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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계급의 해방은 노동자계급 스스로 쟁취해야 한다"
- 칼 마르크스
사설
 

전기차, 노동자에게 장밋빛 희망인가?


  • 2025-02-23
  • 224 회
LG와 GM이 합작해 미국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세우고 2000명 넘게 채용한다, 현대차가 미국에 8조를 투자한다 등 전기차에 대한 뉴스는 매일매일 쏟아져 나온다. 왜 세계적 대기업들이 이토록 많이 전기차에 투자하는가? 그들 말처럼 환경에 대한 역사적 사명감 때문일까?

전기차에 뛰어드는 진짜 이유

사실 전기차를 대량생산할 수 있는 기술은 이미 인류가 90년대에 이룩했다. GM은 1996년도에 세계 최초로 전기차 EV1을 대량생산했다. 그러나 대규모 정유사, 오일 제조사 등 내연차 관련 산업이 압력을 넣고, 전기차 생산은 비용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GM은 결국 EV1을 전부 수거해 폐기처분했다. 즉 이윤 논리 때문에 전기차 대량생산은 중단됐다.
그런데 지금 전기차 대량생산을 본격화하고 있는 것도 이윤 논리 때문이다. SK 회장 최태원조차 “화석연료 마구 쓴 기업이 환경의 적 아닌가?”라고 말할 정도로, 지구온난화는 심각하고 기업에 대한 비판여론은 높다. 결국 각국 정부가 환경 규제(내연차 규제)를 강화하자 자동차기업들은 이윤을 위해서라도 전기차에 뛰어들 수밖에 없었다.
코로나 팬데믹을 계기로 기후변화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자 전기차가 더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코로나 여파로 자동차 전체 시장이 20%나 줄었지만, 전기차는 2019년 226만대에서 2020년 324만대로 43%나 늘었다. 그래서 지금 세계 완성차기업과 배터리 기업들 그리고 그 뒤를 봐주는 정부들이 이윤극대화를 위해 전기차 시장쟁탈전을 맹렬히 벌이고 있다.

전기차 내세워 노동자 공격하는 자본가들

전기차 시장쟁탈전에서 자기 회사 자본가가 이기면 그 회사 노동자의 삶도 나아지는가? 아니다. 이윤을 위해 전기차를 생산하는 것이므로 노동자의 삶도 위협받는다.
올해 1월 20일, 현대차 울산1공장 노동자들은 전기차 아이오닉5 테스트 차량을 만들던 공정을 멈춰세웠다. 전기차로 전환하면서 현대차 사측은 인력을 30% 축소하려고 해왔다. 그런데 핵심 부품까지 외주화하려고 하니 노동자들은 고용불안을 심각하게 겪을 수밖에 없었다.
전기차로 재편되면 부산·울산·경남의 자동차산업 일자리가 2만개 사라질 수 있다고 BNK경제연구원이 2일 발표했다. 지난해 다임러는 2만명, BMW는 1만6000명, GM은 1만4000명을 내보냈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5년 내 세계 자동차 산업 종사자 1100만 명 중 300만 명이 실직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자본가들이 노동자를 대량해고해도 각국 정부는 노동자의 일자리를 지키지 않는다.
자본은 전기차를 노조 길들이기에도 활용한다. 6월 7일부터 한국지엠 노사 간부들이 ‘미국 외 지역에서 지엠이 처음으로 전기차 양산을 검토 중인’ 멕시코 실라오 공장, 미국 지엠 본사 등으로 여행하고 있다. 메시지는 분명하다. 전기차를 배정받고 싶으면, 노동강도 높이고, 임금‧복지 삭감하며, 공장을 반 토막 내도 멕시코 공장을 벤치마킹하며 적극 협조하라는 뜻이다.

전기차 시대, 고용불안은 어쩔 수 없나?

내연차에서 전기차 중심으로 자동차산업이 바뀌는 걸 노동자가 반대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자본가들과 정부가 이윤만 중시하면서 한 공장에서 30%의 인력을 줄이고, 세계에서 300만 명을 실업자로 내몰며 노동강도를 높이는 걸 노동자가 어떻게 찬성할 수 있겠는가?
GM은 올해 1분기에 순이익만 3조원 넘게 거뒀고, 현대차그룹도 영업이익을 2조 5,000억 넘게 벌었다. 자본가들이 수십 년 동안 노동자의 피땀을 짜내 어마어마하게 벌어들인 이윤을 사용하게 한다면, 단 한 명의 노동자도 고용불안을 느끼지 않고 단 한 명의 노동자도 골병들지 않고 일할 수 있다. 노동자가 자기 고용과 생존권을 지키려면 자본가들이나 그들의 정부를 조금도 신뢰하지 말아야 한다.


현장신문 <노동자투쟁> 1면 사설(2021년 6월 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