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진 설명: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왼쪽)과 함께 우크라이나 전시체제를 이끌어온 안드리 예르마크 전 비서실장. 젤렌스키의 '오른팔'로 통해온 예르마크는 에너지 공기업의 리베이트 비리를 수사하는 국가반부패국(NABU)이 자신을 몸통으로 지목하고 자택을 압수수색하자 28일 비서실장직에서 전격적으로 물러났다.(사진 출처_연합뉴스)
[이 기사는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트로츠키주의 그룹 LO(노동자 투쟁)의 신문 11월 14일자(2989호) 기사를 번역한 것이다.]
[편집자 주: 이 글을 발행하고 있는 지금, 트럼프 행정부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의 전쟁을 끝내기 위해 그가 28개 조항 계획이라고 부르는 것을 받아들이도록 압박하고 있다. 이 계획이 휴전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무산돼 빠르게 잊혀질지는 분명하지 않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트럼프의 계획이 평화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대신 그것은 미국이 제안하는 조건으로 전쟁을 끝내라고 우크라이나에 보내는 최후통첩이다.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처음부터 미국의 전쟁이었다는 명백한 사실을 보여준다.]
우크라이나의 주요 부패 사건이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우크라이나 국가반부패국(NABU, 이하 ‘반부패국’)에 따르면, 그것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의 측근에 있는 ‘고위급 범죄 조직’의 활동과 관련이 있었다. 이 범죄자들은 에너지 생산 부문에서 돈을 갈취했다. 젤렌스키는 반부패 후보로 명성을 쌓았다는 것을 기억하자.
이 논란은 젤렌스키 정부에 최악인 상황에서 터졌다. 러시아의 폭격이 체계적으로 우크라이나의 에너지 인프라를 표적으로 삼으면서, 겨울이 다가올 때마다 주요 도시들은 전기와 난방이 부족하다.
반부패국은 15개월 동안 이 사건을 조사했고 저명 인사들의 집과 자금세탁망에 연루된 부패한 기관들의 본부를 70차례 급습했다. 조사 대상에는 법무장관과 전 에너지 장관 헤르만 할루셴코 등 4명의 장관, 계약업체들에 10~15%의 뇌물을 관행적으로 요구한 국영 기업 에너고아톰, 젤렌스키와 매우 가까운 사업가 티무르 민디치, 그리고 합법 및 불법 재정 업무를 담당하는 두 명의 민디치 대리인이 포함됐다.
반부패국과 특별반부패검찰청(SAP)이 급습 전에 이 세 명에게 경고해 그들은 급습 몇 시간 전에 해외로 도망칠 수 있었다. 민디치는 그냥 평범한 사람이 아니다. 그는 젤렌스키의 매우 가까운 협력자이자 동료다. 젤렌스키와 영화 제작 회사 크바르탈 95의 공동 소유주인 그는 2019년 젤렌스키가 대통령에 당선된 후 비즈니스계에서 급부상했다. 그는 정부 내 영향력을 이용해 에너지, 미디어, 무엇보다 국방 부문에서 활동을 확장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의 주요 드론 공급업체가 된 회사 파이어 포인트를 비밀리에 통제했다.
지난 여름, 반부패국은 전 부총리이자 젤렌스키 가족의 친구인 올렉시 체르니쇼프를 권력 남용과 뇌물 수수 혐의로 기소했다. 또한, 반부패국은 젤렌스키의 전 경제 고문의 베를린 자택을 급습했다. 젤렌스키는 반부패국과 반부패검찰청을 자신이 임명하는 검찰총장의 직접적인 권한 아래 두는 법을 밀어붙였다. 우크라이나 입법부인 베르호브나 라다는 만장일치로 이 법안에 찬성표를 던졌고, 젤렌스키는 바로 그날 밤 서명했다. 의원들은 이 조사관들이 전에 부패와 싸우는 데 어떤 열의도 보인 적이 없었는데도, 이렇게 [권력자들에게] 위협적일 만큼 독립적인 기관들을 필사적으로 억제해야 했다.
