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프랑스 트로츠키주의 단체 LO의 사설(3월 31일자) 영문판을 우리가 다시 한글로 옮긴 것이다.}
형사법원은 유럽의회 보좌진 재판에서 마린 르펜과 국민연합(RN)의 다른 지도부 8명에게 공금 횡령에 대한 유죄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르펜의 형량에 5년간의 피선거권 박탈을 추가해 그녀를 대통령 선거에서 배제했다.
르펜은 다른 사람들이 유죄 판결을 받을 때 자신이 판사들에게 요구하던 것과 같은 엄격한 판결을 받았다. 그야말로 자업자득이다!
이 때문에 르펜의 정치 경력은 타격을 받을 수 있지만, 노동자들에겐 어떤 변화도 없다. 선거는 그들의 운명을 바꾸지 않으며, 단지 변화가 있는 것처럼 환상을 불러일으키려고 존재할 뿐이고, 권력은 언제나 자본가들의 손에 남아 있다.
르펜이 법원 결정으로 밀려난 것에 대해 노동자들이 슬퍼할 이유는 전혀 없다. 한편, 르펜의 좌절을 기뻐하는 사람들은 그녀만큼이나 반(反)노동적인 정치인이 수십 명, 어쩌면 수백 명이나 된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르펜과 그녀의 정당은 그들의 역사로 특징지어진다. 그들은 나치 독일과 협력한 사람들과 프랑스 알제리 무장 세력이 설립한 국민전선(FN)의 후예들이다. 그들은 가장 비열한 인종차별적 사상을 고수했으며, 그 사상의 확산에 대한 특별한 책임이 있다.
하지만 르펜과 바르델라[국민연합의 현재 당대표]는 다른 모든 정치인과 공통점이 있다. 바로 자본주의 체제와 부르주아지[자본가 계급]에 대한 깊은 존경심이다. 그리고 우리가 모든 정치인에게서 보았듯이, 그들이 권력을 잡게 되면, 부자들을 위해 정치를 하고, 노동자들을 적으로 삼아 통치할 것이라는 점을 확신할 수 있다.
지난 6월, 바르델라는 마티뇽(프랑스 총리 관저) 입성이 가까워졌을 때 62세 정년과 식품에 대한 부가가치세 폐지 같은 국민연합이 공약한 모든 사회적 약속을 폐기했다. [마크롱 정부가 정년을 62세에서 64세로 연장해 노동자들이 연금을 더 늦게 받게 하겠다고 했을 때, 바르델라는 인기를 얻기 위해 마크롱의 정책을 비판하며 ‘62세 정년 유지’ 공약을 내걸었다. 하지만 정권을 잡을 가능성이 높아지자 그는 ‘연금 개혁이 필요’하다고 하면서, 62세 정년 유지 공약을 포기했다. 마찬가지로 바르델라는 처음에 서민의 지지를 얻기 위해 ‘식품에 대한 부가가치세 완전 폐지’를 약속했으나 나중에 한 발 물러섰다.(옮긴이)]
그 어느 때보다 바르델라와 르펜은 가장 큰 자본가들을 유혹하려 하고 있다. 베르나르 아르노[루이비통 모엣 헤네시(LVMH) 그룹 회장]의 재산은 2,000억 유로[약 322조 2680억 원]에 달하는데, 세금이 너무 비싸다고 불평하고 사업을 해외로 옮기겠다고 위협하자 바르델라가 그를 구하기 위해 나섰다.
"나는 베르나르 아르노의 경고를 들었다"고 그가 말했다. 그는 주머니가 돈으로 넘쳐나는 사장들의 주장에 힘을 실으며 "세금 지옥"을 비판했다. 그에게 불공평한 것은 노동자들이 바가지요금에 시달리거나 자본주의의 이윤을 위해 착취당하고 해고당하는 것이 아니다. 아니, 바르델라가 불공평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15초마다 최저임금에 해당하는 이윤을 받는 아르노가 조금이라도 세금을 내야 한다는 점이다!
국민연합은 민중의 정당이 아니며 착취당하는 사람들의 정당은 더더욱 아니다. 이 정당이 제안하는 어떤 것에도 권력을 가진 자들을 공격하는 내용은 없다. 우파와 현 정부처럼, 바르델라와 르펜은 노동자들에게 그들의 문제가 그들보다 더 가난한 사람들, 특히 이민 노동자들로부터 나온다고 말하고 있다.
국민연합의 정책과 르타이오(프랑스 국토안보부 장관) 또는 다르마냉(프랑스 법무부 장관)의 정책이 어떻게 다른지를 말하기 어렵다! 그들은 모두 사회 상태에 대한 자본가들의 책임을 숨기려 이민 노동자들을 비난한다. 그들은 모두 착취자들 앞에서 노동자 계급을 무력화시키는 외국인 혐오라는 분열의 독을 퍼뜨린다. 그리고 만약 국민연합이 공개적으로 반유대주의적인 정당의 후예에서 유대인의 옹호자로 변신했다면, 그것은 가자 지구 전쟁을 이용해 무슬림들을 낙인찍으려는 바람 때문이다.[국민연합은 오랫동안 '무슬림=안보 위협', '이민자=범죄'라는 프레임을 통해 지지층을 넓혀왔다. 최근에는 반유대주의 이미지를 벗기 위해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이후 이스라엘에 대한 지지를 표방하면서, 동시에 무슬림 공동체 전체를 경계 대상으로 일반화하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옮긴이)]
자본주의 위기는 더욱 심화되고 있고 우리를 새로운 재앙으로 몰아가고 있다. 이 맥락에서 국민연합의 이념은 – 그들의 외국인 혐오뿐만 아니라 민족주의와 보호주의적 철수 주장까지 – 사회 전체가 군국주의적이고 호전적으로 바뀌도록 촉진하고 있다.
르펜은 현재 러시아에 대해 마크롱보다 덜 호전적인 거짓 평화주의를 표방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트럼프처럼, 그녀는 위험이 해외에서, 국제 경쟁에서 온다고 주장하며, 전쟁을 통해서라도 그에 맞설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고 극단적인 애국주의(쇼비니즘)를 가장 먼저 자극하고 있다.
국민연합은 마크롱과 우파 및 좌파 정치인 모두와 마찬가지로 노동자들에게 점점 더 가혹하고, 점점 더 약탈적이며, 민족주의적이고 호전적인 자본주의 체제의 미래를 계획했다.
이런 맥락에서 어떤 정당이나 정부가 통치하든, 그들은 노동자들에게 더 많은 희생을 요구할 것이다. 그러므로 노동자들은 존재하지 않는 최고의 구세주를 찾는 대신 계급 투쟁의 길로 돌아가 자신의 이익을 지키고 자본가 계급을 무너뜨리고 역사의 흐름을 바꾸기 위해 단결된 노동자 계급이 되어야 한다.
노동자투쟁(서울) 온라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