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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계급의 해방은 노동자계급 스스로 쟁취해야 한다"
- 칼 마르크스
사설
 

홈플러스: 10년의 약탈 끝에 10만 명을 거리로 내몰다


  • 2026-07-16
  • 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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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주간 철도 현장신문 <노동자투쟁> 1면 사설, 2026년 7월 15일


7월 13일(월)부터 홈플러스 매장의 불이 다 꺼졌다. 지난 3일 법원은 회생절차 폐지를 결정했다. 20일까지 2천억 원을 구하지 못하면 청산이다. 직고용 노동자만 1만 2천 명, 협력·입점·외주업체 노동자까지 10만 명의 생계가 이번 주에 결판난다.


이 회사를 30년 동안 굴려 온 것은 누군가. 화장실 갈 틈도 없이 하루 1만 5천 보를 걷고, 계산대를 보다가 장난감 매장 관리까지 맡던 그 사람들, 홈플러스를 업계 14위에서 2위로 끌어올린 노동자들이다. 그런데 위기의 대가를 이 노동자들이 치르고 있다.


10년 동안의 계획적 약탈


‘기업사냥꾼’ 사모펀드 MBK파트너스는 2015년 홈플러스를 7조 2천억 원에 사들이며, 그중 5조 원가량을 홈플러스 자산을 담보로 빌렸다. 이후 MBK는 그 빚을 홈플러스에 떠넘겼다. 자본가들은 이걸 ‘금융 기법’이라 부르지만 노동자들은 강도짓이라 부른다.


숫자가 증명한다. 2016~2023년 홈플러스가 낸 이자는 2조 9,329억 원,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4,713억 원. 번 돈보다 이자가 2조 5천억 원 더 많았다. 빚을 갚으려 점포를 팔고, 판 점포를 다시 비싼 월세로 빌려 쓰는 ‘세일앤리스백’으로 4조 원 넘게 뽑아갔다. 직원은 3만 명에서 2만 명으로 줄었고, 남은 이들은 최저임금 수준으로 두세 사람 몫을 떠안았다. 그사이 김병주 MBK 회장의 재산은 8,100억 원에서 12조 8천억 원으로 불어났다. 회사는 껍데기가 되고 1인의 재산은 15배가 됐다. 이것은 경영 실패가 아니라 계획된 약탈이다.


지금 2천억 원을 누가 낼지를 놓고 MBK와 메리츠금융이 옥신각신하는 건 도둑들끼리의 다툼이다. 10년간 회사를 빨아먹은 MBK, 알짜 점포 62곳을 담보로 잡은 최대 채권자 메리츠는 책임을 서로 떠넘기며 홈플러스를 파산으로 내몰고 있다.


홈플러스만의 일도 아니다. MBK는 ING생명과 씨앤앰을 인수하면서 “인위적 구조조정은 없다”고 해 놓고선 대량해고와 노조 탄압을 자행했다. 지금은 같은 각본으로 고려아연을 노리고 있다.


“반드시 살리겠다”던 정부는 나 몰라라


이재명은 대선 후보 시절 홈플러스를 “반드시 살리겠다”고 했다. 그러나 MBK와 메리츠에 폐점 중단도, 고용 승계도, 손실 분담도 강제하지 않았다. 회생 폐지 뒤 내놓은 것도 법에 따라 지급되는 최대 2,100만 원의 체불임금 대지급금과 협력업체 대출이 전부다. 이걸로는 체불임금도 다 줄 수 없다. 정부에 돈이 없어서가 아니다. 정부는 국방비를 대폭 늘리고 반도체 초호황으로 초과 세수를 예상하면서도 노동자의 일자리와 체불임금을 지킬 돈은 없다는 것이다.


정부의 책임은 더 깊다. 10년 전 MBK의 인수를 정책적으로 지원한 것이 박근혜 정부였고, 국민연금은 노동자들이 낸 노후 자금 수천억 원을 그 펀드에 넣어 줬다. 정부는 약탈의 시작에도, 끝에도 책임이 있다.


 “사모펀드를 규제하자”는 목소리가 높다. 그런데 사모펀드는 자본주의의 일탈이 아니라 자본주의의 민낯이다. 이 체제에서 기업 운영의 목적은 사람들의 필요가 아니라 이윤, 이윤, 이윤뿐이다. 이윤이 안 나면, 사람들에게 아무리 필요하고, 노동자가 아무리 성실해도 일터는 문을 닫는다. 이윤은 사유화하고, 손실은 사회화한다. 사모펀드 규제는 이 흐름을 잠깐 늦출진 몰라도 멈추지 못한다. 국가 자체가 자본의 이해에 묶여 있기 때문이다. 역대 모든 정권은 사모펀드 육성을 위해 각종 규제 완화 선물을 주느라 여념 없었다. 규제가 만들어져도 회피하거나 다시 완화하면 그만이다.


노동자들이 파산의 대가를 떠안아선 안 된다. 10년간 막대한 이윤을 챙긴 MBK와 파산을 방치한 정부가 체불임금과 생계비를 모두 부담해야 한다. 그렇게 만들려면 노동자들의 집단적 저항이 필요하다.


하지만 근본 문제는 MBK 같은 기업사냥꾼들이 합법적으로 존재하고 번성하는 체제 자체에 있다. 한줌 자본가가 생산수단을 쥐고 있는 한, 우리의 일터와 생계는 언제나 그들의 계산기 위에 놓여 있다. 모든 제품과 서비스를 생산하는 것은 우린데, 그것을 어떻게 할지는 우리가 결정하지 못한다. 이 구조를 뒤집고 노동자 계급이 사회를 운영해야 홈플러스 대량해고 같은 노동참사의 행렬을 끝장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