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진 설명: 2025년 12월 10일 MBC 〈뉴스데스크〉 보도화면 갈무리(출처_미디어스)
격주간 철도 현장신문 <노동자투쟁> 1면 사설, 2025년 12월 31일
로켓의 속도로 산재 은폐?
2020년 10월, 27세 청년 장덕준은 쿠팡 칠곡물류센터에서 16개월 일하다 급성 심근경색으로 숨졌다. 주 70시간 일하며 체중이 15kg나 빠진 상태였다. 그런데 쿠팡 김범석 의장은 무엇을 했나? "그가 열심히 일했다는 기록이 어디에도 남지 않도록 확실히 해라"고 지시했다.
쿠팡의 재해율은 6.7%로 전체 산업 평균의 10.6배이고, 건설업보다도 5.2배 높다. 그런데도 산재당한 노동자 10명 중 6명은 산재 신청도 못했다. 재계약 평가에서 불이익을 받기 때문이다.
쿠팡은 2021년에 작성한 '산재 은폐 매뉴얼'을 실제로 운영했다. 사고 직후 CCTV 영상을 본사로 회수하고, 유족 중 '우호적 채널'을 확보해 산재 신청을 방해하며, 장례식장에 직원을 상주시켜 노조의 접근을 차단했다. 유족에겐 "산재 신청하지 말라"며 1억 5천만 원을 제시했다. 산재로 승인받은 최성낙 씨의 유족에겐 전관 변호사를 앞세워 "산재 인정을 취소하라"고 소송까지 걸었다.
이것이 바로 탐욕의 화신인 자본의 맨얼굴이다. 생명보다 이윤이 먼저고, 책임보다 은폐가 우선이다.
퇴직금 '리셋'과 검찰 유착: 국가는 누구 편인가
쿠팡은 2023년 5월 취업규칙을 바꿔 '퇴직금 리셋' 규정을 만들었다. 13개월 일했어도, 중간에 4주 평균 주 15시간 미만 근무했을 경우 근속을 리셋해 퇴직금을 하나도 안 주는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일용직 노동자 수만 명의 퇴직금을 떼먹었다.
노동부 부천지청은 이를 위법으로 보고 검찰에 기소 의견을 냈다. 그런데 인천지검 부천지청은 불기소 처분했다. 문지석 검사가 국회에서 눈물로 폭로한 내용은 충격적이다. 상급자들은 "무혐의 처분을 내리라"고 압박했다. 중요 증거물은 보고서에서 의도적으로 누락시켰고, 기밀 정보를 쿠팡 측 변호사에게 유출했다.
검찰은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를 짓밟는 자본가를 보호하기 위해 움직였다. 국가는 자본가 계급을 위한 지배 도구다.
쿠팡을 보면 자본주의가 보인다
쿠팡은 10년 전부터 노조를 '리스크'로 규정하고 회사 분할까지 검토한 극비 문건 '헤르메스'를 작성했다. 김범석 의장은 "해고할 준비를 하고, 욕설을 하고, 갈등을 의도적으로 증폭하라"고 지시했다. 쿠팡은 노조 간부들을 무기계약직 심사에서 탈락시키고,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통제했다.
허술한 보안으로 3,370만 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지만, 쿠팡은 제대로 사과하지도 않고, 책임도 지지 않았다.
쿠팡의 문제는 개별 기업의 일탈이 아니다. 현대기아차, 지엠 등은 비정규직 불법 파견 판결을 받아도 정규직 전환을 거부해 왔다. 삼성은 사법부와 검찰, 언론까지 장악해 한국을 '삼성 공화국'으로 만들었다. 쿠팡이 검찰, 여당, 언론 등에 압력 넣고 로비하는 것은 삼성이 이미 완성한 모델을 따르는 것이다.
근본 문제는 소유 구조다. 쿠팡, 현대기아차, 지엠, 삼성 모두 한 줌 자본가가 소유하고 통제한다. 노동자는 의사결정에서 배제된다. 이윤은 자본가에게 가고, 위험과 고통은 노동자에게 온다. 이것이 자본주의다.
노동자 통제 없인 변화도 없다
쿠팡 사태는 단순한 규제 강화나 윤리 경영으로 해결할 수 없다. 자본은 규제를 우회하고, 로비로 무력화한다.
'탈팡[쿠팡 탈퇴]' 운동은 소비자의 분노를 보여줄 수 있다. 하지만 진짜 힘은 생산 현장의 노동자에게 있다. 현장 노동자의 집단행동으로만 자본을 굴복시킬 수 있다.
근본적 해결책은 쿠팡 같은 거대 기업을 사회적 소유로 바꾸고, 노동자가 민주적으로 통제하는 것이다. 노동자들이 쿠팡을 운영한다면 산재 은폐 매뉴얼 대신 안전 매뉴얼을 만들 것이다. 퇴직금을 떼먹는 대신 노동 조건을 개선할 것이다. 노동자는 자기 생명과 권리를 스스로 지킬 동기가 충분히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