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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계급의 해방은 노동자계급 스스로 쟁취해야 한다"
- 칼 마르크스
국제
 

2023년의 미국


  • 2025-03-02
  • 332 회

{이 글은 프랑스 혁명적 노동자조직 LO의 연례대회 문서 중 하나다. LO 월간지, <계급투쟁> 236호(2023년 12월 ~ 2024년 1월)에 실린 글을 한글로 옮겼다.}


경제 상황


미국의 최고위 공직자들에 따르면 미국 경제는 양호하다. 공식 실업률은 3.8%다. 그런데 자본가들은 매우 유감스럽겠지만, 이는 상당수 노동자가 더 이상 취업 시장에 나오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감추는 수치일 뿐이다. 더 신뢰할 수 있는 지표는 고용률, 즉 취업자 수와 노동 연령 인구 수 사이의 비율이다. 2000년대 초반 67%였던 이 비율은 현재 62.8%로 역대급으로 낮으며, 여러 유럽 국가보다 10% 포인트나 낮다. 수천만 명이 노동 시장에서 물러나 더 이상 실업자 통계에 들어가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실질 실업률은 정확한 수치는 아니지만, 대략 25%에 가까울 것이다. [공식 실업률은 실업자 수를 경제활동인구로 나눈 값이다. 그런데 이때 취업준비생, 공무원 시험 응시생, 적절한 일자리가 없어 구직을 포기한 사람 등은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돼 실업자 통계에서 아예 빠진다. 그래서 실질 실업률 또는 체감 실업률과 달리 공식 실업률은 낮게 나온다. 이것은 공식 실업률의 함정이다.(옮긴이)]

게다가 경제는 생명 유지 장치에 의존하고 있다. 지구온난화를 막고 ‘청정에너지’를 지원한다는 명분으로 10년간 4,300억 달러[약 561조 원]를 지원하겠다고 2022년에 채택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은 일련의 보호주의 조치다. 이 법안은 혜택을 받으려면 기업의 생산시설 대부분을 미국에 두도록 의무화했다. 예를 들어 외국 자동차 제조업체가 다른 곳이 아닌 미국에 공장을 설립하도록 유도했다.

이런 막대한 기업 보조금에 상응하는 것은 GDP의 124%에 이르는 3조 1,743억 달러[약 4,142조 원]의 연방 부채다. 이 비율은 2008년 67%에서 2017년 103%로 이미 상승했기에 미국 경제가 신용으로[부채로] 굴러간다는 것은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 신용평가 기관들은 미국의 신용등급을 강등했고, 국가 부도 위험은 정기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가능성은 낮지만 재앙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미국 경제가 신용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은 점점 더 주목할 만하다. 민간 부채(부동산, 기업, 소비자 등)는 GDP의 165%나 된다. 예를 들어, 4,400만 명이 총 1,750억 달러[약 228조 원]에 이르는 학자금 부채를 지고 있는데, 이는 브라질 GDP에 맞먹는 규모다.


부유해진 억만장자와 빈곤한 노동자 계급


주요 기업의 이익은 2022년에 평균 10%일 정도로 계속 증가하고 있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구글은 석유 메이저보다 돈을 훨씬 더 많이 벌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자본가들의 부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현재 미국 억만장자 735명이 4,000억 달러[약 522조 원] 이상을 소유하고 있다. 경쟁자들을 따돌리고 세계 최고 부자 1위를 유지하고 있는 엘론 머스크(테슬라, 스페이스 X, 트위터/X)의 재산은 3년 만에 7배나 증가했다. 동시에 미국인의 기대수명은 2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며 콜롬비아나 쿠바와 비슷한 수준까지 떨어졌다. 이런 감소는 노동자, 의료계 종사자, 흑인, 히스패닉, 그리고 극빈층에게 가장 큰 타격을 입혔다. 매년 12만 명이 약물 과다 복용으로 죽는데, 대부분 거대 제약회사들이 고의로 광범위하게 판매한 아편제 때문에 죽는다. 미국의 산모 사망률은 다른 나라에 비해 훨씬 높다. 동시에 적절한 연금을 받지 못한 채 일해야 하는 고령 노동자의 비율은 점점 증가하고 있다. 75세 이상인데 일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 10년 만에 50% 증가했다. 특히 서부 해안의 대도시에는 노숙자 수가 압도적으로 많다. 예를 들어 LA에선 노숙자 수가 5만을 넘어섰는데, 그곳에선 올 여름 폭염으로 수백 명이 죽었다.

