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격주간 철도 현장신문 <노동자투쟁> 1면 사설, 2025년 12월 17일
정년연장 문제에서 각 세력의 속내가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경총 같은 자본가단체는 법정 정년연장을 반대하며, 60세 정년 후 기존 임금의 절반 정도만 주고 재고용하길 바란다. 정년을 연장하려면 호봉제를 직무성과급제로 바꾸고, 쉽게 해고할 수 있게 하라고 한다. 국민의힘도 2030 표심을 공략하려고, 정년을 연장하면 청년 일자리가 줄어드니 ‘퇴직 후 재고용’이 바람직하다고 뻔뻔하게 주장한다.
그래서 자본가단체 및 국힘과 대립하면서 정년을 10여 년에 걸쳐 65세로 연장하자고 하는 민주당이 훨씬 나아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배자들끼리 대립하는 좁은 무대만 바라보면 노동자들은 함정에 빠질 수밖에 없다.
다음과 같이 날카롭게 물어야 한다. 왜 60세에 퇴직한 노동자가 65세까지 연금도 못 받고 힘겨워해야 하나? 왜 한정된 일자리를 놓고 청년 노동자와 고령 노동자가 서로 경쟁해야 하나? 정년만 늘리면 만사 OK인가?
소득절벽, 누가 만들었나?
정년(60세)과 연금수급 연령(65세)이 어긋나면서 수많은 노동자가 ‘소득절벽’으로 떨어진다. 60세에 퇴직하면 연금도 없이 5년을 버텨야 한다. 퇴직금은 금방 바닥나고, 재취업하려 해도 최저임금 수준의 열악한 일자리뿐이다. 노조도 없는 중소영세사업장에서 고용 불안에 시달리며 하루하루 버텨야 한다. 실제로 고령 노동자 상당수가 경비·청소·배달 같은 저임금 일자리로 내몰린다.
이건 우연이 아니다. 역대 정부는 연금개악을 통해 노동자를 소득절벽으로 내몰았다. 김대중 정부는 연금 수급 연령을 60세에서 65세로 높였고, 소득대체율(받는 돈)을 70%에서 60%로 낮췄다. 노무현 정부는 소득대체율을 다시 40%로 낮췄다. 그리고 2025년 3월에 국회 다수당인 민주당은 내는 돈은 왕창 올리고, 받는 돈은 찔끔 올리는 연금개악을 밀어붙였다. 이렇게 민주당의 잇따른 연금 개악 때문에 노동자들은 소득 공백에 빠질 수밖에 없었고, 평균 67만 원밖에 안 되는 ‘용돈연금’만 받고 있으며, 미래가 없는 삶을 살고 있다.
소득절벽, 어떻게 없앨 건가?
민주당은 정년연장안에 2가지 치명적 독소를 포함시켰다. 첫째는 ‘퇴직 후 재고용’, 심지어 ‘선별적 재고용’까지 허용하는 것이다. 둘째는 임금피크제 도입 등 노동자들에게 불이익을 주는 취업규칙 변경을 자본가들이 맘대로 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런 민주당안은 소득절벽 문제는 해결하지 않으면서 임금만 깎고 해고만 쉽게 하려는 것이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의 정년연장 요구도 한계가 뚜렷하다. 양대노총은 주로 연금수급 연령이 늦춰진 만큼 정년도 연장하라고 요구하고 있는데, 이는 지나치게 소극적이다. 연금수급 연령을 60세에서 65세로 늦춘 것 자체가 노동자에게 불리한데, 그걸 전제로 정년을 늦추자는 것이므로 지배자들에게 끌려다닐 수 있다.
노조 상층 관료들은 투쟁보다 ‘현실적’ 타협을 추구한다. 하지만 역사가 보여주듯, 노동자가 대규모로 단결해서 투쟁하면 훨씬 더 많은 것을 쟁취할 수 있다. 연금수급 연령과 정년을 함께 낮추고, 기존 임금 수준의 연금을 받는 것도 가능하다.
세대 갈등이 아니라 계급 투쟁!
자본가들과 정부는 교묘하게 ‘세대 갈등’ 프레임을 만든다. “고령 노동자가 자리를 계속 차지하면 청년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식이다. 과거 임금피크제를 도입할 때도 “청년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고령 노동자 임금을 깎는다고 했다. 하지만 결과는 어땠나? 고령 노동자 임금만 깎였고, 청년 일자리는 늘지 않았다. 자본가들이 인건비를 아껴 이윤만 챙겼을 뿐이다.
일자리가 부족한 건 고령 노동자 때문이 아니다. 자본가들이 이윤을 극대화하려고 고용을 최소화하기 때문이다. 해결책은 명확하다. 임금 삭감 없는 노동시간 단축으로 일자리를 나누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은 노동자 계급이 단결해서 투쟁할 때만 가능하다. 노동자 계급에겐 막강한 잠재력이 있다. 그 힘으로 자본가 이윤 대신 노동자의 삶을 중시하는 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