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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계급의 해방은 노동자계급 스스로 쟁취해야 한다"
- 칼 마르크스
국제
 

가자: 아랍 지도자들이 이스라엘과 공모하고 있다


  • 2025-07-24
  • 11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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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설명: 튀니지인들. 가자 지구를 향한 구호 호송대에 합류(출처_peoples dispatch)

 

{이 기사는 프랑스 혁명적 노동자 조직 LO의 주간신문 6월 20일자(2968호) 기사를 미국 스파크 그룹이 영어로 번역하고, 우리가 다시 한글로 옮긴 것이다.}


다양한 단체가 조직한 ‘가자를 향한 세계 행진’의 일환으로, 50여 개국에서 온 수천 명이 6월 13일 이집트 카이로에 모였다.


그 목적은 집단학살과 이스라엘의 봉쇄에 항의하기 위해 가자로 행진하는 것이었다. 6월 9일, 버스 80대와 차 400대로 이뤄지고 ‘수무드’(아랍어로 ‘인내’)라는 이름이 붙은 대열이 튀니지에서 출발해 카이로로 향했다. 북아프리카 전역에서 온 활동가, 의사, 남녀노소의 사람들이 하나로 뭉친 대열은, 가는 길목마다 연대와 희망의 물결을 일으켰다. 알제리 수도 알제에선 팔레스타인인 지지 시위가 금지당했기에 버스들이 조심스럽게 떠나야 했다. 일부 지역 주민은 행진대열 소식을 너무 늦게 들어서 참여할 기회를 놓쳤다며 실망했다.


그 행진대열은 6월 15일 이전에 이집트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집트 정권의 동맹인 할리파 하프타르 육군원수가 리비아 동부 시르테에서 대열을 멈춰 세웠다. 튀니지, 알제리, 리비아, 수단 출신 활동가 13명이 체포당했는데, 여기엔 대열의 여정을 SNS에 올린 사람들도 포함돼 있었다. 대열은 튀니지로 후퇴해야만 했다.


카이로 공항에선 수백 명이 입국을 거부당했다. 일부는 호텔에서 체포당했다. 검문소를 간신히 통과한 참여자 200명은 수에즈 운하 인근 이스마일리아에서 집회에 합류하기도 전에 체포당했다. 사복경찰이 참여자를 잔인하게 폭행했다. 조직위는 이런 탄압에 경악을 표했다. 조직위는 15개국 이상에 주재한 이집트 대사관의 모든 요구 사항을 준수했다.


이집트 지도자들은 평화 조정자라고 자찬하면서, 지금 가자가 포위당하고 있는 것을 공식적으로는 규탄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포위에 공모하고 있다. 실제로, 가자인 10만 명이 이집트 보조군에게 이집트 입국을 눈감아 달라고 수천 달러를 지불해서 겨우 지옥 같은 포위에서 탈출했으나, 이집트 정부는 이들의 삶도 고통스럽게 만들고 있다. 가자인 자녀는 밀착 감시를 받고 있고, 학교에는 출석할 수조차 없다.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했던] 2023년 10월 7일 이후, 이집트인 수천 명이 가자인과 연대할 의사를 밝혔다는 혐의로 투옥당했다.


이집트는 연간 13억 달러에 달하는 미국의 군사 원조를 받는데, 이는 이스라엘 다음가는 규모다. 이집트는 이스라엘과도 가까운 경제·군사적 관계를 맺고 있다. 이스라엘 국방장관이 지하디스트[이슬람교 테러리스트를 비난하는 용어]라고 부르는 이 시위대의 입국을 막으라는 명령에 이집트가 복종하는 것은 경악할 일도 아니다.


이번 행진대열은 봉쇄를 저지하는 데 실패했으나, 가자에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 집단학살에 진심으로 격분한 아랍 민중과, 그들의 지도자들 사이에 존재하는 깊은 간극을 부각하고 있다. 가자인에 대한 [중동 정부들의] 공식적 지지는 위선에 지나지 않는다. 이는 이집트, 걸프 군주국들[사우디아라비아, UAE, 쿠웨이트 등], 모로코가 증명해 준다. 모로코는 최근 자국 영토에서 미국이 주도하는 ‘아프리카 사자’ 군사 훈련을 주최했고, 이 훈련에 라파흐에서 응급의료원과 구조대원 등 15명이 사망한 3월 23일 학살에 책임이 있는 이스라엘 골란 부대가 참여했다. 이는 팔레스타인의 대의를 자국의 일로 여긴다고 말하는 알제리와 튀니지도 마찬가지다.


출처: 미국 혁명적 노동자 조직 스파크의 신문, 2025년 6월 23일

월간 정치신문 <노동자투쟁(서울)> 67호, 2025년 6월 2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