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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계급의 해방은 노동자계급 스스로 쟁취해야 한다"
- 칼 마르크스
사설
 

박근혜 사면은 노동자 모욕이다


  • 2025-02-23
  • 194 회
문재인 정부가 박근혜를 사면했다. 22년 형기의 반의 반도 채우지 않았는데 풀어줬고, 벌금 150억 원까지 면제해 줬다. 그런데 이것은 놀랍지 않다.
1997년 대선 직후에도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가 강력히 건의해 김영삼이 전두환과 노태우를 사면했다.
범죄를 저지른 다른 지배자를 지배자가 사면하는 건 노동자에겐 모욕이지만, 지배자들 사이에선 흔한 일이다.

노골적으로 자본가 뒤를 봐준 박근혜 정부

박근혜 정부 4년은 노동지옥 4년이었다. 철도민영화와 임금피크제, 성과연봉제를 밀어붙였고, 파업하면 대량으로 징계하고 폭력경찰을 투입하기도 했다.
해고를 쉽게 하고, 자본가 맘대로 노동자에게 불리하게 취업규칙도 바꾸게 하려 했다. GM 회장의 요구대로 통상임금 문제를 꼭 풀겠다고도 했다.
국정교과서로 대중의 역사의식을 더 왜곡시키고, 저항하는 농민을 경찰의 물대포로 죽이며, 민주노총 위원장을 감옥에 가뒀다.
노동자 민중의 분노가 쌓여가던 상황에서 이재용을 비롯한 자본가들에게 뇌물을 받았다는 의혹이 터져 나왔다. 결국 연인원 1700만 명이 참여한 촛불투쟁으로 박근혜는 탄핵당하고 감옥에 갇혔다.

노동존중 내걸고 자본가 존중해온 문재인 정부

촛불투쟁 초기에 민주당은 여야 영수회담, 거국내각 등을 제안하며 촛불투쟁을 가라앉히고 박근혜 정부를 구원하려 했다.
촛불투쟁에 뒤늦게 올라타 집권했지만, 문재인 정부 5년은 노동자 농락의 5년이었다. ‘노동존중’을 내걸었지만 박근혜 정부조차 밀어붙이기 어려웠던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악을 밀어붙였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내걸었지만, 덩치 큰 용역회사에 다름 아닌 자회사로 전환시켰다. ‘20년 일해도 최저임금’이란 말처럼 정권이 바뀌어도 노동자의 삶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얼마 전엔 이재용까지 풀어줬고, 노태우 국가장도 치렀다.
결국 이번 사면은 문재인 정부가 박근혜 정부의 뒤를 이어 5년 동안 걸어왔던 반노동자, 친자본가 행보의 결정판이다.

국민 통합이라고?

문재인은 이번 박근혜 사면의 명분으로 ‘국민 통합’을 내걸었다. 대체 누구와 통합한다는 건가?
수십 년 동안 불법파견을 저지르며 배를 채운 자본가들은 하나도 처벌받지 않았지만, 그에 맞서 싸운 기아차 비정규직 김수억을 비롯한 노동자 17명은 총 22년 6개월을 구형받았다.
정부의 외면 속에서 차가운 길바닥에서 농성하는 해고자들이 수두룩하다. 취업노동자들은 인력이 부족해 과로하고, 실업노동자들은 일자리가 부족해 괴로워한다. 그런데 정부 대책은 단기 알바 일자리를 줬다가 주기적으로 해고하는 것뿐이다.
노동자들의 삶을 팽개치면서 추진하는 ‘국민통합’은 ‘지배자들 간의 통합’일 뿐이다. 박근혜 사면에 대한 반발을 무마하려고 야만적 탄압의 희생자인 이석기 전 의원을 생색내기로, 그것도 전자발찌를 채워 가석방한 건 기만이다.
이재명은 박근혜 사면을 존중한다고 했고, 윤석열은 박근혜를 찾아뵙겠다고 했다. 이재명은 “비정규직도 그리 나쁘지 않다”고 했고, 윤석열은 “해고가 자유로워야 한다”고 했다.
대통령으로 이재명이 되든 윤석열이 되든, 노동자의 삶은 여전히 힘겹고 자본가들은 여전히 왕처럼 군림하며, 정치 관료들은 여전히 자본가 시녀 노릇을 하고 지배자들은 여전히 서로 뒤를 봐줄 것이다.
이런 굴레에서 벗어나려면 노동자들은 어떤 지배자도 믿으면 안 된다.


현장신문 <노동자투쟁> 1면 사설(2022년 1월 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