악을 밀어붙이겠다는 간접적 의사 표시다. 물론 정부는 인력감축, 외주화, 임금가이드라인 등을 통해 공공부문 저임금 노동자의 생존권도 짓밟고 있다. 화물연대 파업과 서울교통공사 파업, 철도파업을 분리시켜 각개격파한 뒤, 노동시간 개악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개악 등을 통해 공공·민간 노동자 모두 더 과로하고, 더 위험하게 만들려 할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경제위기 시의 자본가정부답게 자본가를 살리고 노동자를 죽이기 위해 온갖 수단을 다 동원하고 있다. 그렇다면 노동자들도 노동자답게 스스로를 살리기 위해 총파업을 포함해 온갖 수단을 다 동원해 자본가정부에 맞서야 한다. 자본가계급과 노동자계급의 대결에선 힘이 모든 걸 결정한다. 노동자계급의 힘을 최대한 모으자!
2022년 12월 1일
노동자투쟁(서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