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스페인 혁명적 노동자 조직 <보스 오브레라(VOZ OBRERA, ‘노동자의 목소리’란 뜻)>의 2025년 7월 2일자 월간신문의 기사다.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 ] 안에 옮긴이 주를 달기도 했다.(옮긴이)}
이 글을 쓰는 현재 카디스의 금속노동자들은 노동 조건 개선을 위해 일주일째 파업하고 있다. 단체협약 갱신을 빌미로 사측은 또다시 후퇴안을 제시했다. 이번에는 9년짜리 장기협약으로 하청 노동자들을 평생 옭아매려 하고 있으며, 열악한 노동조건과 임금을 강요하려 한다. 이는 수년간 해온 행태와 일맥상통한다. 노동자들은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며 이런 횡포를 막기 위해 다시 일어서고 있다!
나반띠아는 지난 40년간의 위기 이후 잇따른 기업 개편 과정에서 탄생한 공영 조선소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그들의 노동 정책은 업무를 외주화해 고용을 불안정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일간지 라인뽀르마씨온(lainformacion.es)에 따르면 2020년에 약 20%의 노동력이 나반띠아에 속하고 나머지 80%는 하청 산업에 속한다. 현재는 이런 하청이 더욱 증가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스페인 민주화 이행기*와 카디스 지역의 산업 약탈
[* ‘스페인 민주화 이행기’란 독재자 프랑코의 사망(1975) 이후 스페인이 권위주의에서 민주주의로 점진적으로 전환한 시기(1975~1978)를 뜻한다.(옮긴이)]
1973~74년의 자본주의 위기, 소위 석유 위기에 직면한 스페인은, 경제와 공공 자원을 스페인 및 국제 부르주아지의 필요와 이익에 맞추기 위해, 전국적인 산업 재편을 시행했다. 이는 70년대 말에 시작해 80년대에 본격화했다. 전 세계적으로 기업 이윤을 추락시킨 자본주의의 위기는, 동남아시아나 중국 같은 빈국의 노동력을 착취할 수 있게 해준 세계화의 발전 속에서 출구를 찾았다. 자본가들은 이런 저임금 국가들에 투자하면서 유럽과 미국의 생산 시설들을 폐쇄했다.
이것이 70년대 말과 80년대 초 산업 재편의 원인이다. 이를 위해 스페인이 프랑코 독재에서 벗어나는 과정에선, 펠리페 곤살레스[1982-1996년 스페인 사회당 총리로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을 추진했다]를 필두로 한 사회당의 공모가 필요했다. 이런 과정은 경제를 선진화하고 유럽경제공동체(현 EU)의 기준에 맞춘다는 구실로 프랑코 체제 말기부터 이뤄졌다. 조선업과 중공업 부문에서 특히 심했으며, 칸타브리아 지방, 발렌시아 지방, 카디스 지방에서는 강력한 노동자 투쟁이 벌어졌다. 공공 산업부문의 주요 분야들이 부르주아지에게 헐값에 매각됐다. 이는 기업 폐쇄, 대량 해고, 생산 구조 조정으로 이어져 카디스 지역 노동자들의 생활 여건과 경제 상황을 심각하게 악화시켰다.
금속노동자들, 산업 재편에 반대하다
1978년 10월 11일은 카디스 금속노동자들이 대거 참여한 파업으로 노동운동사에 한 획을 그었다. 이는 일자리 확보, 임금 및 노동 조건 개선을 요구하며 전개한 길고 치열한 파업 중 하나였으며, 경찰의 진압을 거듭해서 막아냈다. 10월 24일 월요일, 정부가 협상을 거부하자 도시 전체가 폭발했다. 많은 집 창문에서 재봉틀, 냉장고, 다리미, 화분 등이 던져졌고, 버스까지 불에 탔다. 이 파업은 노동자위원회 총연맹(CCOO)과 일반노동조합(UGT)이 공동으로 주도했다. 며칠간 파업한 후, 이 두 노조가 사측과 합의했다.
이 합의에 대해 광범위한 노동자가 의문을 제기했는데, 여기엔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 실제로 바로 그 합의 때문에 1984년과 1992년 사이에, 아스띠예로스(국영 조선소), 콘스트룩씨오네스 아에로나우띠까스(국영 항공기 회사), 바싼(국영 군수조선업체), 산카를로스(조선소)에서 무려 7,500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는데 이 중 2,000개는 협력업체 일자리였으며 이는 다시는 회복되지 못했다.
