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노동자들은 물가 상승 때문에 의료 서비스와 기타 필수품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최근 갤럽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38%가 비용 때문에 2022년에 의료 서비스를 미뤘다고 답했는데, 이는 2021년 26%에 비해 크게 증가한 수치다. 치료를 미룬 응답자 4명 중 1명은 심각한 질병을 치료해야 했는데도 치료를 미뤘다.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일 때는 코로나에 걸릴까 봐 치료를 미뤘기에, 코로나가 조금 수그러든 2022년에는 치료받아야 할 사람이 훨씬 더 많았을 것이다. 그런데도 그때 많은 사람이 치료를 미뤘다.
직장을 통해 의료 보험에 가입한 노동자들도 이런 어려운 선택을 해야만 한다. 커먼웰스 펀드[저소득층, 무보험자 등 사회 취약계층을 위해 더 나은 의료 시스템을 구축하도록 촉진하는 미국의 민간 재단(옮긴이)]에 따르면 고용주 제공 의료보험의 가입 대상인 노동자의 29%가 높은 본인 부담 비용 때문에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에선 의료보험이 민영화돼 있고, 의료 서비스의 가격이 매우 높아서 의료보험이 없으면 사고나 질병이 생겼을 때 매우 위험하다. 이 때문에 노동자들은 고용주가 복리후생 차원에서 제공하는 의료보험을 매우 중시하는데, 노동자도 어느 정도 보험료를 내야 한다. 그래서 가난해서 여기에 가입하지 않은 노동자도 꽤 많은 것이다.(옮긴이)] 그 결과 많은 사람이 심각한 의료 부채를 떠안고 있다.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주민 5명 중 1명은 5,000달러[약 660만 원] 이상의 의료 부채가 있다고 답했다. 의료 사회복지사들은 의료비를 어떻게 지불할지 고민하는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고 말한다.
2022년에 많은 병원이 적자를 봤다고 보고했기에 상황은 더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의료 경제학자들은 병원 요금이 상승할 것으로 예측한다. 또한 현재 메디케이드[미국의 국민 의료 보조 제도로 65세 미만의 저소득층과 장애인을 위한 것이다. 미국 연방정부와 주정부가 공동으로 재정을 보조하고 운영은 주에서 맡게 돼 있는데 미국에서 의료에 관련된 프로그램 중 규모가 가장 크다(옮긴이)]를 받고 있는 많은 사람이 곧 재신청을 해야 하며, 많은 사람들이 보험 혜택을 잃거나 지연당할 가능성이 높다.
12월에 의회에서 통과된 지출 법안에 따라 각 주에서는 팬데믹이 한창일 때는 허용되지 않았던 메디케이드 수혜자의 메디케이드 재신청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이 때문에 많은 사람이 재신청의 필요성을 인식하지 못한다는 단순한 이유만으로 메디케이드 보장을 잃을 것이다. 일부는 처음 메디케이드를 신청한 이후 주소가 변경돼 우편을 통해 정보를 받지 못한다. 소득이 증가한 다른 사람들은 더 이상 메디케이드 수혜 자격이 없다.
미국 보건복지부는 이번 재등록 과정에서 1,500만 명이 자격을 상실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물론 메디케이드 자격이 없는 사람은 언제든지 건강보험개혁법(ACA)[이 법은 오바마 정부 때 저소득층까지 의료보장제도를 확대한 전국민 건강보험 제도다. 일명 ‘오바마케어’라 불린다. 트럼프는 이 법을 폐지하면서 보장성이 낮은 건강보험을 시장에 허용했다.(옮긴이)]에 따른 보장을 신청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ACA 보험이 높은 공제액 때문에 본인이 부담해야 할 돈이 많고[오바마케어의 경우, 보험금에서 빼는(즉 보험회사에서 보험금으로 주지 않는) 공제금액은 1년에 많게는 6,300달러(약 830만원)여서 그만큼을 본인 부담 비용으로 내야 한다(옮긴이)] 치료 비용의 전액 보장에는 한참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2020년에 미국 시민이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는데, 보험회사가 3,270달러(약 400만원)을 내라고 청구서를 보내왔던 사건이 이슈가 됐다. 그는 월 180달러 정도의 저렴한 보험에 가입해 있었는데, 보장범위가 너무 제한적이라서 이런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옮긴이)]
이렇게 부유한 나라의 노동자가 자신과 가족을 먹여 살릴 것인지, 아니면 필요한 의료 서비스를 받을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 얼마나 우스운 일인가! 미국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1인당 의료비 지출이 많은데도 말이다.
이는 국민의 복지보다 이윤을 우선시하는 의료 시스템의 결과다. 이 시스템은 사라져야 한다!
출처: 미국 혁명적노동자조직 스파크의 신문, 2023년 2월 20일
노동자투쟁(서울) 온라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