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여기 ‘의사’ 흉내 내는 관리자가 있다
며칠 전, 사업소 관리자가 새벽에 응급실까지 다녀온 우리 동료 기관사에게 병가를 쓸 수 없다며 출근을 강요하는 일이 벌어졌다. 그러나 연간 누적 6일 이하, 연속 3일 이하의 병가는 별도의 증빙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단협에 명시돼 있다. 따라서 사측엔 병가를 ‘승인’할 권한이 없다. 물론 저들에겐 ‘의사 면허’도 없었다!
병가를 마음대로 통제하려 들더니 이제는 노동자의 몸 상태까지 제멋대로 판단하겠다는 건가? 이런 사측의 오만함이 직종을 넘어 여러 철도노동자들의 분노를 부르고 있다.
■ 노동강도 몇 배나 오르는 신조차
우진 차는 역행과 제동이 일정치 않다. 다른 차들은 보통 역행을 한 번 작동시키면 되는데, 우진은 제대로 작동하는지 계속 봐야 한다. 속도가 제대로 붙을 때까지 계속 쥐고 있어야 해서 팔이 아프다. 역 간격이 얼마 안 되기 때문에 바로 또 제동을 잡아야 해서 팔이 쉴 틈이 없다. 제동도 잘 들어가는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어야 한다. 운전 하는 내내 쉴 틈 없이 긴장해야 해서 피곤하다. 문제가 많은 우진차를 계속 쓰는 것도 결국 돈 때문이 아닌가. 비용절감 때문에 기관사들의 노동강도만 올라간다.
■ 지도기관사에 책임 떠넘기지 마라
지도기관사 제도를 두는 건 신입‧전입 기관사가 운전에 적응하도록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그래서 이 기간에 일어난 사고에 대해서 평상시와 똑같은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옳지 않다. 문산에서 있었던 건도 마찬가지다. 동료를 도우려고 지도기관사로 자원한 사람들에게 사측은 ‘사고 나면 너희 책임이야’라는 메시지를 주려는 건가? 그럴 거면 차라리 지도기관사 제도를 없애고 팀장이 신입 기관사들을 5, 6명씩 다 데리고 다녀라~
■ 아이스크림 챌린지
37도 안팎의 불볕더위가 지속되는데, 사측은 우리 차장한테 시원한 얼음물이나 아이스크림 같은 걸 챙겨주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 구로열차에선 노동자들이 돌아가면서 아이스크림을 동료들에게 주는 ‘아이스크림 챌린지’를 하고 있다. 에어컨 빵빵 돌아가는 실내에서 일하는 코레일 경영진이나 관리자들은 우릴 이해하지 못한다. 자체 냉방시설이 없어 찜통 같은 구형차 운전실에서 계속 고생하는 우리끼린 서로 너무 잘 이해한다!
■ 구로역 사고 책임 전가를 규탄한다
정석현, 윤원모 동지가 꽃다운 목숨을 잃은 2024년 8월 구로역 사고에 대해 항철위(항공철도사고조사위)가 작업자 개인 과실로 몰아가는 초동 보고서를 냈다. 이에 분노해 7월 21일, 철도노조 조합원 300여 명과 유족이 세종시 항철위 앞에서 규탄 집회를 열었다. 그동안 항철위는 코레일 사측과만 의견을 주고받았을 뿐, 유족과 노조는 조사 과정에서 배제해 왔다.
따라서 조사 과정과 결과 모두 전혀 신뢰할 수 없다. 진상을 정확히 밝히고, 책임자를 모두 처벌해야 사고의 재발을 막을 수 있다.
■ 폭염 속 기계만 식히고 사람은 방치?
연일 37도를 넘나드는 살인적인 폭염에 사람뿐 아니라 기계도 더위를 먹는다. 그래서 코레일은 코레일네트웍스 역무원들에게 승강장 안전문, 안전 발판 등의 고장에 대비해 “물을 뿌려 기계를 식혀라”라는 특명을 내렸다. 하지만 정작 현장에서 폭염에 노출된 채 작업하는 역무원들에게는 보냉 조끼도, 이온 음료도 지급하지 않고 있다. 기계 식히다 사람이 쓰러질 판이다. 기계 고장을 막겠다고 사람을 내보냈으면 사람도 식혀줘야 하지 않나? 사람보다 기계가 더 중요하단 말인가?
■ 이제 우리도 코레일을 상대로 교섭할 수 있을까?
노란봉투법이 8월 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코레일네트웍스, 코레일테크를 비롯한 여러 코레일 자회사 노동자들도 코레일을 상대로 교섭할 수 있을까? 20년 일해도 최저임금, 코레일 정규직 역무원과 똑같이 일해도 월급은 절반, “일 시킬 땐 철도의 얼굴, 월급 줄 땐 철도의 알바” 신세, 코레일 정규직보다 더 힘들고 험한 일을 하며 하나뿐인 몸이 망가지는 처지를 바꿀 수 있을까? 그럴싸한 법조항도 노동자에게 힘이 없다면 공문구일 뿐이다.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지 못한다.”