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진 설명: 10월 5일 모로코 수도 라바트에서 열린 Z세대 시위 현장(사진 출처_EPA 연합뉴스)
모로코 정부가 정보 통제를 강화하고 있지만, 9월 말부터 젊은이 수천 명의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이 젊은이들은 1995년과 2010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로, ‘Z세대 212’라고 스스로를 부른다.[212는 모로코의 국제전화 국가번호다. ‘Z세대 212’란 ‘우리는 (불의에 맞서는) 모로코 젊은이들’이라는 의미를 디지털 세대의 감성으로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옮긴이)] 이들은 교육과 건강 분야의 긴급 개혁을 요구하며 거리에 나섰고, 부패, 실업, 정부의 과시용 대형 사업(예를 들어, 기본 공공서비스를 희생시키며 2030년 월드컵을 위한 경기장을 건설하는 것)에 대한 고발을 쏟아내고 있다.
모로코의 젊은이들, 그리고 전체 노동자들의 상황은 결코 녹록지 않다. 공식 매체들은 이를 독재로 보지 않지만(매우매우 눈이 멀었거나, 매우매우 이해관계가 많을 것이다), 이 나라는 보통의 민주주의가 아니다. 모로코는 ‘헌법적이고 의회적인’ 군주제로, 왕이 모든 정치권력을 쥐고 있으며, 국가원수, 군 최고사령관, 종교 지도자(‘신자들의 수호자’)라고 불리며, 총리와 핵심 장관을 직접 임명하고, 사법권을 통제하며, 의회를 해산하거나 법안을 거부하고, 대통령령으로 통치할 수 있다. 마치 *후안 팔로모처럼.[*스페인어 우화에서 유래된 이름. 혼자 요리하고 혼자 먹는 사람을 뜻하며, 모든 것을 독단적으로 처리하는 사람을 풍자.(옮긴이)]
많은 NGO는 모로코를 ‘민주주의가 부족한 국가’로 분류하며, 그 이유 중 하나로 반대 세력에 대한 억압을 들고 있다. 활동가들, 언론인들, 반대자들이 자주 구금된 바 있다. 이렇게 억압적이고 독재적인 정권인데도, 스페인 왕정은 [모로코의]알라위 왕가(‘예언자 무함마드의 후손’)와 우호적인 외교 관계를 유지해 왔고, 심지어 개인적이고 형제애적인 친분을 쌓기도 했다. 독재자와 형제처럼 지내다니, 스페인 왕정에 도덕적 용기 따윈 없는 게 분명하다! 2030년 월드컵과 사회 기반 인프라 사업이 모로코, 스페인, 세계 부르주아에게 큰 이익을 주는 동안, 모로코는 깊은 사회경제적 위기를 맞고 있다. 모로코 주민의 절반 가까이가 30세 이하이며, 많은 젊은이가 더 나은 삶을 위해 다른 나라로 이주하고 싶어 한다. 2025년 1분기 기준으로 청년 실업률은 거의 40%에 달한다.
이번 시위의 ‘불씨’는 2025년 9월, 아가디르의 한 공공병원에서 응급서비스 부족으로 8명의 임산부가 사망한 사건 그리고 2023년 9월 8일 발생한 아틀라스 지진 2주기였다.[이 지진으로 2,900명 넘게 사망하고, 5,500명 이상이 부상당했으며 약 280만 명이 영향을 받았다.(옮긴이)] 2주기인데도, 재건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9월 말 여러 도시(라바트, 카사블랑카, 탕헤르, 마라케시, 아가디르 등)에서 시위가 일어났다는 사실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이 젊은이들은 다양한 비공식적 단체들로 조직돼 있는데, 그중 ‘Z세대 212’가 가장 두드러진다. 이들의 시위는 미래가 없는 현실을 보여준다. 그들은 높은 실업률, 부족한 공공 서비스(특히 의료와 교육)를 규탄하고, 더 큰 사회 정의를 요구하며 만연한 부패에 맞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자신들은 미래가 캄캄한데, 2030년 월드컵 인프라 건설에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는 것에 분노하고 있다. 당국은 당연히 시위를 막으려 하고 있지만, 이들의 불만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 같은 불만 때문에 2011년에는 ‘아랍의 봄’과 같은 정치적 개혁을 요구하는 ‘2월 20일 운동’이 있었다. 당시 시위대는 투명성 강화, 부패 척결, 왕권 약화를 요구했다. 2016년과 2017년에 리프 지역[사회, 경제적으로 오랫동안 소외를 겪은 모로코 북부의 산악 지역. 지역불평등의 상징.]에서는 차별에 반대하며 더 나은 공공서비스를 요구하는 시위가 일어났다. 그 결과 수많은 사람이 체포됐으며, 최대 20년 형에 달하는 가혹한 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그 외에도, 빵을 위한 시위, 물가 인상에 반대하는 시위, 독재와 경제 악화에 대한 학생들의 시위 등 여러 번의 시위가 있었다.
