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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계급의 해방은 노동자계급 스스로 쟁취해야 한다"
- 칼 마르크스
사설
 

쿠팡 - 돈벌이엔 로켓처럼, 안전엔 굼벵이처럼


  • 2025-02-23
  • 178 회
1000만 넘는 사용자 중에서 200만 명이 13일 만에 ‘로켓’의 속도로 쿠팡 앱에서 탈퇴했다. 그동안 쿠팡에 쌓여왔던 불만이 물류센터 화재를 계기로 터졌기 때문이다.

아찔한 사고

17일 새벽 5시 11분께 화재가 발생해 축구장 15개 크기만 한 쿠팡 덕평 물류센터가 완전히 타 버렸고, 소방관은 소중한 목숨을 잃었다. 여기는 교대로 5천 명 가까이 일하는 곳이라, 하마터면 인명 피해가 어마어마할 뻔했다.

화재 발생 직후 쿠팡 사측은 “정기적인 비상 대피훈련 덕분에 근무자들이 신속히 대피할 수 있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는 거짓말이다. 사측이 ‘대피’시킨 게 아니라, 운 좋게도 화재가 퇴근 시간대에 발생해 대형 인명 참사를 피한 것이다. 쿠팡 노동자들은 삽시간에 번진 화재에서 죽지 않은 건 ‘천운’이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평소 대피 훈련은 드물고, 매우 형식적이었다고 말한다.

예견된 사고

불이 커지고 검은 연기가 주변을 자욱하게 메울 때까지 스프링클러가 8분 동안이나 작동하지 않았다. 이런 재앙의 징조는 차고 넘쳤다.

화재 넉 달 전에 스프링클러나 경보기 작동 불량, 방화셔터 결함 등 덕평 물류센터 주요 소방시설에서 결함이 무려 277건이나 나왔다. 싸그리 다 불량했던 것이다. 쿠팡은 시가총액 100조원을 돌파해 국내 2위로 올라섰지만, 안전은 철저히 뒷전이었다.

쿠팡 노동자의 증언에 따르면 3년 전, 덕평물류센터에서 화재로 연기가 안에 들어오는데도 관리자들은 “자리 이탈하지 말고 일하라”고 했다. 이번에도 노동자가 불이 난 걸 확인하고 ‘대피 안내를 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관리 인력은 “원래 [경보기] 오작동이 잦다”며 무시했다.

화재가 나도 노동자들은 119에 즉시 신고할 수 없었다. 평소에 쿠팡이 휴대전화를 금지해 왔기 때문이다.

정부도 안전에 둔감

지난 5년 동안 경기도의 물류창고 화재로 죽고 다친 사람이 무려 102명이다. 온라인 쇼핑이 급증하면서 물류창고가 급증했지만, 정부나 자치단체는 대책을 제대로 안 세웠다.

방화벽 규정이 대표적이다. 건축법 시행령은 실내 공간 1천㎡마다 방화구획을 편성해 방화셔터 등을 설치하도록 의무화했다. 하지만 예외규정을 둬 쿠팡 덕평센터에선 법정 기준의 최고 18배에 이르는 면적이 하나의 공간으로 뻥 뚫려 있기도 했다.

배송상품 등 인화성 물질이 가득한데, 화재 대책은 터무니없이 미흡했다. 결국 정부가 기업 이윤에만 민감해, 소방 안전에는 둔감했던 것이다.

지난해 4월 29일 이천 물류창고에서 38명이 숨지는 화재 참사가 벌어졌을 때도 정부는 생색내기 대책은 많이 쏟아냈다. 하지만 중대재해법은 누더기로 만들었다.

이윤보다 목숨이다

지난 1년간 쿠팡에서 일하다 죽은 노동자가 9명이다. 쿠팡 노동자 대다수가 일용직이나 3, 9, 12개월 등 단기계약직이다.

쿠팡은 이번에 화재로 일터 잃은 노동자들을 전환배치하면서 월급까지 깎았다. 과로사, 고용불안, 임금 삭감 등은 쿠팡 자본이 얼마나 탐욕스러운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러나 쿠팡 자본만 탐욕스러운가? 고용과 임금, 노동강도와 산재를 노동자가 걱정하지 않는 회사가 있는가? 노동자가 더 이상 희생당하지 않으려면, 이윤이 아니라 모두의 필요를 위해 굴러가도록 사회를 바꿔야 한다.


현장신문 <노동자투쟁> 1면 사설, 2021년 7월 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