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진 설명: 왼쪽 하단부터 디즈니 CEO 밥 아이거, 가운데 지미 키멜, 오른쪽 트럼프
트럼프 정부의 요구에 굴복해 디즈니는 지미 키멜의 방송 진행을 무기한 정지시켰다. 인기 심야 토크쇼 진행자 지미 키멜이 표적일지 몰라도, 이번 처분은 누구든 일자리를 잃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바로 그것이 핵심이다.
키멜이 무슨 끔찍한 말을 했나? 감히 트럼프가 찰리 커크 암살 사건을 냉소적으로 이용해 트럼프 비판자들을 겨냥한 새로운 공격을 정당화하려 했다고 비난했다.
글쎄, 트럼프가 하는 짓이 바로 그거 아닌가? 살인 사건 발생 몇 시간 만에 트럼프 정부의 각료들은 어떤 내용이든 간에 커크를 비판한 사람이나, 트럼프가 작성한 ‘적대세력 리스트’에 오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격하려고 달려들었다.
한 교사가 개인 채팅방에 글을 올렸는데, 결국 해고당했다. 수백 명의 노동자가 항공사, 식당, 학교, 대학교, 로펌, 프로 미식축구 팀, 인쇄소, 심지어 미국 비밀경호국과 군부대에서 해고되거나 징계당했다.
신문사들은 소송 위협을 받았고, 방송사들은 면허 박탈 위협을, 대학과 학교들은 예산 삭감 위협을 받았다. 소규모 상점 주인들은 커크를 찬양하는 포스터를 붙이라고 깡패들로부터 위협당했다.
JD 밴스 부통령은 지지자들에게 커크에 대해 부정적인 말을 하는 사람들을 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극우 활동가들은 SNS를 수색해 글을 찾아내고, 글 작성자를 지목했다. 신고자 중 한 명은 단 이틀 만에 471명을 그들의 고용주에게 신고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에 자랑했다.
실제로 많은 사람이 커크를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그가 노동계급 일부에게 백인 우월주의 사상을 심으려 했기 때문이다. 그는 여성의 역량을 폄하하고 여성이 스스로 결정할 권리를 부정했다. 커크는 자기가 ‘기독교’와 ‘가족 윤리’의 옹호자라고 주장하는 한편, 수정헌법 제2조[개인이 총기를 소지할 권리]와 ‘무기 소지 권리’를 지키려면 아이들 몇몇이 죽는 걸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우리는 탄압의 물결을 마주하고 있다. 커크와 관련된 탄압만이 아니다. 처음부터 트럼프와 관련된 탄압이었기에 트럼프를 비판하는 사람들을 겨냥했다. 그러나 자기가 늘 꿈꾸던 것처럼 허세 부리는 독재자 노릇을 하는 트럼프만 문제인 것이 아니다.
트럼프는 미국에서 가장 부유한 자들에게 싸구려 바지사장 역할을 하고 있다. 그들은 트럼프가 방금 선물한 1조 달러 규모의 세금 감면처럼 더 많은 세금 감면을 원한다. 그들은 더 많은 관세를 통해 자기 기업이 유리해지길 원한다. 그들은 미군 파병을 통해 해외에서 자신들의 이윤을 지키길 원한다. 그리고 그들은 노동자 계급을 계속 통제해 노동을 최대한 쥐어짜고 싶어 한다.
트럼프는 종말론적 마녀사냥을 개시하면서 모든 사람이 움츠러들기를 기대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움츠러들지 않았다. 좋다!
하지만 혼자 저항하는 사람들이 아무리 용감하더라도, 그들만으론 탄압을 멈출 순 없다. 탄압을 멈추려면 힘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힘은 노동자계급이 스스로를 조직할 때 가질 수 있다.
오늘날 노동자계급은 이 단계로 나아갈 준비가 돼 있지 않은 듯하다. 곳곳에서 노동자계급은 분열돼 있다. 트럼프나 커크 같은 사람들은 노동자들이 갈라져서 서로 빵 부스러기를 놓고 다투도록 노동자 계급 내 갈등을 조장하는 작업을 해왔다.
그러나 노동자 계급은 과거에도 분열을 극복한 적이 있다. 때로는 노동자 중 가장 절박하고 곤경에 빠진 부위가 투쟁의 길을 열었고, 그 투쟁은 노동자 계급 전체를 그들 편으로 끌어당겼다.
우린 지금 그렇지 않다고 말하고 싶은가? 그게 맞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린 할 수 있다. 노동자 계급은 누구도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이에도 투쟁을 준비하고 투쟁의 현장으로 달려갈 수 있다. 터닝 포인트 USA[찰리 커크가 만든 우익 단체]든 오늘날의 어용노조든, 자신들을 옭아매는 것을 모두 쓸어버리고 바닥에서부터 스스로 조직을 만들어낼 수 있다. 어쨌든 우리에겐 다른 선택지가 없다. 노동자 계급이 스스로를 조직하지 않으면 트럼프 같은 야만인들이 탄압과 경제 재앙, 그리고 전쟁을 강요할 것이다.
출처: 미국 혁명적 노동자 조직 스파크의 신문, 2025년 9월 21일
월간 정치신문 <노동자투쟁>(서울) 70호, 2025년 9월 3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