따라서 현재 모로코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은 단순한 소동이 아니라, 이런 상황에 대한 정당하고 필요한 시위다. 일부 매체에 따르면 그들의 슬로건 중 하나는 "모로코 정권은 지속 불가능하다. 민중 봉기는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그들은 "자유, 존엄성, 사회정의"를 요구하고 있으며, "경기장은 있는데, 병원은 어디에 있나? 월드컵은 필요 없다, 우리는 보건이 필요하다!"고 외친다. 이들은 또한 팔레스타인에 대한 연대도 표명하고 있다.
이 젊은이들이 거리로 나와 시위하는 것은 당연하다. 병원에서는 단순한 출산조차 비극으로 끝나고, 병원들은 마비되고 불결하며 의료진을 비롯한 모든 것이 부족한데, 월드컵에는 엄청난 예산을 쏟아붓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정권의 대응은 언제나 같다. 대규모 체포가 있었는데, 모로코 인권협회에 따르면 라바트에서만 70명 이상이 구금됐다. 이 글을 쓰는 현재 경찰 진압으로 두 명이 사망했다. 경찰은 시위를 해산하고, 평화로운 집회를 막고, 단지 소동으로 치부한다. 이는 매우 전형적이다. 모로코 당국은 일반적으로 시위자 수를 공개하지 않는다. 시위가 금지됐을 때는 더더욱 그렇다. 그러나 시위 규모와 상관없이, 이런 시위가 여러 도시로 확산된다는 사실에서 분명한 불만의 증거를 찾을 수 있다.
이웃 국가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동안, ‘역사상 가장 진보적인 정부’는 침묵을 지킨다. 왜? 모로코와는 비즈니스 이해관계가 깊기 때문이다. 모로코는 아프리카 대륙에서 스페인의 주요 거래 파트너 중 하나로, 수출(자동차, 기계, 먹거리, 화학 제품)뿐만 아니라 수입(인산염, 섬유, 채소, 과일 등)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스페인은 모로코의 재생 에너지, 사회 인프라, 관광 분야에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다. 스페인에는 360개 이상의 기업이 모로코에 진출해 있으며, 이들 중에는 아벤고아, 악시오나, 사시르, 바르셀로, 페로비알, 에이씨에스 등이 있다. 게다가 스페인은 모로코와 이민 통제를 위한 국경 관리 협력 협정을 체결했다. 이웃 국가 모로코는 이주 노동자들이 유럽에 도착하는 것을 막는 스페인과 EU의 ‘헌병’ 역할을 하고 있다.
모로코의 젊은이들과 노동자들은 매일을 빈곤과 불안정 속에서 지내고 있다. 왕 모하메드 6세와 총리 아지즈 아크하누쉬 같은 거대 부자들과 함께. 그들의 시위는 정당하다. 그러나 그들을 침묵시키고 속박하는, 따라서 그들이 타도해야 할 ‘체제’는 단지 국가, 경찰, 군대만이 아니다. 알라위 왕조만도 아니다. 그것은 자본주의 체제 전체다. 즉 소수에게 빵 부스러기를 던져주면서 다수를 약탈하고 억만장자 부르주아지를 살찌우는 기업 시스템이다. 이 자본주의 체제는 모로코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빈곤으로 몰아넣고, 극소수의 부자만을 더 부유하게 만든다. 모로코의 젊은이들과 노동자들은 여기 스페인 노동자들과 동일한 착취의 사슬에 묶여 있다. 그래서 모로코 젊은이들과 노동자들의 운명은 우리의 운명과 무관하지 않으며, 이는 곧 우리의 운명이기도 하다.
출처: 스페인 혁명적 노동자 조직 보스 오브레라(노동자의 목소리) 월간신문, 2025년 10월 7일자
노동자투쟁(서울) 온라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