하지만 은폐는 계획대로 되지 않았다. 그때까지 정권의 기둥이었던 일부 학생과 도시 중하층 사람들이 거리로 나와 밀매업자들과 고위 부패 공무원들에게 면책을 보장하는 것을 뻔뻔하게 내세우는 법에 대해 분노를 터뜨렸다.
젤렌스키는 심각한 정치적 위기에 처하고 추가적인 지지 상실의 위협을 받았다. 점점 더 많은 우크라이나인들이 끝없는 전쟁에 대한 피로감을 표현했다. 동시에 그는 또한 부패에 대한 지나치게 노골적인 관용 때문에 원조를 철회하려는 일부 서유럽 후원자들로부터도 위협받았다. 이에 물러서지 않을 수 없었던 그는 주춤거리고 있는 의원들에게 반부패국과 반부패검찰청의 독립성을 회복시키도록 강제했다.
이것은 많은 것을 해결하진 못했다. 몇 차례의 조사가 젤렌스키 당선 이전부터 있었던 문제를 뿌리뽑을 수는 없었던 것이다. 이런 종류의 광범위한 부패가 우크라이나에만 국한된 것도 아니다. 소련이 해체되고 생겨난 대부분의 국가들에서 ‘엘리트’들과 전체 국가 기구의 이런 작동 방식은 스탈린과 브레즈네프 시절 관료들이 소비에트 경제에 기생하며 번성했던 방식을 연상시킨다.
반부패국과 반부패검찰청이 아무리 원했다고 해도 이 상황을 바꿀 수는 없었다. 기껏해야 일부 정치인이 이런 논란이 되는 상황과 권력 싸움을 이용해 젤렌스키에게 압력을 가하거나, 다가올 휴전을 염두에 두고 젤렌스키 이후 시대를 준비할 수 있을 뿐이다. 서유럽 지도자들은 우크라이나가 유럽연합에 가입하려면 부패와 싸워야 한다고 거듭 말한다.
국회의원 올렉시 혼차렌코는 "버스에서 내리는 데 돈이 얼마나 드는지 모두가 알고 있다"고 말했다 [군 징집 센터 CTR로 보내기 위해 거리의 남성들을 체포하는데, 돈을 내면 풀려날 수 있다]. 그는 "1,000달러[약 146만 원]에서 8,000달러[약 1,168만 원] 사이다. 일단 CTR 안에 들어가면, 석방되는 데 8,000달러에서 15,000달러[약 2,189만원]가 든다"고 덧붙였다. 다시 말해, 징집 담당자들에게 뇌물을 주는 데 얼마나 드는지 모두가 알고 있다는 것이다.
의학적 이유로 병역 면제를 받는 데는 최소 20,000달러가 든다. 다른 나라로 이동해서 전투에서 목숨을 걸 위험을 피할 수 있는 합법적 출국 허가는 훨씬 더 비싸다. 대부분의 임금 노동자들은 감당하지 못하는 액수다. 하지만 이는 우크라이나 정부 고위층의 남성들이 축적한 엄청난 재산에 비하면 아주 미미한 것이다. 군 관련 계약은 떼돈이 된다. 이 같은 남성들은 징집을 거부하는 남성들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다. 그들은 전사한 군인들을 대체할 여성을 동원하라는 명령을 두고 입법부에서 논쟁한다. 보통 사람들의 희생은 ‘조국 방위’의 이름으로 포장된다. 한편 이 부패한 정치인들과 탐욕스러운 과두재벌들(올리가르히)은 전선 훨씬 뒤편에 머물거나, 심지어 해외에 있다.
우크라이나 지도자들과 과두재벌들은 "러시아로부터 우리를 지켜달라"고 외친다. 우크라이나의 평범한 사람들은 아마 "누가 우리를 이 해충들[우크라이나의 지배자들]로부터 지켜줄 것인가?"라고 묻고 있을 것이다.
출처: 미국 혁명적 노동자 조직 스파크의 신문, 2025년 11월 24일
월간 정치신문 <노동자투쟁>(서울) 72호, 2025년 11월 2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