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휴가와 의회 휴회가 시작되기 일주일 전 언론들은 임금이 “기록적인” 수준으로 올랐다고 보도했다. 의심할 여지 없이 이 몇몇 언론은 공공부문 임금 인상 요구에 저항하고 임금이 오르면 인플레가 심해진다고 계속 소리치는 제레미 헌트 영국 재무부 장관을 변호하려 하고 있다. 아니면 아마도 리시 수낙 영국 총리의 경제 공약을 고려할 때, 뭐든 간에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한 걸지도 모른다.
그러나 바닥 수준의 저임금과 수년간의 임금동결 문제로 파업 중인 노동자에게, 그것도 13개월 동안 투쟁했지만 아무런 성과도 얻지 못한 그들에게, 임금이 기록적으로 올랐다는(어디에서?) 이 소식은 너무 황당할 따름이었다.
영국 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 3~5월 사이 임금이 평균 7.3% 올랐다고 한다. 이는 영국 교원보수위원회에서 권고한 6.5%의 임금 상승률을 웃도는 수치다.
하지만 동시에 통계청은 인플레이션이 8.7%(소비자 물가지수 CPI에 따를 경우에 8.7%이고, 영국소매물가지수 RPI에 따르면 11.3%로 더 높았다)로 급등한 상황이기에 “기록적인” 임금 인상은 여전히 인플레이션을 한참 밑돌고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이는 “보통의” 노동자면 누구든 5월까지 3개월 동안 “실질 임금이 (인플레이션을 고려하면) 0.8% 하락하는 것을 보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기에 그/그녀는 “이론적으로는 1년 전보다 더 가난해졌다.” “이론적으로” 가난해졌다는 것과 “실제로” 가난해졌다는 것 사이에 무슨 차이가 있을지 의문을 가질 수는 있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실질적으로 노동자의 임금은 언제나 인플레이션보다 얼마나 뒤처지는지라는 측면에서 측정돼 왔다. 사장들과 그들의 통계학자들은 임금이 인플레보다 뒤처지는 것을 항상 당연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불쾌하게도 그들은 이번에는 “2021년 말 이후 임금이 가장 적게 감소했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누구의 임금이 “상승”하고 있는 것일까?
이 수많은 전문가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인다고 해도, 진행 중인 파업들과 평균 4~5%의 임금인상 합의를 고려할 때, 임금이 ‘평균’ 7.3% 올랐다는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공공부문이든 민간부문이든 대규모 노동자 부대 어디도 이 기간에 임금이 상승하지 않았다. 많은 노동자가 여전히 사장이나 정부를 상대로 투쟁하고 있다. 로얄 메일[영국의 우편 및 택배 회사] 측의 임금협상 제안을 결국 받아들인 우체국 노동자들이 2023년에 6% 정도 임금이 올랐다. 그런데 이조차도 실질임금이 최소 2.7% 하락한 것이다. 어찌됐건 대다수 노동자는 수년 동안 임금이 사실상 삭감됐다. 철도 노동자들만 해도 지금까지 4년 동안 임금이 동결된 상태다. 도대체 누구의 임금이 “평균 7.3%” 상승한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빈곤과 노동 착취가 만연한 이 체제에 대해 많을 것을 이야기해줄 것이다!
그렇다, 언론들이 보도하는 임금의 “평균적인” 상승은 주로 최저임금 인상 때문이다. 민간부문과 하청부문에서 일하는 수백만 노동자가 가혹하게 착취당하면서 이 쥐꼬리만 한 임금만을 받기 때문이다.
이번 4월, 23세 이상 노동자들의 최저 임금은 시급 9.5 파운드[약 15,747원]에서 시급 10.42 파운드[약 17,270원]로 9.7%가량 상승했다. 영국 보수당은 이에 대해 “생활임금”이라는 딱지를 붙였지만, 그렇다고 최저임금이 생활임금으로 변모하는 것은 아니다. 어찌됐든 최저임금은 나이에 따라 감소해서 18~20세 노동자는 9.7% 인상됐는데도 여전히 시급 7.4 파운드[약 12,257원]만 받는다.
매우 적은 임금의 10%는 매우 작다. 오늘날의 여전히 치솟는 생활비, 그리고 무엇보다도 임대료와 주택 담보 대출 비용의 상승을 생각해보면, 7일 동안 24시간 내내 일해도 그런 저임금으론 누구도 살아갈 수 없다.
당연하게도 이런 가짜 임금 인상이 마치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 요구와 파업이 성공한 결과인 것처럼 보도되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영국 통계청이 평균 임금인상률을 높게 제시한 것은 최저임금 인상을 부풀렸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지적한 신문은 고작 한두 개뿐이었다.
인플레에 맞서려면 임금인상이 필요하다
물론 평균 임금인상률 부풀리기를 통해 헌트 장관과 자본가 계급의 논평가들은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임금 인상은 인플레이션을 촉진한다. 우리 모두 인플레를 잡고 싶어 하지 않는가?” 그렇다, 물가가 폭등해 인플레가 발생했는데도 마치 임금이 올라 인플레가 발생한 것처럼 저들은 말한다.
그러나 인플레에 대한 책임을 임금 인상에 떠넘기는 자본가들의 사기는 평균 월간 요금을 356파운드[약 589,567원]에서 273파운드[약 452,207원]로 인하한 지난 4월 에너지 요금 상한선이 실제로 인플레이션을 2% 하락시켰다는 사실 때문에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노동자 계급이 삶을 회복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은 모든 영역에서 임금이 넉넉히 오르는 것뿐이다. 월세와 부동산 담보 대출금의 6% 상승, 여전히 터무니없는 공공요금과 올라만 가는 식비를 감당하려면 임금이 대폭 올라야 한다.
그래서 이 싸움에서 결코 물러날 수 없다. 투쟁은 계속돼야 한다. 직장과 거리 모든 곳에서 말이다. 그리고 1년 후에 모든 부문의 노동자가 단결해 총력투쟁해야 한다. 그것만이 우리가 승리를 거머쥘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출처: 영국 혁명적노동자조직 워커스파이트 현장신문 1면 사설, 2023년 7월 12일
노동자투쟁(서울) 온라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