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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계급의 해방은 노동자계급 스스로 쟁취해야 한다"
- 칼 마르크스
사설
 

임금삭감과 노동강도 강화 없는 주4일제가 필요하다


  • 2025-02-23
  • 174 회
최근 진보정당을 중심으로 대선후보들이 ‘주4일제’를 거론하고 있다. 주5일제가 시행된 지 대략 15년 만이다. 그때도 “주5일제를 하면 나라 망한다”고 자본가들과 보수언론이 떠들어대는 등 자본가들과 노동자들의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했다. 앞으로 주4일제도 비슷하지 않을까?

노동시간 단축은 절실하다

고강도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많은 노동자에게 노동시간 단축은 절실하다. 대표적으로 코로나 대유행 속에 심한 인력난과 장시간 노동, 교대제, 박봉에 시달리며 수십만 확진자를 진료하고 치료해온 보건의료 노동자의 과로사를 막으려면 노동시간을 대폭 줄여야 한다.
주5일제를 2004년부터 시행했지만 지금도 사측의 강요 때문이든 저임금 때문이든 주말에도 일하는 노동자가 많다. 심지어 주7일 일하는 사업장들도 있다. 주5일 사업장들에서도 자본가들은 노동강도를 계속 높여 왔다. 집값이 폭등해 외곽으로 밀려나 출퇴근 시간도 길어졌다. 그러니 노동시간 단축을 원하는 노동자가 많다.

그런데 어떤 주4일제인가?

주4일제 얘기가 나오면 노동자들은 이렇게 묻는다. 임금은 보전되는가? 한국의 대다수 노동자는 월급제가 아닌 시급제다 보니 노동시간에 민감하다. 과로는 고통스럽지만, 빈곤도 고통스럽기에 저임금을 장시간 노동으로 벌충해왔다. 그렇기에 ‘임금이 줄어드는 주4일제’라면 반대 여론이 찬성보다 월등히 높다.
그리고 주4일제가 되면 노동강도는? IT기업 등 이미 주4일제를 도입한 국내외 자본가들은 5일 동안 했던 일을 4일 동안에 다해낼 수 있는가를 관건으로 본다. 다해낼 수 있다면 주4일제를 유지하되, 어렵다면 주5일제로 되돌아간다. 자본가들은 절대 손해 보려 하지 않는다. 오히려 어떻게든 이윤을 극대화하려 한다.
주52시간제를 보라. 자본가들과 정부는 탄력근로제 확대와 특별연장근로제도를 통해 노동자들에게 장시간 고강도 노동을 강요했다.

자본가의 주4일제?

스페인 자본가 단체는 정부의 주4일제 실험을 “미친 짓”이라고 했다. 한국의 자본가단체나 보수언론도 비슷하다. 노동자를 최대한 장시간 부려먹고 싶은 자본가들에겐 주4일제가 달가울 리 없다.
스페인 정부가 세계 최초로 정부 차원에서 주4일제를 시범실시한다고 자랑했다. 그런데 10월 1일 대기업 텔레포니카가 주4일제를 시작했을 때 신청자는 18,000명 중 고작 153명(0.8%)뿐이었다. 임금이 16%나 줄기 때문이다.
결국 자본가정부가 주4일제를 추진하는 경우에도 친노동으로 스스로를 포장하면서, 장기불황이나 대량실업과 같은 상황에서 노동력을 효율적으로 통제하기 위해서이지, 노동자의 이익을 위해서가 결코 아니다.

노동자의 주4일제!

노동자에게 주4일제는 필요하다. 하지만 임금삭감이 없어야 한다. 노동강도도 높아져선 안 된다. 5인 미만 사업장을 포함해 모든 노동자에게 적용해야 한다. 이렇게 주4일제를 실시하면, 청년을 포함해 수백만 실업자에게 일자리를 보장할 수 있다. 그런데 그 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인가? 그동안 노동자를 쥐어짜 부를 쌓아온 자본가들이 부담하게 해야 한다.
‘꿈같은 얘기’로 들리는가? 하루 15시간씩 일했을 때 하루 10시간 노동도 꿈같았다. 주6일 일했을 때 주5일제도 그랬다. 노동자들에겐 더 나은 미래를 꿈꾸며 나아갈 권리도 있고 힘도 있다.


현장신문 1면 사설(2021년 12월 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