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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계급의 해방은 노동자계급 스스로 쟁취해야 한다"
- 칼 마르크스
사설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싸우는 형제들’


  • 2025-03-06
  • 236 회



임박한 연금개악


이재명과 민주당은 자본가, 부자들에게 ‘수권 정당’의 면모를 보이기 위해 연금개악에 앞장서겠다는 의사를 거듭 밝혀 왔다. 노동자 민중이 내는 돈(보험료)을 9%에서 13%로 왕창 올리고, 받는 돈(소득대체율)은 40%에서 44%로 찔끔 올리는 안으로 여야가 빨리 합의하자고 해 왔다. 월급이 300만 원이라면 월 보험료가 27만 원에서 39만 원으로 크게 오르는 반면, 30년 뒤에 받는 국민연금은 80만 원에서 88만 원으로 8만원밖에 안 늘어난다.


국민의힘도 연금개악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국민연금 보험요율 인상(9%에서 13%로)부터 빠르게 확정하자고 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더 내고 덜 받는’ 연금개악에 대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이기일 복지부 차관은 연금개악은 ‘2월이 골든타임’이며 ‘이때 못하면 역사의 죄인’이 된다고까지 얘기했다.


저들은 모두 노동자 민중의 주머니를 터는 데 열성이다. 지금 연금제도를 바꾸지 않으면, 2056년에 고갈되고 그러면 지금의 청년들은 연금을 타지 못할 것이라고 공포감을 불어넣는다. 그런데 연금은 처음부터 고갈되도록 설계됐다. 처음엔 보험료를 내는 사람만 많고 연금을 받는 사람은 없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받는 사람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연금이 고갈되면, 건강보험 제도처럼 그리고 다른 나라 연금제도처럼 그해 걷어서 그해 지급하는 방식으로 바꾸면 된다. 공적 연금은 국가가 책임지므로 연금을 받지 못하는 사태는 발생하기 어렵다. 관건은 누가 보험료를 더 부담할 것인가에 있다. 수십 년 동안 노동자를 쥐어짜 부를 많이 쌓은 자본가들이 보험료를 훨씬 더 부담하게 해야 한다. 그런데 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자본가들의 이익을 지키는 데 충실하기에 연금에 대한 자본가들의 부담은 늘리려 하지 않고, 노동자 민중의 부담만 늘리려 한다.


이재명, 드디어 ‘노동유연화’까지 주장


조기대선을 통해 대통령 자리를 차지하려고 하는 이재명은 10일 국회 연설을 통해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다방면에서 드러냈다. 자본가와 부자들로부터도 지지받고 싶어 ‘성장’을 28회 언급했으며, 노동자 민중의 표도 받고 싶어 ‘총노동시간 연장 반대’ 등도 내걸었다.


이재명은 이번에 ‘노동유연성 확대’를 처음으로 언급했다. ‘노동유연성 확대’란 자본가들이 숱하게 주문해 왔던 것으로 노동자들을 쉽게 해고하는 것을 뜻한다. 그렇기에 매일경제 같은 자본가 언론들은 “노동정책에서도 우클릭을 이어갔다”, “민주·진보진영 금기로 여겨졌던 노동유연성 확대도 제안하며 달라진 모습을 보여줬다”고 보도했다. 


‘노동유연성 확대’(쉬운 해고)는 박근혜 정부가 밀어붙이려다가 노동자들의 거센 저항에 부딪혔던 역사가 있다. 따라서 이재명이 이걸 다시 슬쩍 꺼내든 것은 노동자들과 결전을 치러서라도 자본가계급의 숙원을 풀어주겠다는 의지를 슬쩍 드러낸 것이라고 봐야 한다.


조기대선을 앞두고 노동자 눈치도 봐야 하기에 이재명은 ‘총노동시간 연장 반대’, ‘주4일제’, ‘정년연장’ 등도 제기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최저임금 1만원,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같은 대선 공약을 헌신짝처럼 내팽개친 것처럼, 이재명과 민주당도 선거운동을 할 때는 노동자들에게 모든 걸 내줄 것처럼 얘기하겠지만 막상 집권하면 ‘보수정당’, ‘자본가 정당’이란 본색을 드러내며 노동자 이익은 차갑게 외면할 것이며, 경제위기 상황에서 자본가 이익을 관철하기 위해 노동자들을 공격하는 데 앞장설 것이다. 반도체산업에서부터 시작해 주52시간제를 허물고, 특정 업종에 한해 주4.5일제 등을 시도하면서 임금을 대폭 삭감하고, 온전한 정년연장이 아니라 60세 정년퇴직 후 최저임금만 주고 1년 촉탁직 등으로 재고용하는 방안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국민의힘이 민주당보다 좀 더 노골적으로 자본가 계급의 이익을 대변하지만, 보수정당이자 자본가당이라는 점에서 두 당 사이에 본질적 차이는 없다. 두 당은 싸우는 형제들로서, 노동착취로 굴러가는 자본주의 질서를 정치적으로 받쳐 주는 역할을 수십 년 동안 충실히 해왔다.


따라서 노동자들은 보수 양당을 조금도 믿어선 안 된다. 노동자들이 믿을 건 오직 스스로의 단결투쟁뿐이다. 그리고 노동자들에겐 당면한 권리들부터 근본적 해방까지 노동자계급의 이익을 일관되게 추구하며, 앞장서서 싸울 수 있는 진정한 노동자 당이 반드시 필요하다.

 

 

철도 현장신문 <노동자투쟁> 1면 사설, 2025년 2월 1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