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 바이든이 카불 공항 사태를 보고 “비통하다”고 말했다. [카불 공항 사태란 미군 철수를 계기로 탈레반이 전국을 장악하자, 수천 명이 아프간에서 탈출하려고 카불 공항에 몰리면서 공항이 마비되고 적어도 7명이 희생된 사건을 말한다.(옮긴이 주)] “비통하다”고? 아프간 빈민들이 처한 모든 상황이 비통하다. 그리고 미 제국주의는 이에 직접적인 책임이 있다.
작년 한 해만 해도 55만 명이 전쟁과 가뭄, 굶주림으로 피난을 갔다. UN 식량기구에 따르면 인구의 3분의 1이 매일매일 굶주리고 있다. 2백만 아동들이 영양실조 상태다. 아동 수만 명이 식량 부족으로 죽어가고 있다.
이는 탈레반이 정권을 장악하기 직전까지 미국의 꼭두각시 정부 아래서 벌어진 일이다.
최근 20년 동안 7백만 아프간인이 자기 집에서 쫓겨났는데, 이는 세계 최악의 난민위기 중 하나였다. 수백만 아프간인은 아프간의 전쟁 지옥을 탈출했지만, 중동과 유럽, 아시아의 난민수용소라는 또 다른 지옥에 갇혔을 뿐이다.
차갑고 건조한 수치들은 미국의 아프간 전쟁이 초래한 인적 희생의 일부일 뿐이다.
전쟁 20년 동안, 거의 80만 미군 병사가 아프간을 거쳐갔다. 거기에 누구도 정확한 규모를 알 수 없는 ‘사설 보안 업체’ 즉 용병들까지 더해야 한다. 거기에 미국이 현금을 지급해온 아프간 군벌의 수십만 민병대와 마약 조직을 더해야 하고 수백만 미국 달러를 해외 계좌에 빼돌린 부패한 정치 카스트를 더해야 한다.
20년 동안 자행된 전쟁의 치명적인 비용은, 거의 20만 아프간인이 죽은 것이다. 그중 절반 이상이 민간인이었다. 또 미군 2,300명과 나토 국가 병사들 1,200명도 죽었다. 20년간 선포된 전쟁은 그 이전에 22년 넘게 미국이 비밀리에 벌인 행동의 산물이었다. 거의 20년 동안 미국은 이슬람 근본주의 무장세력을 육성하는 데에 돈과 무기를 쏟아부었다. 목표는 당시 소련의 지원을 받던 세속적 아프간 정부의 힘을 약화시키는 것이었다. 이것은 소련을 약화시키려고 미국이 비밀리에 벌인 전형적인 “냉전” 조치였다.
아프가니스탄은 잔혹한 10년 전쟁에 휘말렸고 소련은 타격을 입었다. 그러나 곧바로 미국인들을 향한 “역공”이 일어났다. 미국이 “검은 작전”이란 이름으로 자금을 대던 “비밀” 공작원들 중엔 사우디 국적의 오사마 빈 라덴이 있었다. 미국의 지원을 받던 이슬람 근본주의 무장세력 중 하나가 알카에다가 됐다.
소련에 문제를 일으키기 위해 시작한 것이 결국 국제무역센터를 무너뜨리고 국방부의 일부분을 박살내는 것으로 귀결됐다. 미국 시민 3천 명이 미국 정부의 은밀한 행동에 대한 대가를 치렀다.
2001년 9.11테러 이후, 미국이 약해지지 않았다는 것을 세계에 과시할 의도로 미국은 아프간에 전쟁을 선포했다. 그들은 잠깐 병력을 파견한 뒤 곧바로 철수시킬 수 있을 거라 예상했다. 그러나 미군은 미국 정부가 원조했던 무장세력과 맞서야 했다.
아프간의 “비통한” 재앙은 미국의 특정 정부 때문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바이든부터 트럼프, 오바마, 부시 주니어, 클린턴, 부시, 레이건, 카터 정부까지 모두 함께 만들었다. 문제는 어떤 정부냐가 아니다. 미국 대통령들이 항상 떠받쳐온 제국주의 체제가 문제다.
아프간 전쟁은 세계 사람들을 상대로 한 첫 번째 전쟁도 마지막 전쟁도 아니다. 자본주의 체제가 지속되는 이상 이런 전쟁은 항상 있을 것이며, 이런 전쟁은 제국주의 국가 노동자들에게 부메랑 효과를 초래할 것이다. 아프간 전쟁 같은 재앙은 자본주의를 전 세계에서, 특히 거대한 제국주의 국가들에서 완전히 쓸어버리기 전까진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노동자계급이 자본주의를 쓸어 없애 버릴 만큼 강력하다는 걸 상상하기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제국주의와 그 전쟁을 비판하고 전 세계 민중의 편에 선다면, 나중에 그렇게 강력한 힘을 갖는 길로 첫걸음을 내디딜 수 있다.
출처: 미국 혁명적노동자조직 스파크의 신문, 2021년 8월 30일자
<노동자투쟁> 온라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