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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계급의 해방은 노동자계급 스스로 쟁취해야 한다"
- 칼 마르크스
국제
 

독일 - 임금을 둘러싼 대규모 파업


  • 2025-02-27
  • 33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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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 항공· 운수 부문 노동자들이 24시간 총파업에 들어간 3월 27일 베를린 중앙역 플랫폼이 텅 비어 있다. (사진 출처: 신화연합뉴스)

 

{이 기사는 프랑스 혁명적노동자조직 LO(노동자투쟁)의 주간 신문 2853호 기사(4월 7일)를 미국 스파크가 영어로 옮기고, 이를 노동자투쟁(서울) 그룹이 다시 한글로 옮긴 것이다.}


3월 27일 독일에서는 이례적인 파업이 일어났다. 파업은 대부분 지방 공공서비스 노동자들의 단체 교섭에 관한 것이었다. 그러나 파업의 범위는 그 이상이었다.


쓰레기 수거, 대중교통, 공항, 어린이집, 의료원, 시청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파업에 참여했다. 단체 교섭을 규제하는 법률에 따라 이른바 경고파업을 하는 일은 이들 노동자 사이에서 간간히 발생한다. 하지만 올해는 인플레이션 때문에 임금이 하락하면서 더 많은 노동자가 파업에 참여했다.


임금이 가장 낮은 직종의 노동자들, 지역 버스 및 철도 노동자들, 환경미화 노동자들이 협상 초기부터 두드러지게 압력을 가했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는 빚더미에 올라앉아 그 어느때보다도 양보할 생각이 없었다. 베르디[통합서비스노동조합, 독일에서 금속노조 IG메탈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산별노조 – 옮긴이] 노동조합은 10.5% 임금 인상을 요구했다. 그리고 모든 노동자가 최소 월 538달러[약 71만 원]를 더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임금이 가장 낮은 노동자한테 임금 인상이 가장 절실하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었다.


독일철도 도이체반 역시 비슷했다. 이곳 역시 청소부와 경비원이 최저임금보다 낮은 기본급을 받는 일이 있었다. 하지만 사측은 조금도 내줄 생각이 없었다. 도이체반에는 노조가 2개 있었다. 기관사들로 이뤄진 소규모 노조인 GDL은 이전에도 여러 차례 파업했다. 그러나 열차 차장, 정비사, 전기기사, 창구 노동자, 경비원, 청소 노동자, 영업노동자, 특정 승무원 등 나머지 노동자들을 포괄하는 더 큰 노조인 EVG는 수년간 파업하지 않았다. 심지어 EVG는 "어려움에 처한 회사에 책임을 지고자" 지난 2년간 사실상 임금 동결을 받아들였다.


2021년에 여러 날 파업해 GDL은 1,216달러[약 160만 원] 이상의 성과급을 받았다. 많은 철도 노동자가 EVG를 탈퇴했다. 그리고 일부는 GDL에 합류했다. 이 때문에 EVG는 압박을 받았다. 철도 노동자들은 이렇게 말했다. "지금 파업하지 않으면 노조를 탈퇴하겠다." 많은 이들에게 마침내 파업에 나서는 것이 승리만큼이나 중요해 보였다. EVG는 최소 719달러[약 95만 원] 인상과 12% 임금 인상을 요구했다. EVG는 사상 최초로 인상율만이 아니라 이런 고정금액까지 요구했다. 인상율을 정할 경우 고임금 노동자에게 유리하다. 고정금액을 요구한 것 또한 밑바닥 노동자들이 움직였다는 사실을 반영한다.


그래서 베르디와 EVG 두 노조는 3월 27일 지역 버스, 철도, 도이체반, 공항 등 모든 운수 현장에서 파업하기로 결의했다. 두 노조 지부들이 서로 대화하고 공동 파업에 나선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이 날은 독일에서 유례없는 특별한 날이 됐다. 과거에는 가끔씩 이미 파업에 돌입한 베르디 산하의 두 지부가 공동으로 집회를 연 적은 있었다. 그러나 노조 간부들은 보통 공동 파업 때문에 특정 경제 부문이 '마비'될 위험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요구를 따로따로 제시하는 조합주의적 방식을 택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여러 부문이 힘을 합쳤다.


그 결과 인상적인 성과를 거뒀다. 3월 27일, 국가가 실제로 반쯤 멈췄다. 여러 도시에서 공영 버스, 지하철, 전차가 한 대도 움직이지 않았다. 민영 버스만 운행했다. 공항에서는 항공 보안 및 지상근무 노동자들이 파업에 나서면서 프랑크푸르트, 뮌헨 등 어느 곳에서도 비행기가 뜨질 못했다. 도이체반에서는 주요 노선 열차가 한 대도 운행하지 않았고, 지역 열차도 거의 운행하지 않았다.


파업 전부터 언론과 정치권은 '노조'가 감히 '국가를 마비'시키고 '경제의 심장부를 공격'한다고 분노하며 이번 파업에 비난을 쏟아냈다. 그러나 이런 비난은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파업 전부터 환호하던 파업 노동자들은 기차와 도시 교통이 멈추자 자부심을 느꼈다.


대체로 노동자들은 모두가 538달러[71만 원]는 더 받아야 한다는 요구가 지나치다고 생각하기는커녕, 인플레를 고려하면 이 정도는 모두에게 필요한 금액이라 말하며 이 요구에 동조하기 시작했다. 파업 참가자들이 공론장에서 자신들이 이 정도는 받아야 한다고 믿고 당당하게 주장하자, 많은 노동자가 3월 27일 투쟁을 자신들의 파업으로 여겼다.


사실 언론은 순서를 지켜가며 차례로 파업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고 합리적이라고 노동자들을 가르치려 했다. 언론은 "모두가 동시에 벌이는 파업", 즉 “대파업”, “총파업”은 좋지 않다고 계속 떠들어댔다. 그 결과 ‘총파업’이라는 생각이 많은 사람의 뇌리에 각인됐다. 그래서 몇몇 노동자들이 외치기 시작했다. “바로 그거야!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총파업이다! 우리 모두 한날한시에 파업에 나서야 한다!”


이는 독일에서 새로운 상황이다. 수십 년 동안 이 총파업 사상은 존재하지 않았다. 단체교섭과 파업권은 틀에 갇히고 묶여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람들의 머릿속에 존재하지 않고, 책이나 다른 나라에만 있던 이 총파업 사상이 다시 떠올랐다. 3월 27일의 성공으로 많은 노동자의 사고방식이 바뀌고 있을 것이다.


출처: 미국 혁명적노동자조직 스파크의 신문, 2023년 4월 17일

노동자투쟁(서울) 온라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