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 부상, 2000명 사망 - 산재는 총성 없는 살인
	
	
	
		4월 28일은 세계 산재노동자 추모의 날이다. 
1993년 태국 장난감 공장에서 화재가 일어나 188명이 목숨을 잃었다. 174명이 여성노동자였고, 다수가 어린 노동자였다. 이런 끔찍한 산재를 잊지 말자는 취지에서 산재노동자의 날이 만들어졌다. 
한국에선 산재보험법이 제정된 64년 이후 2003년까지 350만 명이 업무상 재해를 당했으며, 그중 6만2천 명이 목숨을 잃었다. 그런데 산재는 여전히 심각하다.
2020년 산재사망 2,062명
최근에 고용부는 지난해 산재사망자가 2,062명이었다고 발표했다. 전년 대비 42명이나 늘었다. 재해자 수도 10만이 넘는다. 
매년 200명대의 출퇴근 사망자를 추가하지 않아도, 국내 코로나19 사망자(약 1,800명)보다 더 많게 해마다 산재로 죽는다. 
문재인 정부가 산재사망을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했지만,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최저임금 1만원처럼 이 공약도 결국 뻥이었다.
산재사망의 81%가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적용을 5인 미만 사업장에선 아예 배제하고, 50인 미만 사업장에선 3년 유예한 것이 얼마나 치명적인지 다시 한 번 드러났다.
그런데 경총을 비롯한 자본가단체들은 중대재해법을 더 누더기로 만들려 하고 있다. 
가령, 현재는 ‘1명 이상 사망’하면 중대재해로 규정하는데, 이를 ‘동시에 2명 이상 또는 1년 이내에 2명 이상 사망’으로 바꾸자고 법 개악안을 3월 25일 내놨다. 개악안을 따를 경우, 혼자 일하다 죽은 김용균, 구의역 김군 사고는 중대재해가 아니게 된다. 
게다가 뇌심혈관계질환, 근골격계질환, 직업성 암 등을 직업성 질병에서 제외하자는 중대재해법 시행령 건의안까지 4월 13일 내놨다. 그런데도 이재갑 고용부장관은 “최대한 빨리 기업 의견을 수렴해 시행령을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334일이나 걸리는 산재 승인
노동부의 산재처리 지연은 일하다 다친 노동자의 삶을 무참히 짓밟고 있다. 2020년 기준 근골격계질환 121일, 뇌심혈관계질환 132일, 직업성 암 334일. 산재신청부터 승인까지 걸리는 시간이다. 
몸이 아파도 고용이 불안하고 자본가 눈치가 보여 하루 쉬기도 어려운 노동자에게 산재를 신청하고 1년까지 기다리라고 하는 건 산재보험을 포기하라고 하는 셈이다. 
산재 승인 전까진 많은 사업장에서 노동자 개인이 치료비를 부담해야 하고, 병가를 내도 휴업급여를 받지 못한다. 현대중공업 하청업체는 일하다 어깨를 다쳐 산재 승인을 기다리며 수술받은 노동자를 “휴직을 3개월 이상 허용할 수 없다”며 해고하기도 했다.
노동자라면 누구나 산재보험과 산업안전보건법상의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 그런데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 단기간‧단시간 노동자는 권리를 제한받고 있다.
일하다 다치지 않고 죽지 않을 권리
정부가 5월에 중대재해법 시행령 안을 제출하므로, 시행령을 제대로 만들라고, 중대재해법을 전면 개정해 ‘기업살인’을 확실히 처벌하자고 노동자의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삼성전자 광주사업장에서 노동자 10명 중 8명 이상이 하위 (인사)고과 같은 불이익을 우려해 산재 신청을 주저한다는 보도가 최근 나왔다. 여기서 알 수 있듯, 다치면 산재를 인정받을 권리, 다치지 않고 일할 권리는 노동자가 얼마나 단결하고 투쟁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지난해 16명이 죽은 택배 과로사, 38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천 화재 참사, 창사 이래 468명이 죽은 현대중공업, 개통 이후 2,547명이 사망한 철도‧지하철 등 모든 사례는 자본주의가 노동자를 희생시키며 굴러간다는 점을 생생히 보여준다. 따라서 이 사회를 이윤이 아니라 생명과 안전을 중시하는 사회로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현장신문 <노동자투쟁> 1면 사설(2021년 4월 2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