2020년 카디스 금속노동자 파업
이번의 새로운 파업이 일어나기 전에도 노동자들은 수 개월간 다음과 같이 요구해왔다: “탱크를 청소하고도, 청소업 단체협약에 속하는 회사들[스페인은 업종별로 단체협약을 맺음], 1,000유로[약 164만 원]로 목숨을 걸고 일하는 비계공들, 초과근무를 하지 않아서 해고당한 사람들, 정상가(18유로[약 2만 9천원])가 아닌 8-12유로로 책정되는 초과근무, 채용 비리, 보복 조치, 퇴직금 체불이나 연체금... 국영 조선소들의 법 위반은 곱셈의 결과(8×7=56)처럼 너무 명백하다. 이는 누구도 의심하지 않는 뻔한 사실이며, 출입 기록을 확인하고 근로감독관이 제대로 감독하기만 하면 입증할 수 있는 일이다.”(금속노동자연맹(CTM)의 성명서). 이런 상황에서 8월 14일 금요일 푸에르토 레알 지역 나반티아 조선소의 하청노동자 10명이 해고됐는데, 이 중 2명은 이렇게 요구하며 투쟁했다고 보복당한 금속노동자연맹(CTM) 조합원들이었다.
2020년 8월, 푸에르토 레알 지역, 산 페르난도 지역, 카디스 지역의 노동자들로 구성된 카디스만의 조선소 노동자들은, 부당 해고 반대, 충분한 일거리 확보와 금속산업 협약 이행을 요구하며 투쟁에 나섰다. 그들의 투쟁수단은 파업, 교통 차단, 시위, 농성이었다. 이 투쟁은 노동총연맹(CGT)이 카디스만 전역에서 벌인 총파업과 9월 4일의 대규모 시위로 이어졌다.
2021년: 노동 불안정과 푸에르토 레알 에어버스* 공장 폐쇄, 그리고 2022년과 2023년의 새로운 투쟁
[* 에어버스는 유럽의 항공기 제조 대기업]
2021년 11월에, 카디스 노동자들의 또 다른 대규모 운동이 벌어졌다. 처음에는 에어버스 푸에르토 레알 공장 폐쇄에 맞서는 것이었는데, 이는 노동자위원회(CCOO)와 일반노동조합(UGT)의 지지를 받았다. 마지막 주에는 카디스 금속산업 전 부문에서 파업이 벌어졌다. 이는 인플레이션이 노동자들의 구매력을 갉아먹는 시점에서 임금을 현실화하는 금속산업 부문별 단체협약 갱신을 위한 것이었으며, 사측의 노동시간 연장 시도에 맞서고, 사업장 폐쇄에 따른 일자리 파괴와 지역 하청 산업의 기반 소멸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 다시 한 번 노동자위원회(CCOO)와 일반노동조합(UGT) 대표들, 그리고 카디스 금속사용자협회가 카디스주 금속산업 단체협약 갱신을 위한 사전 합의서에 서명했다. 하지만 그들의 목표는 파업을 끝내는 것 이상은 아니었다.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내용은 휴지조각이 되고 말았다.
2020년 12월에 만료된 협약은 조선 및 항공기 제조 분야의 하청 업체들에 영향을 미치긴 했지만, 일부 측면에서는 거의 개선이 없었다. 예를 들어 2021년, 2022년, 2023년에 임금은 겨우 2%씩만 올랐는데, 그해 10월의 물가상승률이 이미 5%에 달했었다. 게다가 임시계약 노동자 15,000명 이상을 제외해, 이들은 임금이 단 한 푼도 오르지 않았다.
2025년: 투쟁은 계속된다
카디스 금속사용자협회는 세르클라에서 열린 두 차례의 사전 회의에서 차기 단체협약 개선을 위한 어떤 합의에도 반대해 카디스 지역 금속 노동자들을 다시 한 번 경멸했다. 노동자위원회(CCOO)와 산업건설농업연맹(FICA UGT)은 6월 18일과 19일 카디스 지역에서 파업을 선언했고, 23일 월요일부터는 무기한 파업에 들어간다고 발표했다. 이 파업에는 노동총연맹(CGT)도 동참했다. 사측은 나반띠아나 에어버스 같은 기업들의 하청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을 계속 억압하려 한다. 이미 불안정한 노동 조건과 임금을 더욱 악화시키려 한다. 하청업체에 강요한 열악한 근로조건을 더욱 악화시켜 자신들의 이익을 늘리려 한다. 또다시 사측은 국가 폭력, 즉 경찰과 판사들을 동원해 노동계급의 항의를 잠재우려고 한다.
투쟁은 카디스 지역 금속 노동자들을 위한 새로운 단체협약 체결에만 머물러선 안 된다. 그리고 현행 단협 위반 문제만 다뤄서도 안 된다. 사용자들은 수년간의 노동 착취를 바탕으로 수십억을 가져가고 있다. 이 모든 것은 우리로 하여금 현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기업들에 다음과 같은 일련의 과도적 조치들을 요구하게 만든다.
물가임금 연동제 적용: 사측이 제멋대로 가격을 올려 노동자들의 구매력이 손실당하는 것을 피하기 위함. 물가가 오르는 만큼 임금을 자동으로 올려야 함. (모든 가격 인상은 사실상 임금 삭감이다.)
임금 삭감 없이 모두에게 일자리 나누기: 실직을 줄일 수 있는 유일하게 효과적인 방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