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령 잠무 카슈미르에서 4월 22일 발생한 테러 공격(관광객 26명 사망)으로 1947년부터 이 지역을 두고 분쟁해온 인도와 파키스탄 간의 긴장이 고조됐다. 핵무기를 가진 두 지역 강국 간의 전쟁 가능성이 지역 주민들을 위협하고 있다.
인도 국방장관은 공격의 책임자들, 즉 그가 국경 너머 파키스탄에 기반을 둔 이슬람 단체의 지부인 저항전선(TRF) 소속이라고 지목한 이들을 제거하겠다고 맹세했다. 그는 파키스탄을 직접 겨냥해 “우리 국토에서 암암리에 이 비열한 공격을 모의한 자들”에게 단호하게 보복하겠다고 경고했으며, “의심의 여지없이 확실하고 영구적으로 테러리즘을 포기할 것”을 파키스탄에 강력히 촉구했다.
국경 양측에서 서로가 총격을 주고받았다. 그리고 파키스탄 농업의 80%가 히말라야에서 내려오는 물에 의존하고 있는데도 인더스 강 유량을 관리하는 1960년 조약이 사상 처음으로 중단됐다. 3,000km에 이르는 공동 국경에 남아있던 유일한 육로 통과 지점이 폐쇄됐고, 모든 무역이 금지됐으며, 파키스탄 국적자들에 대한 비자 발급이 전면 중단됐다.
이런 갈등 확대는 2014년부터 정권을 잡고 있는 인도인민당(BJP)의 기존 정책 방향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실제로 처음에는 구자라트 주에서, 그다음에는 델리에서 무슬림 공동체를 내부의 적이라고 규정하며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해 왔다.
인도에서 유일하게 무슬림이 다수인 카슈미르는 모디 총리와 그 측근들의 선전 공세에서 핵심 타깃이 됐으며, 이들은 카슈미르를 ‘점령 상태’에서 해방시키겠다고 공언해 왔다. 2019년 8월, 모디는 이런 기조를 더욱 강화해 카슈미르 지방의회를 해산하고 모든 선출직 정치인과 수천 명의 시민을 체포했다. 지방 정부의 자치권과 카슈미르인들의 독점적 토지 소유권을 보장하던 헌법 조항들이 폐지돼 이 지역의 힌두화가 시작됐다. 수개월간 고립된 카슈미르는 심각한 탄압을 받았고, 자치정부 지위를 박탈당해 잠무-카슈미르와 라다크로 분할됐다.
한편 파키스탄 정부는 카슈미르의 테러 단체를 포함한 인도 정부 반대 세력에 오랫동안 정치‧군사적 지원을 제공해 왔는데도 이번 사태와는 어떤 연관도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맞대응 조치로 파키스탄은 인도와 맺은 모든 외교 협정을 중단해 버렸고, 인도가 인더스강과 그 지류의 물을 끊으면 전쟁 행위로 간주하겠다고 경고했다. 이렇게 파키스탄 민족주의와 이슬람 정체성 수호 논리가 인도 민족주의와 힌두 근본주의에 맞서면서 또 다른 끔찍한 악순환이 시작될지 모른다.
1947년부터 1949년까지, 영국 식민지 세력이 주도한 옛 인도 제국의 피비린내 나는 분할 후에, 첫 전쟁에서 독립한 인도는 50만 명이 죽고 수백만 명이 쫓겨나는 대가로 카슈미르의 3분의 2를 차지했다. 이 지역에서 인도는 파키스탄과 두 번 더 전쟁을 치렀다. 지금의 국경을 결정한 1965년 전쟁과 매우 높은 고도에서 초소를 통제하기 위한 1999년 ‘빙하 전쟁’이 그것이다. 2019년에는 인도군 40명이 죽은 공격 때문에 새로운 전쟁이 거의 시작될 뻔했다.
인도 모디 총리가 카슈미르를 “정상으로 돌려놓아” 관광지로 만들겠다는 야심을 품었지만, 실제로는 군대 주둔이나 국경 충돌이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분리주의 단체와 인도 군대 사이의 충돌 때문에 벌써 수만 명이 죽었다. 게다가 현지 주민들은 자기 미래에 대해 아무도 물어본 적도 없는데, 이런 갈등 때문에 인질 신세가 됐다. 단순히 국경 지역만이 아니라 훨씬 더 넓은 지역까지도 그렇다.
현재의 국제적 맥락에서, 두 정부는 최근에 잃은 대중의 신뢰를 되찾기 위해 이전 정부들처럼 민족주의와 종교적 감정에 호소하고 싶은 유혹을 느낄 수 있다.
과거에, 이 경쟁국 간의 대립은 그 지역에서 제국주의 강대국들이 벌인 범죄적 도박 때문에 더 심해졌다. 특히 아프가니스탄 전쟁 때 파키스탄을 군사적으로 가장 많이 지원한 미국부터 시작해서 말이다.
요즘 중국과 점점 더 격하게 대립하는 미 제국주의는 인도가 지원해주기를 더 많이 바라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나 인도, 파키스탄 정치 지도자들의 계산이 무엇이든 간에, 이 지역은 여전히 식민지주의와 그것이 조장한 갈등, 저개발, 그리고 제국주의적 경쟁에서 비롯된 수많은 ‘화약고’ 중 하나로 남아 있으며, 작은 사건으로도 큰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
출처: 프랑스 혁명적 노동자 조직 LO의 주간신문 2961호(2025년 5월 2일자)
노동자투쟁(서울) 온라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