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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계급의 해방은 노동자계급 스스로 쟁취해야 한다"
- 칼 마르크스
사설
 

노동자의 죽음으로 돌아가는 쿠팡 새벽배송


  • 2025-11-23
  • 2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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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설명: 전국택배노동조합 제주지부와 고 오승용씨 유족은 14일 오전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쿠팡의 사과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경향신문)


11월 10일, 제주에서 30대 쿠팡 택배기사가 새벽배송을 마치고 물류센터로 복귀하던 중 숨졌다. 이 노동자는 저녁 7시에 출근해 다음 날 아침 7시에 퇴근하는 12시간 야간 노동을 지속해 왔다. 지난해 5월에도 쿠팡 새벽배송 기사로 일하던 41살 정슬기님이 “개처럼 뛰고 있어요”라는 문자를 남기고 사망했다.


쿠팡의 심야노동으로 택배 노동자만 죽은 게 아니다. 2020년 10월, 28세 장덕준님은 칠곡물류센터에서 주6일 60시간 넘게 야간노동을 하다가 숨졌다. 2024년 8월, 시흥캠프에서 40대 김명규님은 인원이 적은 상태에서 바쁘게 일하다가 숨졌다.


노동자들이 왜 이렇게 계속 죽어야 하는가? 밤 12시 이전에 주문하면 아침 7시까지 무조건 배송하는 쿠팡의 시스템 때문이다. 이 '마감시간'을 맞추는 것이 지상명령이기에 노동자들은 말 그대로 뛰어다닌다. 물류센터는 자정부터 마감 전쟁을 치른다. 관리자들은 소리 지르고 물량은 쏟아지고, 사람들은 정신없이 작업한다. 쿠팡 새벽배송 기사의 77%가 밤사이 배송캠프와 자기 구역을 3번 왕복하며 분류·상하차 작업과 배송 작업을 모두 한다. 


'자발적 선택'이라는 거짓말


쿠팡 자본가와 부자 언론들은 야간노동을 노동자들이 ‘선택’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는 교묘한 왜곡이다. 쿠팡 노동자들의 근무형태나 임금체계는 쿠팡 자본가들이 일방적으로 정한 것이다. 최저임금으론 생활하기 어렵기에 노동자들은 야간노동으로 내몰렸을 뿐이다. 놀랍게도 쿠팡 경영진은 야간노동자의 기본급을 더 낮게 책정했다. 서울 물류센터 1년차 주간 시급이 10,220원인데, 야간 시급은 10,070원이다. 야간 할증이 붙어 총액은 더 많지만, 더 힘들게 일하면서도 더 홀대받는 것이다. 초저임금 주간노동을 할 건가, 초살인적 야간노동을 할 건가를 강요해 놓고 ‘자발적 선택’ 운운하다니, 자본가들은 너무나도 교활하지 않은가? 


쿠팡 택배노동자들의 현실도 마찬가지다. 쿠팡은 건당 수수료를 일방적으로 삭감해, 그만큼을 벌충하려면 더 뛰어다니게 했다. 그리고 야간엔 어두워 다칠 위험도 크고, 생체리듬이 파괴돼 일하다 죽을 위험도 높지만, 교통이 혼잡하지 않으니 수수료 삭감을 최대한 벌충하려면 야간노동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또 하나의 거짓말이 있다. 노조가 새벽배송을 전면 금지하려 한다고 왜곡하는 것이다. 노조는 0~5시의 초심야시간 노동을 제한하자고 하고 있다. 자정 전이나 새벽 5시 이후의 노동만으로도 정말 필요한 새벽배송은 얼마든지 할 수 있다. 그런데 자본가 언론은 이조차 ‘e커머스 생태계 흔들기’라고 비난한다. 노조 말대로, 노동자의 죽음 위에 세워진 '죽음의 생태계'는 당연히 흔들고 바꿔야 하는 것 아닌가?


임금을 삭감하지 않고, 고용을 보장하면서 심야시간 노동을 규제할 수 있다. 거기에 필요한 돈도 충분히 있다. 그동안 쿠팡 노동자의 건강과 목숨을 갈아 넣어 쌓아올린 이윤을 쿠팡 자본가들이 토해내게 만들면 된다.


자본주의와 심야노동


심야노동은 자본주의가 등장하면서 대규모로 이뤄졌다. 자본주의 이전에는 국경에서 불침번을 서는 병사처럼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심야노동이 없었다. 하지만 자본가들은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공장과 기계를 24시간 풀가동하려고 심야노동을 전면 도입했다.


하지만 심야노동은 노동자에게 살인적이다. 수면장애, 심혈관질환, 우울증, 암까지 일으켜 국제암연구소는 2급 발암물질로 지정했다. 병원 등 업무 특성상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면 심야노동을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


노동자의 건강은 노동자의 투쟁으로만 지킬 수 있다. 현대차 등 자동차공장 노동자들은 10년 이상의 기나긴 투쟁을 통해 주야맞교대 시스템을 주간연속2교대로 바꿨다. 2020~21년에 26명의 택배노동자가 과로로 죽고, 택배노조가 계속 싸워 주 60시간, 하루 12시간 노동시간 제한, 택배노동자 분류작업 제외 등 사회적 합의가 이뤄졌지만, 쿠팡은 이 합의에 참여하지도 않았다. 따라서 노동자들의 광범위한 투쟁을 통해 쿠팡이 물러나게 해야 한다.


노동자가 더 이상 죽어선 안 된다.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모는 쿠팡의 심야노동을 멈추고, 나아가 이윤만 중시하는 살인적 자본주의 체제 자체도 멈춰야 한다.


노동자투쟁(서울) 온라인 기사, 2025년 11월 1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