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아프간에서 철군하자마자 군사동맹 ‘오커스’를 전격 출범시켰다. 오커스는 중국 견제를 위해 미국-영국-호주가 인도-태평양에서 보다 굳건한 군사 동맹을 맺는다는 협정이다. 첫 사업으로 미국은 70년 넘게 절대 유출하려 하지 않았던 핵잠수함 기술부터 호주에 지원한다.
미중 갈등은 오랫동안 첨예했는데, 오커스까지 출범시켜 중국 견제를 강화하니 중국도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중국은 러시아와 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가입도 신청했다. 열강들이 움직이자 한국에서도 핵잠수함을 추진하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고, 북한은 핵 탑재용 미사일 개발을 정당화하고 있다. 미중 분쟁이 왜 이렇게 커지고 있는가?
사실상 하나의 계획
아프간 철군과 오커스 설립의 목적은 같다. 떠오르는 경쟁자 중국을 억눌러 미국 중심의 패권을 유지하려 한다. 제국주의 국가들은 중동지역에서 오랫동안 풍부한 석유 및 천연자원, 중동 지역 패권을 장악하기 위해 분쟁을 일으켜 왔다.
그러던 중 미국은 2001년 9.11 테러를 계기로 ‘테러와의 전쟁’을 명분삼아 아프간을 침공했다. 탈레반은 정권을 되찾으려 주변 국가들로부터 지원받으며 전투를 계속 벌였다. 미국은 단시간에 압도적 승리로 전쟁을 끝내고 전리품들을 챙겨 본토로 돌아올 것이라고 장담했지만, 현실은 정반대였다.
전쟁이 길어질수록 미국 정부를 괴롭히는 새로운 요인들이 등장했다. 2008년에 부동산 거품이 터지면서 대기업들이 파산 위기에 놓이자 막대한 세금을 쏟아붓고 국채를 발행했으며 각종 규제를 완화했다. 그러나 거품만 커졌고 대중의 실업과 빈곤도 심화됐다.
반면에 중국은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며 급격히 성장해갔다. 2010년에 GDP 세계 2위에 올랐다. 중국 정부는 살인적 저임금과 가혹한 노동통제, 광활한 미개발 영토를 기반으로 로봇과 반도체, 차세대 배터리, 신소재 등 첨단 기술에 공격적으로 투자하며 미국 뒤를 빠르게 쫓아 왔다.
이제라도 아시아로
미중 경제 격차가 좁혀질수록, 중국 견제는 미국의 사활적 과제로 부상했다. 미국의 막강한 군사력으로도 중동과 아시아에서 동시에 막대한 돈과 무기를 쏟아붓고 병사를 계속 주둔시키긴 어려웠다.
그래서 2009년에 집권한 오바마는 ‘아프간 철군’ 공약을 내걸었고 2011년에 ‘아시아 회귀’ 전략을 제시하며 동아시아에 군사 전략기지를 추가로 건설했다.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에서 분쟁은 계속됐다. 남중국해 영토 분쟁, 제주 해군 기지, 소성리 사드 배치 등이 그 예다. 아프간 철군과 오커스 동맹은 이 미중 갈등의 최신판이다.
제국주의는 위험을 끝없이 양산한다
아프간 전쟁을 통해 미국이 패권을 추구한 결과는 끔찍하다. 20년 동안 최소 18만 명이 사망했다. 대부분이 아프간 노동자 민중이다. 전쟁 비용으로 7천조 원 이상 낭비했다. 여전히 아프간 민중은 전쟁의 후유증과 탈레반 정권의 독재 속에서 극심한 빈곤에 시달리고 있고, 여성은 학교에 다닐 수도 없다. 수십만 난민은 가족의 생사도 모른 채 식사도 부실한 끔찍한 수용소에서 지낸다.
아프간 사례는 미 제국주의가 패권 강화를 위해서는 전쟁도 불사하며, 노동자 민중의 목숨과 생존권은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걸 보여준다. 중국을 포함한 다른 열강들도 세계 패권과 이권에만 관심을 둘 뿐이다.
무역분쟁부터 군비경쟁까지 지속되는 제국주의 열강의 패권 다툼 속에서 노동자 민중의 삶이 위협당하고 있다. 모든 제국주의와 지배자들에 맞선 세계 노동자의 단결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격주간 현장신문 <노동자투쟁> 1면 사설(2021년 9월 2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