노동자들은 자본가들의 공세 때문에 계속 고통받고 있다. 아동 노동이 부활하고 있는 농식품 및 의류 공장을 비롯해 모든 노동 분야가 타격받고 있다. 자동차 산업의 예가 대표적이다. 1970년에는 자동차산업에서 150만 명의 노동자가 일했고, 그중 빅3(포드, GM, 크라이슬러)에서 일하는 90만 명 모두 노조 조합원이었으며, 부품사 노동자 60만 명도 노조 조합원이었다. 오늘날 빅3(포드, GM, 스텔란티스)의 직원 수는 14만 5,000명밖에 안 된다. 자동차 생산량은 줄지 않았지만 생산성은 증가했고, 임금과 복지는 종종 UAW(미국자동차노조)의 동의를 얻어 삭감됐다. 그리고 일부 생산은 훨씬 낮은 임금으로 미조직 노동자를 고용하는 회사에 하청을 줬다. 그리고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전기차 전환을 이용해 노동 조건을 더욱 개악하려 하고 있다. 2019년에 GM은 43년 만에 처음으로 파업을 겪었다. 현재 빅3의 파업은 UAW 관료들이 전적으로 통제하고 있고 다른 산업으로 확대될 가능성은 낮지만, 많은 노동자가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 그리고 이 파업은 자본가들이 계급전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미국 노동자계급의 일부가 수동적으로만 머물러 있지 않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미 제국주의의 작동 방식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군사 원조를 가장 많이 제공하는 나라다(전체 유럽 국가가 300억 달러[약 39조 원]를 제공하는 데 비해 미국은 430억 달러[약 56조 원]를 제공한다). 이런 지원은 러시아만이 아니라 중국까지 겨냥한 공격적 정책의 일환이다. 이런 지원이 미국 경제에 부담을 준다고 하지는 않는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돈다발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록히드 마틴, 제너럴 다이내믹스 등) 방위산업체가 만든 무기와 군수품을 지원하기에 장비는 우크라이나로 가지만 돈은 미국에 남아 있다. 전쟁 때문에 독일과 다른 유럽 강대국은 탄화수소를 더 비싸게 구입하지만, 미국은 셰일 가스 수출을 늘렸다. 그 결과 미국은 프랑스의 주요 가스 공급국(25%)이자 주요 석유 공급국이 됐다. 즉, 우크라이나 전쟁이 독일 경제를 약화시키고 있지만 미국 경제에는 불이익 대신 이익을 주고 있다.

미러 갈등 뒤에는 미중 갈등이 있다. 이는 대만을 둘러싼 올해 갈등에서 알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만들고, 바이든이 유지한 관세 장벽이 무역을 재편했는가? 미국 수입품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확실히 감소했지만, 여전히 2008년 위기 이전보다 높다(2022년 16%). 게다가 미국이 더 많은 상품을 수입하는 여러 국가(베트남, 대만, 한국 등)가 중국과 무역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결국, 생산망을 재편하는 것은 법령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며, 미국과 중국 경제의 디커플링[연결고리를 끊는 것]은 여전히 제한적이다.

그러나 두 나라 경제가 연결돼 있다고 해서 전쟁이 일어나지 말란 법은 없다. 1914년에 독일과 영국이 충돌하기 전에도[즉, 1차 대전이 터지기 전에도] 양국 경제는 서로 얽혀 있었다.

반중국 레토릭이 만연한 미국은 북쪽의 일본, 한국, 대만에서부터 중간의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 인도를 거쳐 남쪽의 호주에 이르기까지 중국의 이웃 국가들과 동맹을 강화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미국 측에 미중 전쟁을 대비할 수 있는 본격적인 훈련장 역할을 하는 상황에서, 극동과 태평양 지역에서 군사 훈련이 증가하고 있다.(2023년 10월 8일)


노동자투쟁(서울) 온라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