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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계급의 해방은 노동자계급 스스로 쟁취해야 한다"
- 칼 마르크스
사설
 

코로나 계기로 더 끔찍해진 교육불평등


  • 2025-02-18
  • 218 회
코로나 계기로 더 끔찍해진 교육불평등

3-4월에 하루 최대 2,000명이 코로나에 걸리는 4차 대유행이 올 수 있다는데 학교에 가도 될까? 반대로 500만이 넘는 초중고생과 300만 대학생이 집에만 있으면 사회성이 부족해지고, 방치돼 학업능력도 떨어질 수 있는데 괜찮을까? 이런 딜레마는 왜 발생했을까? 해결책은 없는가?

더 외롭고, 더 엉망으로 먹고, 더 방치되는 학생들

원격교육은 수많은 학생을 사회적으로 고립시킨다. 친구들과 어울려 놀거나 공부할 수 없다. 선생님들과 상호작용하기도 어렵다. 이런 고립 때문에 불안감과 우울도 더 늘어난다.

소득별 식습관 격차가 커졌다. 코로나 이전엔 같은 급식을 먹었다. 그런데 코로나로 등교하지 않는 평일에 점심을 ‘항상 먹는다’는 비율이 상위 30% 소득계층은 65%였지만 하위 30% 저소득층은 41%밖에 안 됐다. 그리고 가난할수록 편의점 음식이나 패스트푸드를, 부유할수록 집밥을 더 먹었다.

학습격차는 훨씬 더 심각해졌다. 교사 5만 명 중 79%가 원격수업으로 학습격차가 커졌다고 답했다. 가장 큰 원인은 가정환경 차이였다. 부유할수록 보호자가 학습과 과제를 챙겨주지만, 빈곤할수록 온라인 수업이 불편하고 이해하기 어려워도 방치될 가능성이 높았다. 교사 2,100명 중 74.4%가 “원격수업 중 학습부진아 지도가 안 되고 있다”고 고백했다.

원격교육을 제대로 받으려면 통신장비도 잘 갖춰야 한다. 그런데 가난할수록 최신형 컴퓨터, 웹카메라, 태블릿PC, 노트북 등을 잘 갖추기 어렵다.

출세 코스를 쉬지 않고 달리는 부자 학생들

코로나로 모든 학교가 쉰 건 아니다. 학급당 학생 수가 31명 이상인 초중고는 2019년 기준으로 433개였고, 21~31명 사이인 초중고는 6,558개였다. 이들 학교는 대면 수업이 어려웠다. 하지만 서울‧수도권 과학고는 모두 대면수업을 계속했다. 정부가 많게는 한 학교에 100억 원대까지 지원해, 학급당 정원이 15명 안팎이었기 때문이다.

학교가 문을 닫아도 대치동 등 학원가는 불야성을 이뤘다. 학원도 문을 닫거나 코로나 감염이 우려스러우면 부유층 자녀는 고액과외를 받았다. ‘유아 대상 영어학원→사립초→국제중→영재학교·자사고·특목고→SKY대학→전문직·대기업·고위공직’이라는 출세 코스를, 많은 부유층 자녀가 멈추지 않고 달렸다.

안전과 교육, 둘 중 하나는 팽개쳐야 할까?

여러모로 교육을 위해선 ‘등교’가 필요하다. 학교가 반드시 위험한 건 아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최근 논문에서 학교를 통한 감염 비율이 매우 낮고(2.4%), 등교 중지 전후로 0-19세 감염비율에 차이가 없었다고 밝혔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에 따르면, 98%의 교사가 학급당 학생 수가 20명을 넘지 않으면 방역이 가능하다고 답했다. 필요하면 오전반과 오후반으로 나눠서 운영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를 위해선 교원도 늘리고 교실도 증축해야 한다. 교원을 꿈꾸고 준비해온 젊은이들이 얼마나 많은가? 어떤 일이든 하고 싶은 실업자들이 또 얼마나 많은가?

돈이 없는 것도 아니다. 정부가 은행가들과 자본가들을 지원하려고 쏟아부은 200조 넘는 돈을 일부만 써도 모든 학생에게 안전하고, 질 좋은 교육을 제공할 수 있다.

그런데 자본가들과 정부 관료들에겐 아이들을 제대로 교육하고 사회화시킬 의지가 전혀 없다. 한 줌 자본가들의 이윤만 지키려 하고, 극소수 엘리트만 양성하려 하면서 다음 세대 대부분을 내팽개치는 자본주의 체제는 공정성과 거리가 멀고, 더 이상 쓸모도 없다.

현장신문 <노동자투쟁> 1면 사설, 2021년 2월 1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