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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계급의 해방은 노동자계급 스스로 쟁취해야 한다"
- 칼 마르크스
사설
 

CJ택배 파업: 노동자가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


  • 2025-02-23
  • 178 회
민주노총 택배노조가 CJ택배 파업 65일째인 3월 2일 협상을 타결하고 파업을 끝냈다. 이 파업은 노동자와 자본가의 대립에 대한 중요한 진실을 보여줬다. 어느 자본가 언론은 CJ대한통운 택배 파업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한쪽은 죽어야 끝날 극한 대립.”
‘합의 이행’을 내걸고 CJ택배 노동자 2000여 명이 두 달 넘게 파업하는데도 진짜 사장인 CJ대한통운 사측은 대화조차 거부했다. 대신 대리점 사장들을 통해 “파업 풀어라”, ‘(파업을 무력화하는)대체 배송 받아들여라’고만 했다. 파업을 고사시키려 한 것이다.
파업노동자들이 CJ대한통운 본사를 점거하고, 곤지암 허브를 잠시 봉쇄했더니 CJ대한통운 사측과 자본가 언론들은 폭력경찰을 투입하라고 주문했다.

과로사로 계속 돈벌이하겠다는 자본가

코로나 2년 동안 택배노동자가 22명이나 과로사했다. 과로사 방지 명분으로 사회적 합의를 통해 CJ대한통운 사측은 택배요금을 270원 인상해 5천억을 벌었다. 그런데 이 중 3천억을 꿀꺽했다. 합의를 명백히 위반한 것이다. 결국 택배노동자들은 과로사의 원인인 분류작업을 여전히 해야 했다.
그리고 CJ대한통운 사측은 부속합의서에 과로를 유발하는 ‘주6일 근무’, ‘당일 배송’, ‘터미널 도착 상품의 무조건 배송’도 끼워 넣었는데, 여기서 한 치도 물러서지 않았다. 결국, 대리점연합과 택배노조가 파업 종료 후 6월 30일까지 부속합의서 논의를 마무리하기로 했다.
2월 21일 1500명가량이 모인 택배노동자 집회에서 어느 참가자가 말했듯, 이 나라는 “재벌이라면 사회적 합의를 깨도 되고 거짓말로 속이고 넘어가려는” 철저한 자본가 세상이다.

노동자를 때려잡겠다거나 외면한 주요 후보들

2월 24일 윤석열의 찬조연설자로 나선 비노조택배기사연합 대표는 주6일, 76시간 근무했던 과거로 돌리겠다고 했고, ‘택배노조는 테러집단’이라고 맹비난했다. 윤석열도 노조를 겨냥해 ‘엄정한 법 집행’을 외쳤다. 안철수도 ‘악랄한 업무방해’, ‘범죄행위’ 운운하며 택배노조 때리기에 앞장서 왔다.
이재명은 노동자의 표를 얻으려고 가끔 택배노동자의 고통에 관심을 갖는 척했다. 하지만 노동착취에 기초한 자본주의 질서를 잘 이끌 수 있는 ‘유능한 경제대통령’을 표방하며, 파업노동자들의 요구를 외면해 왔다. 파업 막바지에 민주당은 ‘사회적 대화’를 제기하며 파업을 끝내라고 압박했다.
윤석열은 물론이고 이재명과 민주당도 신뢰할 수 없다. 선거론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 노동자의 단결투쟁으로만 노동자의 삶을 바꿀 수 있다.

곤지암 허브 봉쇄는 테러인가?

2월 22일 파업노동자들은 CJ대한통운 수도권 택배의 핵심인 곤지암 허브 앞에서 시위하며 출차를 막았다. 곤지암 허브는 하루 평균 250만개 택배를 처리하는 아시아 최대 물류기지다.
곤지암 허브 봉쇄에 대해 어느 자본가 언론은 “국가 기간망이나 다름없는 핵심 물류시스템을 점거하려 한 것은 ‘테러 행위’나 다름없다”고 맹비난했다. 이번 파업과 곤지암 허브 봉쇄는 택배노동자가 멈추면 생활물류가 멈춘다는 것, 노동자가 생산의 주인이자 사회의 주인이라는 것을 살짝 보여줬다.
사회에 필수적인 택배 노동자들을 수없이 과로로 죽게 만든 건 경제적 테러다. 언론이 파업의 진실을 감추고 자본가의 주둥아리 역할을 하며 폭력경찰 투입을 주문한 건 언론 테러다. 국토부가 전체 택배터미널 900곳 중 2.7%인 25곳만 점검한 뒤 분류인력 투입이 ‘대체로 양호’하다며 자본가의 손을 들어준 건 국가의 테러다.
CJ택배파업은 끝났지만 이 파업을 낳은 자본가‧정부‧언론의 착취‧억압‧기만은 끝나지 않았다. 그리고 CJ택배 노동자만이 아니라 모든 노동자가 일상적으로 착취‧억압‧기만당하고 있다. 따라서 노동자들이 단결하고 투쟁할 필요도 끝나지 않았다. CJ택배파업은 착취‧억압‧기만에 어떻게 맞설지를 고민하는 모든 노동자에게 또 하나의 소중한 거름이 될 것이다.


철도 행신 KTX 정비기지 현장신문 <노동자투쟁> 1면 사설(2022년 3월 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