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진 설명: 나탈리 아르토의 ‘평화를 원한다면 혁명을 준비하라’는 사설 영상 장면
{이 글은 프랑스 혁명적 노동자 조직 LO의 3월 17일자 현장신문 1면 사설 영문판을 번역한 것이다.}
마크롱이 러시아에 대한 호전적 연설을 한 다음[프랑스 대통령 마크롱은 러시아를 ‘프랑스와 유럽에 대한 위협’이라고 규정하고, 러시아의 군비 지출 증대를 비판했으며, 프랑스가 유럽을 위한 핵 보호막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했다.(옮긴이)], 많은 노동자가 그가 단지 극적인 쇼를 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정말 전쟁으로 향하고 있는지를 자문해 보고 있다. 마크롱의 연설 내용 중 일부는 연기다. 다른 유럽 지도자들과 마찬가지로 마크롱도 푸틴이 유럽을 침공할 의지도 없고 그럴 수단도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마크롱은 전시 지도자의 포즈를 취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이미 코로나19 기간에도 그랬다. 이는 2022년 재선에 도움이 됐으며 오늘날 그를 정치 무대의 중심에 굳건히 세우고 있다. 그러나 모든 국가는 이런저런 정치인의 권력욕이나 광기보다 훨씬 더 근본적인 이유로 재무장하고 있다.
무역 전쟁의 격화로 모든 곳에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광물, 원유, 에너지, 시장을 놓고 한 지역 또는 다른 지역의 패권을 차지하기 위한 투쟁이 만연하고 있다. 포식자 간의 경쟁은 우크라이나뿐만 아니라 오랫동안 전 지역을 피비린내 나는 전쟁으로 몰아넣었다. 콩고민주공화국, 수단, 중동도 강대국들의 탐욕과 책략에 따른 전쟁으로 황폐화되고 있다.
그렇다, 상황은 심각하다. 푸틴은 서방의 압력에 대응하고, 러시아 올리가르히[신흥재벌]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동족상잔의 유혈 사태를 일으켰다. 그는 독재자이자 살인자다. 그러나 자국의 제국주의적 이익을 지키기 위해 이 전쟁을 부추긴 서방 지도자들 역시 탐욕스럽고 냉소적이며 살인적이다.
트럼프는 ‘투자 수익’을 원하기 때문에 푸틴과 우크라이나를 분할하기 위해 협상하고 있다. 그렇다면 유럽 지도자들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그들은 자신들도 협상테이블에 나가 전리품 한 조각을 차지할 수 있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마크롱과 [영국 총리]스타머는 프랑스군과 영국군이 우크라이나에 주둔하기를 원한다. 그런 군대가 휴전을 보장할까 아니면 더 많은 전투의 구실이 될까? 그리고 미중 갈등은 어떻게 전개될까? 미국과 유럽 간의 무역 전쟁은 어디까지 갈까?
어떤 분쟁이 무력 충돌로 이어질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그 상황에서 어떤 동맹이 유지될지는 예측할 수도 없다. 1970년대 초에 헨리 키신저 미국 국무장관은 “미국에는 영원한 친구도 없고 영원한 적도 없다. 오직 이해관계만 있을 뿐이다.”고 했다.
트럼프는 이 냉소적 규칙을 자기 것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그것은 유럽 지도자들을 포함한 모든 부르주아지 정치 지도자의 규칙이다. 비록 그들이 오늘날 민주주의와 국민의 권리를 이야기하면서 좋은 이미지로 자신을 포장하고 싶을지라도 말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그것은 부르주아지의 운영 방식이며, 부르주아지는 모든 것을 좌우한다. 자본주의 사회의 기본 원칙 중 하나는 거대 자본가와 금융인들이 부를 축적하는 데 그 어떤 것도 걸림돌이 돼선 안 된다는 것이다. 인류애도, 환경 보호도, 도덕적 가치도 예외가 아니다. 그리고 그들의 자본을 늘리기 위해 전쟁이 필요하다면 전쟁은 일어날 것이다.
자본가 계급은 자기 이익을 위해 우리를 죽음으로 내몰 수 있는 사회 계급이다. 자기 이윤을 위해 우리를 이미 착취하고 죽이고 있는 계급이다. 우리를 지배하는 계급이며 우리가 맞서 싸워야 할 계급이다.
트럼프, 푸틴, 시진핑 또는 마크롱처럼 부차적 역할을 하는 사람들은 왔다가 사라질 수 있다. 하지만 착취와 전쟁의 토대가 되는 부르주아지와 그 자본주의 체제는 사라지지 않는다. 이들이 사라지려면 타도되고 몰수돼야 한다. 그리고 사회와 경제를 세계적 차원에서 집단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오늘날 노동자들은 이렇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더 나쁜 것은, 그들이 자기 이익을 위해 행동하고 사회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사회 계급으로 스스로를 보지 않기에 그런 혁명을 더 이상 전망으로 여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노동자들에겐 어마어마한 사회적 힘이 있다. 노동자들이 없으면 전쟁도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아무것도 만들 수 없다. 우리는 과거에 이를 봤다. 1917년 2월에 러시아 농민과 노동자는 흉악한 살육에 맞서 반란을 일으켜 전쟁을 멈췄다. 그들은 차르[러시아 황제]를 타도했을 뿐만 아니라 권력을 장악해 완전히 다른 사회를 건설하려고 했다.
노동자들이 주도한 과거의 전투는 착취당하는 사람들이 의식적이고 독립적으로 정치에 개입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한다. 이것이 사회가 반동적이고 민족주의적이며 호전적이고 야만적인 방식으로 나아가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나탈리 아르토[LO 대변인, 대선 후보]
노동자투쟁(서울) 온라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