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종종 우리 사회가 어떻게 이토록 탐욕스럽고, 타락하고, 폭력적인 행동들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 의아해한다. 엡스타인 사건이 보여주듯, 타락은 지배계급에서 시작된다!
제프리 엡스타인은 금융계에서 재산을 모았다. 노동자들이 아파트나 집을 사기 위해 평생 일하는 동안, 그는 '재산 관리자'로서 번개같이 부자가 됐다. 그는 최고 부유층이 가능한 한 세금을 적게 내고 투기하도록 돕는 기생충이었다.
이것은 돈을 많이 버는 직업이다. 부르주아지는 자기 하수인들에게 아주 후하게 돈을 지불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그들이 합법성의 경계를 넘나들어야 할 때는 더욱 그렇다. 엡스타인은 이렇게 해서 수천만, 수억 달러를 축적했다. 뉴욕 맨해튼의 저택, 팜비치[미국 플로리다주, 대서양 연안에 있는 초부유층 휴양지]의 빌라, 파리 포슈 거리[파리에서 가장 비싼 거리, 최고 부유층의 상징]의 멋진 아파트, 카리브해의 섬[미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엡스타인이 소유한 섬이 있다], 전용 제트기를 살 수 있을 만큼이었다. 그는 부유한 상속녀와 어울리고 수많은 인맥을 만들었다.
부르주아 세계는 아주 작은 세계이기 때문이다. 지구적 규모로 보면, 3천 가문이 억만장자 클럽을 구성한다. 미국인, 영국인, 프랑스인, 러시아인, 우크라이나인, 인도인, 레바논인, 이스라엘인, 사우디인... 그들은 하나의 동일한 사회 계급을 이룬다. 그들은 서로 알고, 고급 호텔과 명품 매장에서 마주치며, 쿠르슈벨[프랑스 알프스 지역, 세계에서 가장 비싼 스키 리조트 중 하나, 겨울 시즌 부르주아의 성지], 리비에라[프랑스 남부, 지중해 연안, 여름 시즌 부르주아지의 성지], 도하[카타르 수도, 중동 최고 럭셔리 도시 중 하나], 모로코의 리아드[유럽 부자들의 겨울 별장], 다보스[스위스 알프스, 매년 1월에 세계 정치‧경제 엘리트들이 ‘다보스 포럼’이란 이름으로 ‘연례 총회’를 한다]에서 다시 만난다.
그들은 같은 고급 레스토랑에 단골 자리가 있다. 월급으로 생활하는 사람들은 그곳에 식사하러 들어가지 않고, 주방에서 일하고 설거지하고 서빙하러 들어간다. 그들은 평생 서로 사업을 하고, 정보를 주고받으며, 은혜를 갚고, 여기서 수십억, 저기서 수조 원을 가볍게 빌려주고받는다.
트럼프, 머스크, 클린턴 부부, 빌 게이츠, 아리안 드 로스차일드[유럽 최고의 금융 왕조인 로스차일드 가문. 구귀족 금융자본의 대표.], 앤드루 왕자[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둘째 아들], 노르웨이 왕세녀, 과학자들과 예술가들…. 엡스타인이 구축한 네트워크는 경악스럽다. 모두가 그가 조직한 난교에 참여한 것은 아니지만, 묵인으로든 공모로든, 그들은 침묵했다.
2008년 미성년자 성매매로 엡스타인이 유죄 판결을 받았을 때조차 이 고상한 세계는 그를 외면하지 않았다. 프랑스에선 미테랑 시대의 사회당 아이콘 자크 랑과 프로듀서인 그의 딸이 그와 계속 가깝게 지냈다. 변명삼아 자크 랑은 "매력적이고 문화에 열정적인 남자"만 봤다고 맹세했다.
분명히 사랑이 눈을 멀게 한다면, 돈도 마찬가지다! 엡스타인은 또한 걸어 다니는 금고이기도 했다. 그리고 랑 부녀는 거리낌 없이 그것을 이용했다.
부르주아 계급을 결속시키는 이런 돈의 관계에 성매매나 아동 성범죄가 항상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범죄는 자주 일어난다. 할리우드의 와인스타인 사건[미국 영화 제작자. 80명 이상의 여성이 성폭행, 성희롱을 당했다고 그를 고발했음, 미투운동의 촉발점], 베를루스코니의 '붕가붕가' 파티[이탈리아 총리가 관저에서 미성년자 포함 성매매 파티를 개최], 강간범 도미니크 스트로스칸[IMF 총재였는데 뉴욕 호텔 객실 청소원을 성폭행한 혐의], 사우디 왕자들을 위해 궁전을 건설하며 부동산으로 부를 쌓고 또한 그들에게 여자와 위스키를 공급했다고 알려진 시라크[프랑스 전 대통령]의 친구 라피크 하리리[레바논 총리, 억만장자 건설업자]를 떠올려보자...
이것은 그다지 놀랍지 않다. 부르주아지는 모든 것을 사는 데 익숙하다. 때로는 수십만 노동자의 생존이 달려있는 기업들, 신문사, 텔레비전 채널, 장관, 판사, 심지어 정당까지. 그렇다면 왜 여성들을(심지어 미성년자라도) 사지 못하겠는가?
칼 마르크스와 프리드리히 엥겔스가 <공산당 선언>에서 썼듯이 “부르주아지는 인간의 존엄을 단순한 교환 가치로 만들었다. 부르주아지는 그토록 힘들게 쟁취한 수많은 자유를 유일하고 무자비한 상업의 자유로 대체했다.”
알고 보니, 2009년에 영국의 노동당 장관 맨델슨은 자기 정부가 시티[영국 금융중심지] 은행가들에게 부과하려던 작은 세금에 반대해 엡스타인과 함께 음모를 꾸몄다. 유권자들이 투표하지만, 부자들이 결정한다!
미국 사법부는 보유한 모든 문서를 공개하지 않았고 부분적으로 검열했다. 이는 최고 권력자들을 끝까지 보호하려 한다는 증거다. 하지만 음모를 찾을 필요는 없다. 거기에는 부르주아들 사이의 지극히 평범한 관계만 있을 뿐이다. 민중을 희생시키며 자신들의 부와 권력을 향유하기 위한, 소유자들의 파렴치한 담합.
과거에 왕조들은 서로 교류하고 결혼했다. 유럽 귀족은 하나의 사회 계급이었다. 많은 귀족이 같은 가문 출신이었는데, 그들은 백성들이 굶어 죽는 동안 호화롭게 살았다. 일부는 [프랑스대혁명 때인] 1793년에 단두대에서 끝났고, 다른 이들은 1848년[프랑스혁명]이나 1917-1918년의 혁명으로 타도됐다. 바로 이것이야말로 대부르주아지라는 이 기생충 계급이 받아 마땅한 것이다!
출처: 프랑스 혁명적 노동자 조직 LO의 신문 사설, 2026년 2월 9일
노동자투쟁(서울) 온라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