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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계급의 해방은 노동자계급 스스로 쟁취해야 한다"
- 칼 마르크스
국제
 

브리오나 테일러를 위한 정의는 없다


  • 2025-08-17
  • 8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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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법무부는 브리오나 테일러의 살해범에게 단 하루의 형량을 권고했다.


테일러는 2020년 3월, 당시 26세였던 흑인 여성으로, 켄터키주 루이빌의 아파트에서 자정 이후 경찰 7명이 강제로 진입해 총격을 가하는 과정에서 사망했다. 경찰은 ‘경찰 신분 고지’ 수색영장을 집행 중이었고, 이 영장은 더 이상 그 아파트에 살지 않던 친구가 마약을 보관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발부됐다. 경찰이 문을 두드리기 시작하자, 그녀의 동반자 케네스 워커는 경고성 발포를 했고, 이후 경찰은 무차별적으로 총격을 가해 테일러를 여섯 발이나 쏘아 사망에 이르게 했다.


워커와 집 근처에 있던 사람을 포함해 이웃 몇 명은, 경찰이 진입하기 전에 자신들이 누구인지 밝히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워커는 누가 침입했는지 알 수 없어 발포했으며, 아무도 다치게 하지 않았다.


총격에 연루된 경찰은 세 명이었지만, 대배심은 이 중 단 한 명, 브렛 핸킨슨에게만 혐의를 적용했다. 나머지 두 명, 조너선 매팅리와 마일스 코스그로브는 어떤 혐의도 받지 않았다. 더구나 핸킨슨조차 브리오나 테일러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되지 않았다. 그는 테일러 이웃의 아파트에 총을 쐈다는 이유로만 기소됐다.


브리오나 테일러의 살해 사건이 발생한 지 몇 달 뒤, 미니애폴리스 경찰은 조지 플로이드를 목을 눌러 죽였다. 그가 "숨을 쉴 수 없다"고 호소했는데도 말이다. 플로이드의 살해는 미국 전역과 전 세계에 걸친 대규모 시위를 촉발시켰는데, 이것이 BLM(Black Lives Matter, 흑인의 목숨도 소중하다) 운동이 됐다. 시위대는 경찰 폭력의 희생자 중 한 명으로 브리오나 테일러도 언급했다.


이 운동은 정치인들과 자본주의 국가 기구들이 일부 경찰을 법적으로 기소하도록 일시적으로 압박했다. 예를 들어 조지 플로이드를 살해한 데릭 쇼빈이 유죄 판결을 받았다.


또한, 이 운동은 2022년 8월 바이든 행정부로 하여금 브리오나 테일러 살해에 관련된 경찰들에 대해 연방 차원에서 기소하도록 압박했다.


하지만 이제, 미국 자본주의의 법무부는 테일러 사건에 연루돼 유죄 판결을 받은 유일한 경찰관이 "이미 충분히 고통받았다"며 단 하루의 형량을 제안했다.


이는 대규모 시위가 정치인들을 밀어붙여 일부 경찰을 기소하게 만들었던 그 움직임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최종적인 응답이다. 이것은 정의를 위해 싸우는 사람들을 의도적으로 모욕하고, 폄하하며, 조롱한 것이다. 대놓고 “엿 먹어라”고 한 것이다. 이는 인종차별적 폭력을 부추기는 조치이자, 트럼프의 극우 지지층에게 보내는 은밀한 신호이며, 경찰에게 더 많은 폭력을 휘둘러도 괜찮다는 청신호이기도 하다.


경찰이 살인을 저지르고도 처벌받지 않는 일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멤피스의 타이어 니콜스, 뉴욕의 에릭 가너, 볼티모어의 프레디 그레이의 죽음에 관련된 경찰들이 모두 무죄 판결을 받은 사례만 봐도 그렇다. 경찰은 매년 1,000명 이상을 죽인다. 그들은 백인보다 흑인을 3배 더 많이 죽인다.


BLM 운동에 참여한 수많은 시위자는 시스템 개혁을 위해 싸웠다. 그들은 경찰 예산 삭감, 치안 개선, 경찰 감시 강화를 요구했고, 일부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이런 성과들은 일시적일 뿐이다. 왜냐하면 이 시스템은 고장 난 것이 아니라, 애초부터 자본주의적 착취를 폭력으로 유지하기 위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흑인들을 더 자주 공격하는 경찰의 모습은 자본주의가 이 나라의 역사 전반에 걸쳐 얼마나 인종차별과 밀접하게 얽혀 있는지를 보여준다.


경찰 폭력을 끝내기 위해서는 자본주의 체제 자체를 없애야 하며, 부유한 자본가 계급의 이익을 위해 작동하는 무장 폭력 국가 기구도 해체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생산시스템을 손에 쥐고 있는 노동자 계급이 이 체제를 무너뜨리고 자신들의 체제로 대체하기 위해 조직돼야 한다.


출처: 미국 혁명적 노동자 조직 스파크의 신문, 2025년 7월 21일

월간 정치신문 <노동자투쟁>(서울) 68호, 2025년 7월 30일


※ 사진: 경찰의 총에 맞아 숨진 흑인 여성 브리오나 테일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